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삼성은 솔루션 사업에서 맞불…신세계 ‘비건’ 현대 ‘메디푸드’ 등 차별화
#삼성과 CJ, 푸드 솔루션 사업 두고 맞불
국내 주요 급식업체들은 단체급식뿐만 아니라 식자재 유통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조리해 내놓는 것에 그치는 중소 규모 급식업체들과 달리 대형 급식업체들은 유통·물류 인프라를 갖췄기에 급식업장이나 외식 프랜차이즈 등에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주요 급식업체들의 1조~2조 원에 달하는 연간 매출액에서 식자재 유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자재 유통업 중에서도 푸드 솔루션 사업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푸드 솔루션 사업이란 B2B사업의 하나로 영세 프랜차이즈 등 고객사를 상대로 메뉴나 레시피 개발, 홍보·마케팅 등에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이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CJ프레시웨이다. CJ프레시웨이의 2023년 외식 솔루션 진행 건수는 2022년에 비해 6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프레시웨이는 2023년 10월 외식·급식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포털 ‘온리원비즈넷’을 론칭하고 첫 ‘푸드 솔루션 페어’를 열기도 했다.
아울러 CJ프레시웨이는 지식재산권(IP) 확보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2023년 12월에만 영세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을 위해 7건의 신규 상표권을 대리 출원했다. 분쟁 방지 차원에서다. 현재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면서 상표권 출원까지 대리해주는 업체는 CJ프레시웨이가 유일하다. 올해 1월 2일에는 신규 상표권 ‘푸드 솔루션 페어’를 출원하기도 했다. 향후 박람회를 정례화해 영세 프랜차이즈 업주 등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는 또 다른 업체는 삼성 웰스토리다. 삼성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분야 1위 사업자다. 그런데 최근 식자재 유통업 쪽에서도 1위를 노리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 웰스토리는 2023년 연말 창립 이후 최초로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며 국내를 벗어나 한국과 제3국 간 수출입을 중개하는 글로벌 식자재 유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년 뒤인 2033년에는 지금의 3배인 1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솔루션 사업에서도 삼성 웰스토리가 CJ프레시웨이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 웰스토리가 기존에도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2023년 9월 ‘360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360 솔루션’은 고객사가 지닌 문제를 진단하고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과 판매, IT솔루션까지 제안해준다. 삼성웰스토리 측은 향후 맞춤형 컨설팅을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150조 원 수준이다. 식재료 원가 비율이 약 30~40%인 점을 감안하면 식자재 유통 시장의 규모만 최소 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땅한 특화 요소가 없는 식자재 유통업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다. 김영갑 KYG푸드서비스그룹 교수는 “가격밖에는 경쟁 요소가 없다. 구매자들이 계속 가격 비교를 해서 업체를 바꾸기 때문에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 예측이 어려워 솔루션 등 별도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잠금효과(특정 재화를 고객이 계속 이용하도록 가둔다는 의미)를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킬러 콘텐츠·해외투자에 주목
차별화를 위한 ‘킬러 콘텐츠’ 찾기도 한창이다. 신세계푸드의 킬러 콘텐츠는 대안식품이다. 비건 식품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필두로 지속적인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3년 9월에는 대체육을 활용한 비건 전문 외식·간편식 브랜드인 ‘유아왓유잇’을 내놓고 강남구 코엑스에 비건 레스토랑도 론칭했다. 신세계푸드가 수주한 사업장들에서도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베러미트의 경우 매출 확대 기조보다는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고객들이 대체육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갖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음식물 섭취와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뉴 개발에서 벗어나 특정 질환을 지닌 환자들이 섭취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는 ‘메디푸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23년 말에는 의료기관 등과도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출시할 수 있는 메디푸드의 개발과 론칭 등 케어푸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현대그린푸드가 선두주자다. 올해에도 다양한 건강관리 목표별 전문 케어푸드 식단을 계속 출시하고 질환자를 위한 메디푸드 개발에도 지속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워홈은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은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한 업체로 현재 국내와 미국, 폴란드, 베트남까지 총 5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 필리핀, 튀르키예 등 11개 글로벌 항공사에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를 넘어섰다. 아워홈 관계자는 “현지 고객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입점 채널을 넓혀나갈 계획”이라며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해외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은 만큼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갑 교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식자재 사업은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업계 특성상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능한 만큼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대기업들끼리의 각축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각 사들의 실적과 승부가 어떻게 갈릴지가 올해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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