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
하이에어는 국내 중소도시를 잇는다는 목적으로 하이글로벌그룹이 2017년 설립한 항공사다. 2019년 12월 소형항공운송사업자 운항증명을 받고 운항을 시작했다. 울산공항을 거점공항으로 한 하이에어는 김포~양양, 김포~제주, 김포~울산, 김포~사천, 김포~무안, 무안~제주, 사천~제주, 울산~제주 등 국내선 노선을 운항했다. 지난해에는 무안~일본 기타큐슈를 오가는 국제선 노선에도 취항했다. 하이에어는 국내에서 유일한 여객 목적의 소형항공운송사업자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사이에서 하이에어는 초저가 전략을 폈다. 하이에어 운임은 KTX 요금 수준으로 책정됐다. 좌석 공간도 상대적으로 넓어 편의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에어가 도입한 3대의 ATR 72-500 기종은 비행기 날개가 동체 위에 있어 시야가 가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이에어는 흑산도와 울릉도 등 도서지역에 취항해 틈새시장을 뚫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하이에어는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하이에어는 지난해 9월 14일 회생신청을 하고 같은 달 22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하이에어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12월 15일까지였다. 하지만 12월 11일 하이에어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하이에어는 2019년 운항 이후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말 기준 회사의 부채 총계는 536억 원이다. 2022년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치면 54억 원에 불과하다. 항공업계에서는 하이에어가 비용 대비 운임이 저렴해 수익성을 제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여행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회생신청 이후 하이에어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하기 전 M&A(인수합병) 계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봉규 문앤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회생인가 과정에서 기업들은 M&A, 투자 유치, 주식 전환 등의 여러 수단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인가받지 못하면 파산 선고를 받을 수 있다.
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및 하이에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이 접수 기한이었던 공개경쟁입찰은 유찰됐다.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에어는 현재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2차 매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26일 하이에어는 서울회생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안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이에어 내부 관계자는 “1차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은 아니었다. 현재 물밑 작업으로 관심을 보이는 업체와 일대일로 접촉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나 항공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다. 관건은 가격”이라고 귀띔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2월 설날 전후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을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 몇 군데를 물색 중”이라고 했다.
#소형항공사 사업 전략 국내에서 통할까
하이에어 매각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소형항공사의 한계 탓이다. 항공 사업에서는 국제선 여객과 화물 등에서의 수익이 중요하다. 하이에어는 국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가 없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동 수요가 많은 해외 공항 취항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슬롯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FSC·LCC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하이에어 운항증명(AOC)도 재발급 받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31일자로 하이에어의 운항증명 효력은 정지됐다. 같은 해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두 달간 항공기 운항을 하지 않아서다. 항공안전법 제90조 7항은 운항증명을 받은 항공운송사업자가 60일을 초과해 연속으로 운항을 중지하면 운항증명 효력 정지를 명령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추후 안전운항체계에 대한 검사를 거쳐 항공기의 안전운항이 가능하다고 인정되면 효력정지가 해제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운항증명을 다시 발급받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나가니 부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울릉공항이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흑산공항은 2027년, 백령공항은 2029년 개항이 목표다. 이들 소형공항에는 소형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다. 또 지난해 말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형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좌석 수가 국내선 노선에 한해 현 50석에서 80석까지 확대됐다.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변수도 있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LCC는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라 수익이 보장만 된다면 (소형기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된 상황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이에어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여객 중심의 소형항공사 운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2009년 설립된 국내 최초 소형항공사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경영난에 2019년 말 운항을 중단했다. 또 다른 소형항공사 에어포항, 에어필립 등도 경영난 탓에 운항을 중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소형항공사의 사업성에 회의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이에어가) 매각되더라도 인수자가 전략을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운항증명 편의 받으려다…’ 윤형관 대표 1심 1년 징역형
2022년 윤형관 하이에어 대표는 2019년 운항증명 발급 과정에서 지방항공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윤 대표는 지난해 11월 뇌물공여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에어가 운항증명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9년 5월 윤 대표(당시 총괄부사장)가 소형항공 운송사업등록과 운항증명 등 인증총괄업무를 담당한 부산지방항공청 공무원에게 현금 200만 원과 5만 6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됐다.
윤 대표는 ‘뇌물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이나 묵시적 의사표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무담당자가 주선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전형적인 금품의 공여와 수수 행태로서,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운항증명 취소 사유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운항증명을 받으면 운항증명이 취소된다.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는 “소형항공사도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만 구체적인 판단은 지방항공청에서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에어에 당장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이미 하이에어의 운항증명 효력이 종료돼서다. 또 피고인과 검사는 모두 항소했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항공청 한 관계자는 “뇌물을 주고 운항증명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연관이 돼 있으면 운항증명 관련된 부분도 다시 판단될 수 있다. 최종 판결이 확정된 후 처분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치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