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관리부문 편입·‘트롤리고’ 론칭 등 사업 확대…인적분할 이후 주가 하락세와 벌크선 업황 부진 변수
#STX 사업 개편에 박차
STX가 해운·물류 산업에서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STX그룹은 2010년대에 해체 수준으로 쪼개지면서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잃었다. 그런데 STX는 2023년 9월 물류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신설법인 STX그린로지스를 출범시켰다. 해운·물류업에서 다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STX그린로지스는 16년 만에 해운·물류산업에서 IPO(상장)에 성공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STX그린로지스는 새해부터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STX그린로지스는 올 초 17만t(톤) 규모의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 1척을 매입하며 대형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매입으로 STX그린로지스의 선단은 총 8척으로 늘어났다. STX 측은 올해 해운 시황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해 선제적으로 선대 확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2월 27일에는 150억 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다. 해당 사채권은 인적분할 후 존속법인으로 남은 STX가 취득했다. STX가 상환을 포기하고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13.63%만큼 주식 전환이 가능하다. 이번 사채권 취득으로 계열사 간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STX그린로지스는 올해 상반기 내로 STX마린서비스의 선박관리부문도 양도받을 예정이다. STX마린서비스의 선박관리부문은 해양플랜트 및 전통적인 종합 선박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선박관리 업무는 선박의 수리나 기자재 및 부품 공급, 사고 처리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선박관리부문을 STX그린로지스 산하에 편입해 수직계열화할 경우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TX 또한 2023년 11월 22일 니켈, 철강 등 원자재를 온라인으로 사고팔 수 있는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트롤리고'를 론칭했다.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금속, 철강, 에너지, 친환경 소재, 방산 거래를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도록 사업을 확장한 셈이다. 최근 2주일 동안 플랫폼에 접속한 국가는 총 31개국으로 론칭 첫 2주(14개국)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며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해 STX그린로지스가 트롤리고로부터 발생하는 거래 제품의 배송을 전담할 방침이다.
손승표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글로벌 복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수평적 통합 및 수직적 통합을 통한 경영 합리화 및 경쟁력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STX 기업 사업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으로서도 다양한 기존 사업들의 네트워크 연계와 국제 경쟁력 강화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말했다.
#밝지만은 않은 벌크선 업황
하지만 이 같은 행보를 향한 시장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인적분할 이후 STX와 STX그린로지스의 주가는 나란히 폭락했다. 1월 3일 기준 STX 종가는 1만 1160원이다. 인적분할로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3만 6250원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69.2%가 하락했다. STX그린로지스의 1월 3일 기준 종가도 1만 1950원으로 거래 첫날 기록한 상한가(3만 2600원)와 비교해 63.3% 떨어졌다.
2023년 9월에 출범한 STX그린로지스의 3분기 매출은 27억 7400만 원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 원 수준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최근 행보는 다른 사업 부문을 인수해서 매출을 키우는 ‘몸집 부풀리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에이피씨머큐리가 이익 실현 후 엑시트하기 위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이피씨머큐리는 인적분할을 앞두고 주가가 치솟은 2023년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체 주식의 5.38%에 달하는 165만 9775주를 처분했다. 이로 인해 에이피씨머큐리는 초기 투자금액의 88%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승세를 이어오던 STX의 주가는 최대주주의 주식 매각으로 한 차례 꺾이기도 했다.
올해 업황도 부진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벌크화물의 수요증가율은 2.1% 남짓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STX그린로지스가 주로 취급하는 석탄, 철광석, 곡물 등 드라이 벌크의 경우 11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또다시 급락하면서 악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중국 부동산 위기로 철광석, 시멘트, 알루미늄, 구리 수요가 모조리 감소했다. 특히 조강 생산이 감소하면서 고로에 불을 지필 석탄 등의 수입량도 덩달아 줄었다”며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또한 “장기 수송계약 물량은 장기계약이기 때문에 이윤이 박하다. 스팟 시장(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에서 물량을 확보해 수익을 낼 필요가 있지만 스팟 시장은 시황 변동이 워낙 심한 데다 세계 경기 침체로 전체적인 벌크 시황이 썩 좋지가 않다”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STX가 최근 2차전지 트레이딩을 주력사업으로 표방하고 있는데 전기차 수요가 현재 주춤한 상태이고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칠레는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고 인도네시아는 보크사이트 수출을 금지했다. 올해 벌크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024년 벌크선의 선박 공급량이 2.3% 정도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공급량이 과도한 컨테이너선에 비해 운임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책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STX 관계자는 “STX그린로지스는 올해 기존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며 앞으로 신조·중고선 매집, 용선 등을 통해 선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최근 인수한 17만t 규모의 벌크선을 적극 운영하는 등 중형선부터 대형선까지 적극적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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