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문화·관광 분야 전반 유행…불안·우울 극복에 도움 주는 한편 ‘쾌락만 쫓아’ 비판도
도파민에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곳은 바로 패션업계다. ‘도파민 패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업체들은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에 나섰다. 유명 디자이너들은 앞 다퉈 도파민 감성의 옷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도파민 패션을 하나로 정의하긴 어렵다. 굳이 특징을 꼽자면 화려하면서 밝은 색깔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했다.
‘MZ 디자이너’ 왕핑은 도파민 패션의 붐을 주도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알록달록한 색은 젊은이들의 열정과 활력을 상징한다. 도파민 패션은 가볍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또 청춘의 찬란함을 장식하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왕핑이 만든 옷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내놓기가 무섭게 ‘완판’이다.
왕핑의 옷을 즐겨 산다는 한 대학생은 “왕핑이 디자인한 옷은 화려하고 밝은 색상이다. 이는 역동적이면서도 깨끗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옷을 입고 다니면 어디서든 주목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왕핑 역시 한 인터뷰에서 “디자인을 할 때 젊음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한 바 있다.
도파민 패션은 심리학에서도 관심이 높다. 젊은이들이 왜 이런 색상과 디자인의 옷에 열광하는지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패션과 심리학을 결합한 스타일링’이라는 제목의 논문도 나올 정도다. 패션업체들도 ‘도파민 코디 하나만으로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등 심리적 효과를 노리는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시 2정신위생센터 심리상담사인 리샹화는 “밝은 색상으로 경쾌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유도하려는 도파민 패션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취업난, 학업 스트레스 등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옷을 통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도파민 패션은 우울증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샹화는 패션뿐 아니라 음식, 생활, 관광, 소비,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리샹화는 “생기발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특유의 마인드가 그들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것 같다. 윗세대가 보기엔 가벼워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에겐 중요한 삶의 방식”이라고 했다.
2000년생 허옌페이는 여행 후기를 블로거에 남겨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허옌페이는 최근 ‘도파민 여행’에 빠졌다. 그는 다리에 올라 푸른 바다를 보거나, 색채가 화려한 건축물 등을 보면 힐링이 된다고 했다. 허옌페이는 “한 성에 갔을 때, 붉은 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화려하고 밝은 색으로 꾸며진 건물과 풍경을 보니 마치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지난시가 설립한 도서관도 화제를 모은다. 도파민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우선 도서관 통로는 미로로 돼있다. 미로의 벽은 무지개색으로 알록달록 꾸며졌다. 기존의 책은 분야별로 배치돼 있지만 이 도서관은 그렇지 않았다. 색감을 위주로 다양한 책들을 곳곳에 꽂아 놨다. 책을 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 역시 밝은 색으로 칠했다.
도서관의 한 관리인은 “최근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도파민을 도서관에 가지고 왔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힐링이 됐다고 말해줬다. 단지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사진도 찍고 차를 마시는 등 관광지가 됐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 도서관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가를 가보면 도파민이 얼마나 뜨거운 이슈인지 잘 알 수 있다. 카페, 음식점, 술집 등 곳곳에서 도파민의 흔적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카페 사장은 “사실 도파민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카페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바꿨는데, 매출이 크게 올랐다. 과거처럼 단조로운 색보단 밝고 다양한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긴 하다. 젊은이들이 너무 쾌락과 눈에 보이는 것만을 쫓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리샹화는 “도파민은 단지 가시적인 색만 말하는 게 아니다. 행복 추구라는 추상적 개념을 포함한다.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왜 젊은이들이 도파민에 이토록 끌리는지를 살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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