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찰대 중용 기조 속 유력 후보 김희중 인천청장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 탓 난처한 상황
이날 행사에는 더 큰 관심사가 숨겨져 있었다. 윤희근 청장은 청주 출신으로 청주 흥덕경찰서장, 충북경찰청 제1부장 등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청주 흥덕구 내지는 상당구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이미 측근 인사들에게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는 등 등판 임박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관련 질문도 나왔다. 이에 윤 청장은 “정치적인 행위로 임기를 중간에 그만둘 명분이 없다”며 “주변에서도 많은 제안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14만 경찰의 수장이자 공직자로서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총선 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경찰 안팎에선 공직자 사퇴 시한인 1월 11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여전한 상황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1월 11일 이전에 사퇴하진 않을지라도 윤 청장의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총선 출마설로 인해 너무 빨리 차기 경찰청장 하마평이 나돈 측면도 있지만 이제 서서히 본격적인 하마평이 나오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경찰 내부에선 차기 경찰청장 구도가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후보는 7명의 치안정감으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 차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 김희중 인천경찰청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김수환 경찰대학장 등이다.
경찰청장 인사 때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는 경찰 서열 2위인 서울경찰청장이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2023년 인사에서 유임됐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시고시(35회)를 거쳐 2004년 경정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비 경찰대 출신으로 서울청장이던 2022년 8월에도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윤희근 당시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이 됐다.
지금은 유력한 차기 후보로 분류되진 않는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는데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올지라도 여론의 흐름 등을 감안해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지호 경찰청 차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에 이어 다시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에 오를 수 있다. 조지호 차장은 1968년생으로 경찰대 6기다. 1990년 경위로 경찰에 입직했다.
다만 경찰대 출신이라는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비 경찰대 중용 기조가 뚜렷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6% 수준인 일반 출신 경무관 이상 고위직 비율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실제로 2023년 1월 총경 계급 승진 인사에서 일반 공채 출신이 비율이 31.8%(43명)로, 2022년의 12.6%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경찰대 출신은 42.9%(58명)로 55% 수준이던 2022년 대비 크게 줄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역시 1대 김순호, 2대 김희중, 3대 이호영 등이 모두 비 경찰대 출신이다.
또 다른 후보군인 우철문 부산청장, 홍기현 경기남부청장, 김수환 경찰대학장 등도 모두 경찰대 출신이다. 홍기현 경기남부청장은 1967년생으로 경찰대 6기(1990년 2월 경찰 입직)이며, 우철문 부산청장은 1969년생으로 경찰대 7기(1991년 경찰 입직)다. 또한 김수환 경찰대학장은 1970년생으로 경찰대 9기(1993년 경찰 입직)다.
7명의 치안정감 가운데 비 경찰대 출신은 김광호 서울청장을 비롯해 김희중 인천청장, 우종수 국수본부장 등 3명이다. 김희중 인천청장은 1965년생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경찰간부후보생 41기로 경찰에 입직했다. 또한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1968년생으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행정고시를 거쳐 1999년 경찰공무원 고시특채전형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비 경찰대 출신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차기 경찰청장 후보는 김희중 인천청장이었다. 전남 구례 출신으로 춘천·동해·홍천경찰서장과 강원경찰청 정보과장, 자치경찰부장 등을 거친 김희중 인천청장은 2022년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형사국장이 됐다. 6개월 뒤인 2022년 12월 2대 경찰국장으로 부임했다. 다시 9개월여 뒤인 2023년 9월에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인천청장이 됐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대학장이 된 데 이어 김희중 2대 경찰국장도 치안정감인 인천청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찰국장이 경찰 내 요직이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했다.
김희중 인천청장은 김수환 경찰대학장과 함께 2023년 9월 치안정감이 됐다. 치안감 승진 1년 3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김 인천청장은 아직 치안정감이 된 지 서너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이 치안감 승진 6개월 만에 치안정감이 됐고 2개월 만에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이 되는 초고속 승진을 했음을 감안하면 승진 속도는 별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문제는 지드래곤 불송치와 이선균의 사망으로 얼룩진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이다. 김희중 인천청장 취임 즈음 시작된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은 많은 화제를 양산했다.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한 윤석열 정부에서 상당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면 김희중 인천청장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이선균 사망으로 인천경찰청의 수사 과정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12월 28일 김희중 인천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제보와 증거를 토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공개 출석 요구가 없었다는 말과 달리 이선균 측의 3차 소환조사 비공개 조사 요청을 인천경찰청이 거부했음이 드러났다. 같은 날 윤희근 경찰청장도 “수사 관행과 공보 준칙을 이 기회에 되짚어서 문제가 있다면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그런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그걸 용납하냐”고 되물어 사실상 공개 출석 요구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지드래곤 불송치 결정이 임박한 시점이던 12월 1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희중 인천청장은 “구체적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구체적 제보가 있는데 수사를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수사에 착수해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밝히는 것도 경찰 의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 제보를 제공한 유흥업소 실장 A 씨(여·29)의 진술 신빙성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 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면 수사사항 유출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 논란으로 유력한 차기 후보군이던 김희중 인천청장이 난처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차기 경찰청장 구도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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