아이 안고 뛰어내린 아빠 죽음에 주민들 충격…상황 목격한 경비원·학생들 심리 트라우마 심각
지난 12월 25일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다친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주변에 모인 인근 주민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화재 사고 직후 찾은 방학동 아파트는 2층부터 수직으로 11여 층 위까지 새까만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화재가 발생했던 아파트 주변에선 매캐한 탄내가 풍기고 있었다.
#“30초만 있었어도…”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다쳤다. 특히 10층 거주자 임 아무개 씨와 4층 거주자 박 아무개 씨는 화재 상황에서 가족의 대피를 돕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내몰렸다.
도봉구 방학동 화재 사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 씨는 “30초만 있었더라면 아래 있던 모두가 그 재활용 포대를 아기 아빠가 있는 곳으로 옮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 씨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가져다 놓은 재활용 포대 위로 2세 딸아이를 던진 애 아빠가 베란다의 난간 옆쪽으로 이동해 포대 위로 뛰어 내리려다 결국 뜨거워진 난간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재활용 포대가 없는 곳에서 7개월 된 아이를 안고 뛰어내렸다”라고 말했다.
당시 경비원들은 주민들의 대피를 위해 재활용품을 넣은 포대자루로 낙하 충격을 덜어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지만 불길 속에서 아기를 안고 뛰어 내린 아빠의 목숨까진 구하지 못했다.
#'모두가 의인' 급박했던 1층
화재 사고 현장인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당시 화재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당시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화재 사고가 벌어졌을 때 주변 경비원 세 명과 관리사무소 기전실 당직 직원 등이 최선을 다해 초동 대처를 했지만 안타까운 상황을 모두 막을 순 없었다고 한다. 기전실 당직 직원은 처음 301호의 화재 신호를 확인한 후 직접 그곳에 가 소화전으로 화재 진압을 시도 후 화재 소식을 201호에 전한 뒤 경비원들과 함께 1층에 재활용 포대를 만들어 대피를 도왔다고 한다. A 씨는 “새벽이라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펑 소리를 듣고 달려가 초동 대처에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대피를 도왔던 이들은 401호의 안타까운 사고에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포대자루에 재활용품을 넣어 주민들의 낙하를 도와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했지만, 불길 속에서 아기를 안고 뛰어 내린 아기 아빠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대피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한 301호 노부부도 힘겹게 뛰어내린 뒤 이웃들의 안전을 위해 계속 힘을 합쳤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그날 1층에서 도왔던 사람들은 의인이다. 억측이나 과장된 소문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
#사고 이후 안전 문의 폭증
화재 사고 시 어려움을 겪은 건 고층도 예외는 아니었다. 17층 거주 중인 주민은 화재 연기로 인해 복도 밖을 나가지 못하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창동중학교 3학년 B 군은 "친구가 17층에서 대피하려고 시도하는데 화재 연기로 대피가 어려워서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며 소셜미디어(SNS) 대화창을 보여줬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화재 사고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화재 사고 이후 입주민들의 세대 안전 문의로 들끓었다. 12월 28일 오전 11시 20층에 거주하던 노부부의 아들 C 씨도 방화문 관련 문의를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방문했다. C 씨는 지방 거주 중이고 이곳 아파트에는 C 씨의 부모만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화재 상황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는 2001년에 지어져 당시 건축법상 16층 이상 층고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곳이었다.
C 씨에게 부모님의 현재 상태를 묻자 그는 울먹이면서 말을 아꼈다. C 씨는 “현재 어머니와 아버지는 중환자실 입원 중이다. 어머니는 의식이 전혀 없으시고 거의 뇌사판정 전 단계를 받은 상태”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아파트 주민들의 트라우마
앞서의 관리사무소 직원 A 씨는 당시 사고현장에서 주민 대피를 도왔던 경비원이 사고 후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어 걱정된다는 말을 전했다. A 씨는 “경비원이 당시 상황을 다 목격했기 때문에 굉장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사고로 인해 아파트에 거주하던 어린 학생들도 트라우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의 창동중학교 3학년 B 군은 “같은 반 친구가 화재 사고를 입은 아파트에 있었는데 며칠 동안 등교를 못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는 물론 아파트 내부 피해도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12월 28일 찾은 아파트에는 여러 관계자가 모여 화재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불길이 시작된 3층의 아래층이던 2층은 이미 천장이 주저앉은 상태라고 한다. 불길이 번지지 않은 3호라인 꼭대기 층에 거주하는 D 씨는 “여기도 그을림이 심하다. 여전히 냄새나 분진은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보상의 책임은 화재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을지라도 화재 발생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보상 책임을 지는 게 화재의 시발점인 개인이 될 수도, 화재보험사가 될 수도 있다. 화재 사고가 발생한 해당 아파트는 일괄적으로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태다.
해당 보험사에 보상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상담사는 “계약에 대해 조회해야 하는데 이는 계약자 본인이나 법인이 직접 문의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이 돼 있는 당사자가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사항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면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양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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