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웨이크 대표 “기후변화로 원두 가격 치솟아도 영향 없어…맛·향·카페인까지 모두 대체 가능”
최근 성수동에서 열린 국내 최초 대체커피 브랜드 ‘SANS’ 팝업스토어에서 대체커피를 마셔본 A 씨 후기다. 최근 대체커피가 새로운 글로벌 산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건(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는 대체육 시장에 이어, 동물성 유제품을 식물성 유제품으로 대체하는 대체유 시장도 열리고 있다. 다음 대체식품 트렌드로는 ‘대체커피’가 꼽힌다.
대체커피 출연 이유로 지구 온난화가 가장 중요하게 꼽힌다. 대부분의 커피는 적도에서 북위 25도, 남위 25도 사이에 해당하는 ‘커피 벨트’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커피 벨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원두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대체커피 시장 규모가 2022년 27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에서 2030년 53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대체커피 업계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2023년 9월 코트라의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이 발간한 ‘미국, 급성장하는 대체커피 시장에서 찾는 기회’에 따르면 대체커피 업체 ‘MUD/WTR’의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무려 10430% 증가해 미국 소비재 기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건강한 대체커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8년 설립된 기업이다. 대체커피 브랜드 아토모 커피(ATOMO COFFEE)는 2000억 원 밸류로 500억 원 이상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다만 매출 증가와 거액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커피 맛과 향을 ‘제대로 대체한’ 대체커피는 출시되지 않고 있다. MUD/WTR은 사실상 홈페이지에서만 판매 중인데, 가격도 일반 커피에 비해 싸지 않다. 2022년 6월 거액 투자를 받은 아토모 커피는 대체커피 3종을 캔음료로 출시했으나 ‘기존 커피에 비해 맛이 없고, 목넘김이 거북하다’는 반응 끝에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아토모 커피는 차기 상용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대체 커피는 일상적으로 카페에서 마시는 일반 커피와 달리 일회성 이벤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게 국내 기업 웨이크(WAKE)다. 리얼리티 예능 ‘더 지니어스’에서 준우승했고 SBS ‘검은 양 게임’에 출연해 화제가 된 김경훈 씨가 웨이크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1월 4일 일요신문과 만난 김 대표는 “2023년 12월 대체커피 브랜드 SNAS 론칭 이후 매년 3배씩 성장해 대체커피 시장 1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이후 스타벅스 경쟁자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체커피라고 하면 아직 생소하다.
“대체커피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 초반 나폴레옹이 영국 견제를 위해 대륙봉쇄령을 선포하면서 커피콩 수입이 불가능해졌다. 이때 커피 애호가였던 나폴레옹이 왕실 주방장에게 커피 맛을 내는 무언가를 만들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왕실 셰프들은 커피콩을 치커리 뿌리 등으로 대체해보려 했지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대체재로 구현해내는 데 실패했다.”
—웨이크는 입욕제, 건강기능식품 등을 주요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체커피 사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가 뭔가.
“커피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커피 가격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저가 커피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커피 원두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맛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물 시장에서 커피 원두 가격은 5년 동안 10배 올랐다. 현재 기후 변화 트렌드가 지속되면 10년 뒤에는 커피 값이 매우 크게 상승한다. 커피는 일상 소비재인데 어느 순간 가격이 부담스러운 영역에 다다를 것이다. 또한 커피는 임산부가 마시기 어렵다. 위장에 좋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카페인은 커피를 선택하는 이유기도 하지만, 불면증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대체커피라는 건 앞으로 유의미한 흐름이라고 봤다.”
—사람들이 일반 커피 대신 대체커피를 선택할 만한 이유로 ‘환경’ 외에 무엇이 있는가.
“‘제로카페인’이다. 대체커피는 커피콩을 사용하지 않고 대체 농작물을 활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디카페인’ 커피와 달리 카페인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현재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이 기존 커피에 비해 덜 들어있을 뿐 어느 정도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제로슈거’ 트렌드에 이어 대체커피를 통한 ‘제로카페인’ 트렌드가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한다.”
—커피를 넣지 않고 커피 맛을 어떻게 재현했나.
“자세한 공정 비결을 말할 수 없지만 수많은 실험과 실패가 있었다. 전국 내로라하는 유명 바리스타들을 섭외해 대체커피를 개발하고자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래서 직접 바리스타 학원에서 센서리, 브루어리, 로스터리 등 중요한 자격증을 다 땄다. 수천 개가 넘는 다양한 재료를 써보고 수백 개 가공방법을 테스트하며 커피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해내기 위해 2년 넘게 노력했다. 커피 기술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에서 사용되는 가공과 추출 방식들을 가져와서 섞었다. 그 결과 지난 수백 년 동안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았던 커피 맛과 향을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인터뷰 자리에 커피 애호가이자 IT업계 종사자 임 아무개 씨를 초청해 SANS 커피를 일반 커피처럼 속여 마셔보게 했다. 김 대표가 직접 제조한 SANS의 카페라떼를 마셔본 임 씨는 커피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전까지 대체커피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일반 커피와 차이가 거의 없다’고 놀라워했다.
—브랜드명 SANS는 무슨 뜻인가.
“프랑스어로 ‘없다’는 뜻의 전치사다. 대체커피에는 커피콩도 없고, 로스터리도 없고, 카페인도 없고, 기후 변화에 의한 가격 영향도 없다. 그래서 SANS 슬로건은 ‘화성에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커피’다. SANS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하우스 스마트팜 재배가 가능한 농작물로만 엄선되어 채택되었다. 화성에서도 스마트팜 재배를 통해 대체커피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많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직장인이 많지 않나.
“대체커피는 기본이 ‘제로카페인’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체커피에 넣어 줄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부스터를 개발했다. 그중 하나가 ‘카페인 대체재’다. 잠이 깨는 것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대체커피에 카페인부스터를 추가해줄 수 있고, 때문에 한 컵의 커피에 들어가는 카페인 양도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다. 카페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구현이 가능하다. 그 예가 ‘잠이 잘 오는 커피’. 잠자기 직전 고객들은 대체커피에 테아닌 등 수면에 도움을 주는 부스터를 넣을 수 있다. ‘잠을 깨기 위해 먹던’ 기존 커피보다 수백 가지 기능성을 가진 음료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나.
“SANS는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됐다. 아직까지 전 세계 대체커피 기업 중 커피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해낸 사례가 없다. 네슬레, 아토모 등 해외에서 출시된 제품들과 블라인드테스트를 수차례 진행했는데, SANS 맛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 시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12월 23일 글로벌 커피 브랜드 S 사와 비슷한 로고를 박은 푸드트럭으로 SANS 팝업스토어를 열어 S 사에서 내용증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뭔가.
“대체커피라는 선입견 없이 완벽하게 객관적인 조건 아래에서 평가 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S 사 로고를 활용한 것은 S 사 로고가 ‘커피 산업’을 대변하는 심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팝업스토어는 고객들이 음료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대체커피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실험은 대성공을 거뒀다. 영하의 날씨에 50m 이상 줄을 섰다. 400잔을 테스트했고, 400명의 고객 가운데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대체커피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헀다. 심지어 400명 중 대다수가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들보다 맛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예정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대체커피 브랜드인 만큼, 흥미로운 사회적 실험들을 다양하게 진행해볼 예정이다. 그리고 올 3~4월 중 성수동에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디카페인’ 시장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이고, 장기적으로는 전체 커피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다(SANS).”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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