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출산·육아 지원 사각지대도…“육아 외주 비용 지원 등 파격적 대안 고려할 시점“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4학년도(4월 1일 기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 65만 7017명 이후 10년이 지난 2014학년도에는 47만 8890명으로 급감했다.
저출생 현상 심화로 인한 학령인구수의 전망은 통계청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 2022~2072년’에서도 비관적이었다. 합계출산율은 2025년까지 떨어져 0.65를 기록한 이후 소폭 반등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우리나라의 ‘데모 크라이시스(인구 감소 위기)’의 가속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한 명의 아이를 출산한 여성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개인의 선택에서 비롯한 외동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형제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1998년에 아이를 출산한 A 씨(59·여)는 “아이를 낳을 당시 사회 분위기는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당연한 임무였다. 특정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이후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인생의 과업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오히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출산할 당시 본인이 노산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이를 한 명만 낳으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출산 당시 노산이었다. 지금은 30대 후반에 아이를 낳기도 하지만 그때는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맞벌이 부부 생활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한 명만 낳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딸을 출산했던 B 씨(41·여)는 “직장 때문에 둘째 아이를 포기했다. 둘째를 낳아 적당한 터울로 키우고 싶었는데 일도 있다 보니 하나만 낳고 만족해야 했다”고 말했다. B 씨 부부는 대기업 맞벌이인데 동료 직원 중 육아를 하는 경우 외동아이를 가장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어 “아이를 낳자마자 육아휴직을 쓰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할 때 워킹맘은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 둘을 낳아 직장과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올해 출산 예정인 C 씨(37·여)는 “둘째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 이후 원래 아이 계획이 없다가 남편이랑 나이가 점점 차니까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다 작년인 결혼 8년 차에 임신을 했다. 일상에서 또 다른 기쁨을 찾고 싶었다”며 뒤늦게 출산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더 낳을 거냐는 물음엔 “아이를 갖기 전에는 그 행복을 몰랐는데 아기를 가져보니까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둘째를 낳으면 아이가 대학생 때 난 60대일 텐데 그건 자신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3세와 1세,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D 씨(29·여)는 정부의 출산·육아 장려책에도 아이를 키울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D 씨는 “맞벌이 부모로 육아를 하며 아이가 갑자기 아플 경우가 가장 난처하다”고 답했다.
이에 “평일 아침에 아프면 나는 회사를 가야하는데 애는 어린이집에 못 가니까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게 가장 난처하다. 또, 소아과는 아침 오픈런을 해야 진료를 볼 수 있다. 아이 낳기 전에는 산부인과가 별로 없어서 먼 길 다니느라 불편했는데 지금은 소아과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아이가 아프면 급하게 휴가를 써야하는데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은 이마저도 자유롭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그녀는 “휴가와 휴직이 자유롭지 못한 회사가 굉장히 많다. 아이를 낳는 게 애국자라고 하지만 정작 워킹맘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은 아직 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나이임에 아이 둘 낳을 생각을 할 수 있던 건 그래도 금전적으로 도움을 청할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아이 낳을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신과 출산·육아를 수행하는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불이익과 차별은 '모성페널티'”라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육아휴직이 모성페널티를 불러오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회사의 조직문화와 육아휴직으로 인한 회사와 노동자들의 해소되지 않는 부담, 양육에서의 성별 불평등을 꼽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출산 전후로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지원금은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100만 원) △첫만남 이용권(200만 원) △부모급여(0세 월 70만 원, 1세 35만 원) △아동수당(0~7세 월 10만 원) 등이다. 또 서울시는 임신한 시민을 대상으로 △서울형 산후조리경비(100만 원) △임산부 교통비(70만 원) 등을 지급하고 있다. 모두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보편복지 성격을 띠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에도 산모의 특성마다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다. 입덧약(비급여), 임신 중 초음파진료(급여적용제한)를 이용하는 임산부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육아용품 비용은 물가상승률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가구가 주로 소비하는 11개 상품·서비스 중 절반이 넘는 6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물가상승률인 3.7%보다 높았다. 이 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유치원 납입금과 보육시설 이용료 등을 제외하면 물가 조사 대상 품목의 3분의 2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돈 셈이다.
문제는 이 중 육아 과정에서 필수재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기저귓값은 가격의 상승률이 9.6%를 기록하며 최근 2년간 동월 대비 매달 8∼10% 내외의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분유는 원유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전년 대비 6.3% 올랐다.
산후조리원 이용요금도 올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전국 평균 이용요금(2주 일반실 이용 기준)은 2017년 241만 원에서 2022년 307만 원으로 약 60만 원 상승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같은 시기 317만 원에서 410만 원으로 올랐다. 인상 폭이 100만 원 가까이 된다. 출산지원금으로 볼 수 있는 이득이 조리원 요금 인상 폭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는 모양새다.
이화여대 석병훈 교수는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는 가사도우미를 고용, 육아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육아를 ‘외주’를 주는 한국 부부들의 방식에 맞게 이에 대한 보조금을 주는 것을 우리 정부는 단 한번도 고려하지 않았다. 육아 외주 비용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대안을 한번 고려해 볼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 씨(26·여)는 결혼은 하고 싶지만 출산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E 씨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자꾸만 출산을 하라고 하는데 그런 거라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게 내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텐데, 지금 오롯이 나를 위해 사는 삶이 만족스럽다”며 “앞으로의 커리어에 있어서 아이가 항상 우선이 돼야 하는 게 싫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인구 표어는 지난 60여 년간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변화에 맞춰 왔다. 정부는 1970년대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 “둘 낳기는 이제 옛말 일등국민 하나 낳기” 등의 표어를 통해 산아제한 의도를 담아냈다. 그러다 2005년 이후 표어는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로 달라졌다.
양보연 인턴기자 bbyy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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