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비명 현역에 도전장 공천 내홍 가능성…국민의힘, 민주당 지역구 탈환 노려
#‘친명 vs 비명’ 공천 파동 벌어지나
친명계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연달아 내고 있다. 2023년 11월 15일 친명계 이동주 의원은 SNS에 “이재명 당 대표를 지키고 총선 승리에 선봉장이 되겠다”며 인천 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 부평을은 비명계인 홍영표 의원이 2009년 재선거 당선부터 연속 4선을 한 지역이다. 이동주 의원은 2023년 초부터 부평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지역구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당대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은 경기 광명을을 노린다. 광명을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이 광명시장 재선을 역임한 뒤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이다. 2023년 2월 양기대 의원실 측은 양이 의원이 지역 사무실을 연 데 대해 “상의도 없었고 그냥 통보만 했다”며 “(지역구 활동에)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일요신문에 전한 바 있다.
처럼회 소속 김의겸 의원은 비명계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정치권과 SNS 등엔 ‘더불어민주당 호남 친명 출마자 추천명단’이라는 포스터에 김 의원을 포함해 12명 이름과 사진 등이 담기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2023년 12월 26일 신영대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서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그런 지라시를 돌리는데, 개인 이익을 위한 것이지 과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도움이 되는 거냐”라고 말했다.
처럼회 소속 유정주 의원은 서영석 의원 지역구인 경기 부천정에 도전한다. 친명계 김병주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김한정 의원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을 택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의원은 강선우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강선우 의원실 측에 김 의원 측이 사전에 양해를 구했는지 질의하자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전용기 의원은 분구가 예상되는 화성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2023년 9월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허숙정 의원도 분구 가능성이 높은 인천 서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구가 되지 않는다면 전 의원은 비명계 이원욱 의원과, 허 의원은 비명계 신동근 의원과의 공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도전장을 받은 한 의원실 측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도전하는 곳들은 본선에서 승리하기 어렵지 않다고 평가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연고가 있어서 도전하는 케이스도 아니지 않나”라며 “지난 총선에서 180석이란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에서 혜택을 받았던 비례대표 의원분들이 험지 출마해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현역인 곳이 다 텃밭이라서 당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공천 다툼이 탈당과 신당 합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예비후보 심사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 등은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연일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2023년 12월 24일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도 회동을 갖고 “그동안 우려한 대로 (공천을 두고) 일이 발생해 염려가 된다”며 “당에서 잘 풀고 관리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축적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지역구 탈환에 나선 이들도 있다. 최혜영 의원은 4선 중진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성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3년 1월 사무실을 개소하며 지역구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권인숙 의원은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뇌물수수로 구속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용인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권 의원은 2023년 6월부터 사무실을 개소하고 지역구를 다져왔다.
김경만 의원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의원은 2022년 6월부터 사무소를 개소해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 양향자 대표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비례대표임에도 지역구에 공을 들이는 김 의원 행보에 대해서 불편한 기색을 비친 바 있다(관련기사 [인터뷰] ‘한국의희망’ 창당 양향자 “거대 양당은 국가 운영 방해하는 세력”). 광주 서구의원과 광주시의원을 거친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서구을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양경숙 의원은 전북 전주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전주을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며 의원직을 박탈당한 곳이다. 2023년 4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재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최근 전주을에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양 의원 입장에선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친명계 이수진 의원은 우상호 의원 불출마로 빈자리가 된 서울 서대문갑에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했다. 다만 불출마 지역인 만큼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강민정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필모 의원은 현재까지 총선 출마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 징계처분을 받아 현재 무소속인 윤미향 양정숙 의원도 불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민주 텃밭 호남 도전도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탈환에 나선다. 현재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 22명 중 14명(허은아 의원 탈당)이 지역구 출마를 예고했다. 전주혜 의원은 진선미 민주당 의원(강동갑)에 도전장을 냈다. 강동갑은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 차이 5%포인트(p)에 불과한 초접전 지역이었다. 친윤계 이용 의원은 최종윤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하남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남시는 선거구 상한선을 한참 초과한 선거구라 갑과 을로 분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무경 의원도 분구 가능성이 있는 경기 평택 출마를 공식화했다.
노용호 의원은 허영 민주당 의원(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에 맞선다. 이 지역구는 지난 21대 총선을 제외하고 1988년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에서 줄곧 승리해온 곳이다. 노 의원은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장철민 민주당 의원에 맞서 대전 동구에 도전장을 냈다. 윤 의원은 동구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표심 관리에 들어갔다.
이태규 의원은 경기 여주시·양평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지역구는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캠프 회계책임자의 유죄 확정으로 직을 상실하면서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총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보수정당 최초 호남 3선 정치인 타이틀을 걸고 전북 전주을 출마에 나선다. 권은희 의원은 민형배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권 의원은 광산을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국민의힘 비례로 3선 고지를 밟았다.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서정숙 의원은 2023년 4월부터 정춘숙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용인병에 지역사무소를 열고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해 8월 고석 변호사에게 용인병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줬다. 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 법대 후배이며 연수원 동기다. 서 의원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용인정 출마를 선회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마포갑에는 최승재 조정훈 의원이 출마 경쟁을 할 예정이다. 조수진 의원은 황희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검사 출신 정미경 전 의원도 양천갑 출마를 공식화한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희 의원은 오영환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의정부갑에 도전장을 냈다. 의정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전희경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도 의정부갑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6선을 지낸 지역구인 만큼 국민의힘에서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이 우세하다.
조명희 의원은 같은 당 현역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노리고 있다. 동구을에서 강대식 의원은 재선 의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 의원은 2023년 초부터 대구 동구을 지역구를 다져왔다.
대통령실, 장·차관, 검사 등 친윤계와 공천 경쟁에서 밀린 이들이 이준석 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대문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월 3일 탈당한 뒤 이준석 전 대표 개혁 신당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탈당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 “현재 현역 의원으로 합류하고자 하는 의원님들이 적지 않게 계시고, 그분들과 제가 브리지 역할 해서 신당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현역 의원 중에서도 활발히 소통하고 계신 분들이 (있고, 그분들은) 당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강은미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모두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류호정(경기 성남 분당갑) △배진교(인천 남동을) △이은주(서울 노원병) △장혜영(서울 마포을) 의원 등이다. 류 의원은 제3지대인 ‘새로운선택’ 합류를 선언했으나,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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