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미국 대선 시기 영향력 과시 꿈꾸지만…남북 채널 깨고 일본 기시다엔 ‘각하’ 예우 의미심장
1월 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주요 군수공장 현지지도에서 언급한 발언을 소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 주적으로 단정한다”면서 “대한민국이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북한) 주권과 안정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강경한 메시지를 띄우며 2024년을 맞이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내 정치권을 향해 ‘강대강 대치’ 의지를 명확하게 피력했다.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활용하면서 대남 도발 가능성을 암시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강대강 대치 의지를 피력한 뒤 북한군은 1월 5일부터 7일까지 연평도 북쪽 해역에 포사격을 실시했다.
2023년 12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5차 전원회의에서 나온 김정은 발언을 소개했다. 김정은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면서 유사시 핵무기 활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12월 30일 열린 조선노동당 제5차 전원회의에서도 김정은은 “미국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 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 고착됐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치권을 향한 적개심도 내비쳤다.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은 “역대 남조선 위정자들이 들고나온 대북정책, 통일정책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 제도를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우리(북한) 조국통일노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했다”면서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입장에서 2024년은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 할 해”라면서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이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런 선거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지금 김정은과 북한 상황을 보면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사회 관심을 받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김정은이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중동과 러시아로 향해 있는 형국이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북한이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없는데, 전쟁은 절대 할 수 없는 외통수다. 그 가운데 강도 높은 심리전을 쥐어짜내는 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국제 정치권에서 대북 기조가 결정될 만한 중요한 이벤트가 여럿 있는 가운데, 존재감이 미약해지니 ‘통일 불가’, ‘영토 평정’ 같은 자극적인 단어로나마 관심을 끌어보려는 형국”이라고 부연했다.
김정은 행보 중엔 또 하나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적극적인 대일 스킨십에 나섰다는 점이다. 1월 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일본 노토반도 지진 피해 위로 전문을 보냈다. 전문 속에서 김정은은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며 예우를 갖췄다. 그러면서 지진 피해에 대한 동정 및 위문을 표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남북 소통 채널 자체를 파기한 상황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양상”이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약화할 공략 포인트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점찍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 북한군은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완충구역에 포격을 실시했다. 1월 5일 200여 발, 1월 6일 60여 발, 1월 7일 88발 정도 포탄이 연평도 인근 해역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월 7일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문을 통해 “(한국군이) 이번에 우리가 던진 미끼를 한번 씹어보지도 않고 통째로 꿀꺽 삼켜버렸다”고 했다. 포격이 아니라 폭약을 터뜨렸는데, 그 폭약소리에 한국군이 반응하며 완전히 속았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군 깡패들의 오판과 억측, 억지, 오기로 예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되는 경우 1000만 이상 인총이 북적이는 서울이 어떤 위협에 노출될지 생각해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즉강끝(북 도발 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 원칙’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보탰다. 김여정은 “(즉강끝 원칙이)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선 1월 2일 김여정은 담화문을 통해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 일상사가 된 건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공로”라고 했다. 김여정은 윤 대통령을 “(북한) 군사력을 키우는 데 공헌한 특등 공신”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심리전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과 관련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철들지 못한 김정은 남매 애들 같은 장난에는 무관심이 약”이라면서 “저질 선동과 심리전 대응법은 어렵게 찾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북도서 지휘관 출신 전직 군 관계자는 “북한 지도부가 ‘간보기’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했는데, 우리 군 반응 속도와 기술 수준에 약간 놀란 감이 있다”면서 “두려움을 감추는 차원에서 더욱 강경한 어조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도 ‘북한은 원래 그래’라는 인식이 자리잡히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바라봤다.
‘백두혈통’ 핵심 멤버로 부상하고 있는 김주애는 여전히 김정은과 밀착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는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면서 “김정은이 아직 젊고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월 8일 김정은은 김주애를 대동해 현지 지도에 나섰다. 이번엔 민생 경제 분야인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닭공장을 함께 방문했다. 이번 현지지도를 계기로 그동안 군사 분야에 집중됐던 김주애 동행이 민생 경제 영역으로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주애를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 김여정, 현송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보다 앞서 소개했다. 사실상 북한 내 2인자 입지를 과시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김여정이 2인자로 거론됐던 점을 비춰보면, 최근 1년 사이 김주애 존재감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후계구도 관련 템포를 높이고 있다”면서 “미성년자인 김주애를 4대 세습 길목에 전면적으로 노출한 것인데, 권력 세습은 다음 대에도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국정원은 김정은 건강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북한 사회 비주류인 여성인 데다 미성년자이기까지 한 김주애를 지속적으로 후계구도에 부각시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김정은 본인이 느끼기에 후계구도가 공석이라는 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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