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멘탈 강화·컨디션 조절 집중…“마쓰이 유키·로버트 수아레즈와 마무리 경쟁할 듯”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 19시간을 남겨둔 3일 오후 12시께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에 의해 샌디에이고행 임박 소식이 전해졌다. 같은 날 LG 구단은 고우석이 이미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발표했다. 포스팅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에서 고우석은 미국 현지 메디컬 테스트 통과까지 마무리한 다음 계약서에 사인했고, 샌디에이고 구단이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199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뒤 몬트리올과 신시내티, 콜로라도, 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치며 미국 야구에서 11년 동안 활약한 우완 정통파 투수 출신인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가족들이 있는 캐나다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선우 해설위원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수가 미국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었고, 아주 괜찮은 타이밍에 샌디에이고가 좋은 오퍼를 했다고 본다. 샌디에이고가 강력한 불펜 투수를 원했는데 고우석 카드는 아주 잘 들어맞는 영입이다. 무엇보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부분이 고우석 영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투수 출신의 김선우 해설위원이 본 고우석은 어떤 투수일까. 김 위원은 “2022시즌의 포심 패스트볼 구위를 선보인다면 샌디에이고 마무리 투수로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이 2023시즌 초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이전 시즌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는데 몸 상태를 회복해서 주무기인 포심의 구위를 찾고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 즉 포심을 던졌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변화구를 시험하면서 타이밍 싸움을 해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시즌 초반에는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다.”
김 위원은 “고우석이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보직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알려진 바로는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 로버트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경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경쟁 관계가 고우석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김 위원은 자신의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5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했을 때 당시 (김)병현이가 콜로라도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게 그 팀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병현의 존재로 인해 내가 구단, 선수들, 미디어에 녹아드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고우석도 김하성의 존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하성이 고우석의 적응을 적극 도울 것이고, 선수들한테 조금 더 쉽게 다가가도록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오승환의 첫 보직은 중간 계투였다. 6회, 7회 등판해서 좋은 구위를 선보이다 그해 7월 마무리로 승격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고우석이 오승환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포지션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맡은 보직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면 자신의 고정 자리가 생긴다. 첫해에 자신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쫓기는 마음도 클 텐데 그런 경험과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고우석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LG 트윈스의 김경태 투수코치는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먼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LG 트윈스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나왔다.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투수코치다 보니 고우석의 빈자리를 어떤 투수로 대체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벌써 부터 고민이 크다.”
김경태 코치는 고우석의 멘탈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주위에선 (고)우석의 멘탈이 약하다고 걱정하는데 우석이는 멘탈이 약한 선수가 절대 아니다. 경기 중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이 제구 안될 때 표정 변화가 나타난다. 즉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싶은 욕심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멘탈로 연결됐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이미 충분히 수정 보완했다고 본다.”
김 코치는 고우석이 지난 시즌 WBC 대표팀 이후 이런저런 부상을 경험하면서 기량이 저하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선수들이 부상을 입으면 아무래도 흔들림을 보인다. 그게 지난 시즌 성적으로 이어졌다. 포심이 날렸고, 빠른 슬라이더가 높게 형성됐다. 즉 몸이 안 좋으면서 밸런스에 문제가 나타났다. 그러나 올겨울 잘 준비해서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린다면 2022시즌의 고우석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포심도 좋지만 고우석의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 잘 통할 수밖에 없다.”
김 코치는 시즌 초반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고우석이 필승조냐 마무리를 맡느냐에 관심을 두기보다 시즌 초반 몇 경기에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느냐가 시즌 전체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마무리로 마운드에 오를 경우 상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할 텐데 그때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믿고 던져야 할 것이다. 고우석 입장에선 모든 타자들이 KBO리그 상황에서의 외국인 타자들이다.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할 것이다.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자신감 있게 달려들었으면 좋겠다.”
고우석의 몸 상태를 훤히 꿰고 있는 LG의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고)우석이의 몸 상태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부상 이슈가 있었지만 어깨도, 허리 쪽도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았다. 야구와 관련해선 내가 코멘트할 게 없지만 몸 상태나 컨디션 여부는 충분히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김용일 코치는 류현진의 개인 트레이닝 코치로 LA 다저스에서 보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우석이가 정말 좋은 직구를 갖고 있고, 아무리 안 좋아도 155km/h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런 좋은 직구와 제구되는 변화구를 사용한다면 공격 성향이 강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승부할 때 유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우석이가 LG를 떠나는 건 아쉽지만 선수의 꿈과 도전은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서면서 LG 구단이 고우석의 몸 상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제출해야만 했다. 김 코치는 “이전 무릎 수술한 자료까지 다 챙겨 보냈다”면서 “까다로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것만 봐도 고우석의 몸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것 ”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뒤 7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354경기 368⅓이닝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19년 65경기 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로 LG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커리어 하이 달성과 함께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 시즌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2022(2023년 개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최고의 2023시즌을 마무리했고, 마침내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이뤘다.
샌디에이고와 계약 후 팀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고우석은 1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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