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서 JAL기와 해보기 충돌…승무원 정기 탈출 훈련과 짐 꺼내지 않고 대피한 승객 덕
사고가 난 것은 17시 47분.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JAL 516편이 착륙 직후 활주로에서 해보기와 충돌했다. 기체는 불에 타면서 멈췄고, 승무원들은 연기가 가득한 기내에서 안전 매뉴얼 지침에 따라 승객 367명 전원을 신속하게 대피시켰다. 마지막에 내린 것은 기장이었다. 모든 좌석을 확인하고, 그가 땅을 밟은 것은 18시 5분. 탈출을 완료하자마자 2분 뒤 기내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긴박한 탈출극’이었다.
기내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창문 밖으로 붉은 화염이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승무원이 지시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침착하세요” “코와 입을 가리고 자세를 낮추세요” 거의 만석인 기내이지만, 불길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도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승객은 NHK의 취재에 “승무원이 침착하게 승객들에게 짐을 두고 내리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모든 조명이 꺼지고 기내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승객이 촬영한 영상에는 어두운 기내에서 승무원이 손전등을 들고 “코와 입을 가리고 자세를 낮춰 달라”고 지시하면서 냉철하게 대피를 유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외신들은 “기적이다. 불과 18분 만에 전원 탈출” “교과서대로 이뤄진 모범적인 피난”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고 영상을 보면 전원이 무사히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반응 속도는 눈부셨고 놀라웠다”고 전했다. CNN은 “가장 가혹한 상황에서 모범적인 대피를 한 조종사, 승무원, 승객들에게 매우 감명을 받았다”며 승무원과 승객의 연계를 칭찬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에어버스 A350-900기로 좌측 전방부터 L1~L4, 우측 전방부터 R1~R4 등 8개 문이 있다. 그중 전방의 L1과 R1, 후방의 L4 총 3개의 문을 사용해 탈출했다. 나머지 5개의 문은 화재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적의 탈출’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승무원들의 ‘90초 룰’ 훈련, 둘째 승객들이 짐을 꺼내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탈출에 협조했다는 점이다. 90초 룰은 ‘항공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승객이 90초 안에 탈출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항공 업계 규정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JAL 승무원들은 매년 한 차례씩 90초 룰 훈련을 실시했으며 불합격 시 직무를 정지시킬 정도로 철저히 훈련해 왔다”고 한다.
항공정보사이트 플라이트글로벌(Flightglobal)의 편집자 데이비드 커민스키 모로는 “승객들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행운 덕분이 아니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피의 성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더메신저는 “이번 충돌사고가 1977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 활주로에서 일어난 보잉 747 점보기 충돌사고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이 사고는 테네리페섬에서 이륙하려던 KLM네덜란드항공 점보기가 아직 활주로 안에 있던 팬아메리칸항공 점보기와 충돌해 화염에 휩싸인 것으로, 두 항공기의 승객 644명 중 583명이 숨졌다. 항공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당시 짙은 안개가 활주로를 뒤덮은 가운데, 기장과 관제사 간의 의사소통 엇갈림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이번 사고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일본 경찰도 위원회와는 별도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에어버스 본사가 있는 프랑스 정부의 항공사고조사국도 전담팀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착륙기가 내리는 활주로에 이륙기가 진입하는 일은 없어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본 국토교통성은 공항 관제사와 두 비행기 간의 교신기록을 공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해보기에게 활주로로 진입하라는 관제사의 지시나 허용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 후 살아남은 해보기의 기장은 “관제로부터 활주로 진입허가를 받은 후에 진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해보기 기장이 대기 지시를 진입허가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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