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흐르고 한강길이 뚫렸다. 여의도에서 충주까지 한강 길을 열흘 동안 직접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봤다. 강가의 황폐한 땅들을 자연친화적으로 개발해 갈대밭과 들꽃이 무성한 낙원으로 만들었다. 갑작스런 폭우에도 급류로 바뀌지 않고 수위가 조절됐다. 나는 강길을 걸으면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4대강 개발을 한 실적을 보고 그 프로젝트를 통째로 수입해서 그곳의 넘치는 강들을 개발해 달라고 한다는 보도를 봤다. 엄청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인 사업이 탄생한 것이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데, 나는 주저한다. 이게 사회분위기다. 달동네 임대아파트에서 폐암 말기로 죽어가는 시인을 보러 갔었다. 국가에서 극빈자에게 주는 40만 원이 그의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었다. 동네 중학교에서 누룽지를 가져다주고 성당에서 된장국과 나물반찬을 대준다고 했다.
죽음이 닥친 가난한 시인은 1만 5000원도 안 되는 값싼 가스비와 전기료를 내면서 하루 종일 아파트에 편안히 누울 수 있도록 해준 노무현 대통령의 복지정책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죽기 한 달 전에 한 그의 말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었다.
한 나라의 발전은 훌륭한 지도자의 존재에 달렸다. 나는 박근혜 후보와 비슷한 나이로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 교련복에 M1 소총을 들고 소박하던 청와대 정문 앞을 뛰던 고등학생이었다. 마이카시대를 약속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말에 가슴이 뛰었지만 유신헌법을 읽으면서 독재가 더 싫었다. 박근혜 후보가 유신에 대해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이 없다면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그걸 넘어서야 하는 게 아닐까?
문재인 후보를 만난 적이 있다. 진정이 느껴지는 담백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측근의 잘못된 점을 진솔하게 인정해야 노무현을 극복하는 게 아닐까?
안철수 교수는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들이 안 교수에게는 치명적이다. 남강 이승훈 선생이 인생 후반에 여자문제로 실수를 했다. 그걸 추궁하는 사람들에 대해 “실수를 했소”라고 한마디 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거인으로 평가됐다. 지도자에게 치명적인 것은 스캔들보다 그걸 부인하는 거짓이다. 물질보다 맑은 정신의 나라를 만들기에 적합한 대통령 후보감들이 나왔다. 국운이 좋은 것 같다.
변호사 엄상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