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0 재현 자료 다수, 논문은 수정 중”…샘플 공개 관련해선 “특허 문제 있어서 어렵다”
이 대표는 2023년 7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LK-99 논문을 공개한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이 대표는 "저항이 0이 되는 재현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확인한 바로는 127도까지 (저항 0) 측정이 된다"며 초전도체 양산과 상업화까지 고려해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이날 강조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체로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영하 수백℃) 혹은 높은 압력이라는 조건이 필요해서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확신에 찬 발언을 했지만, LK-99의 초전도체 여부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객관적인 검증 절차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APL(Applied Physics Letters)에 제출한 논문과 관련해 "학자들이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해서 리젝트(Reject·게재 불가) 됐다가 저희 어필이 받아들여져서 (심사가) 길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점도 의문을 키우는 대목이었다. 이 대표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제3의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받을 생각"이라고만 밝혔다. 검증 방법과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LK-99 샘플 공개와 관련해선 "기업이라 특허 문제가 있어서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석배 대표는 이날 오후 연세대 대우관에서 열린 연세대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학배 연세대 양자산업융합선도단 단장은 "퀀텀에너지연구소 물질에 관한 상용화 연구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 주제 후보는 신물질 양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 시뮬레이션, AI 기반 신후보 물질 특성 탐색·예측 등이다. 이 단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다. 윤석열 대통령 아버지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제자로도 알려져 있다.
연세대가 오는 6월 국내 최초로 가동하는 양자컴퓨터도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석배 대표는 "실험에서 증명한 게 아니라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계산한 특허를 미국에서 받아주기 시작했다"며 "연세대와 같이 첨단 인프라를 이용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컴퓨터다. 복잡한 화학 반응 시뮬레이션에도 활용된다.
이 대표는 이날 연단에 올라 "학자라고 한다면 논문으로 이야기하는 게 맞는다"며 말문을 열며 이제까지 공개 발언을 아낀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아직 (논문이) 리비전(Revision·수정) 상태다. 논문에 들어간 자료는 제쳐놓고 지금까지 해왔던 내용과 성과를 간략히 말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스승인 고 최동식 고려대 명예교수에 관한 상세한 소개부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최 교수가 주장했던 전자 액체론을 LK-99의 이론적 기반으로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자유전자가 액체처럼 행동하는 현상으로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주장했었다. 주류 학계의 초전도체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최 교수는 초전도가 액체의 점성과 연관이 있다는 직관을 갖고 이쪽(초전도체 연구)에 매진했다"며 "초전도는 너무 어려운 영역이라 학계 외면을 받았다. 최 교수가 정년(퇴임)을 한 2008년 연구실에서 창업을 했다. 최 교수가 퀀텀에너지연구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LK-99를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발견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구로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 교수는 1991년부터 차근차근 학회에 발표를 해왔다. 협업자를 구하려고 했는데 동지를 못 만났다. 그래서 최 교수가 '실험실로 전환하겠다. 개발을 직접 해보겠다'고 해서 1994년부터 세팅을 하면서 실험을 해왔다. 1996년 처음으로 고분자에서 초전도 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그 이후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시도를 했다. 1999년 실낱같은 희망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이 값은 너무 작았다. 1톤 정도 만들면 (초전도체가) 1mg 정도 나올까 말까 했다. 분리하기도 참 어려웠다. (초전도체) 합성을 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라 우선 합성에 집중했다"며 "2019년 자료를 얻게 됐다. 그거를 깔끔한 형태로 공개하는 진행을 해왔다. 그다음에는 양산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하니까 고체 합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LK-99 저항값을 측정한 방법을 소개하는 한편 저항을 측정하는 동영상을 여러 개 공개했다. 실험 데이터에 신빙성이 없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8월 LK-99를 구리에 발라서 저항을 측정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LK-99는 국내외 연구기관의 재현 실험에서 구리보다 저항값이 크게 측정돼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반박하는 실험 결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국내외 연구기관 LK-99 재현 실험에서 초전도 특성이 발견되지 않은 결과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이 대표는 "이 물질은 벌크하게(덩어리로) 만들면 스리디멘션(3차원)으로 어레이(배열)가 달라진다. 원디멘션(1차원)으로 있어야 전류가 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며 "저희도 (저항 0) 측정이 잘 안되다가 샘플 가운데 기둥을 하나 더 박아서 디멘션을 낮추는 방법을 썼다. 전류가 흐르는 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저희도 반복적으로 재현하면서도 원디멘션으로 있는 건 어렵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23년 7월 아카이브에 논문을 갑자기 공개한 것은 "저희가 사과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 교차 검증 중 논문이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카이브 논문 공개 이후 LK-99 조성(화학식)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카이브에 올라갔던 것은 심플하게 계산한 것"이라며 "교차 검증 중 (조성을) 다시 쓰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LK-99 조성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LK-99) 구조 안에 원자 자리가 41개다. 조성에 변수가 너무 많다"며 "양자컴퓨터로 계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배 대표는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지난해 나간 뒤 별개의 초전도체 사업 추진을 선언한 권영완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연구교수, 김지훈 박사에 대해서도 이날 언급을 피했다. 이 대표는 "LK-99는 퀀텀에너지연구소 고유의 자산"이라고만 했다. LK-99 연구 과정을 설명하면서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와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 이름을 여러 차례 자연스럽게 언급한 것과 대비됐다. 오 교수는 이날 선포식에도 참석했다.
권영완 교수와 김지훈 박사는 자신들이 LK-99 특허 출원인으로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권 교수는 2023년 12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박사가 LK-99 합성 방법을 개발했고 제가 데이터 분석과 논문 작성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권 교수를 두둔하면서 "이 대표는 LK-99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한 일 외에 한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교수와 김 박사는 2023년 11월 16일 초전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한 코스닥 상장사 충북방송(씨씨에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권 교수는 2023년 12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 등과 함께 2021년~2022년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LK-99 논문을 투고했지만 게재에 실패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권 교수는 "네이처에서 후속 데이터를 계속 요구해 데이터를 보강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받고 더 이상 진행이 안 됐다"며 "사이언스에서는 점수가 낮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APL 논문 제출과 관련해선 "원래 그 저널이 한 달 만에 나온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석배 대표는 이날 특허 분쟁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LK-99의 초전도체 여부 논란에 대해서도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 대표 대신 이학배 단장이 나서서 "여기서 잘못 말하면 쓸데없는 논쟁이 생긴다"며 "학술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학술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답변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꿈이 과감하고 허무하더라도 돌만 던지지 말아주길 바란다", "이 대표가 중국 사람한테 납치될까 걱정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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