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들은 2023년 12월 완공된 인천 송도 스마트스퀘어에 대한 허위광고 및 사기분양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대행사 직원들이 가천길재단이 B동 건물 대부분을 사용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며,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인천 송도 스마트스퀘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밝혔다. 분양대행사인 C 업체는 한토신이 선정했다. 비대위는 시행사 한토신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BRC 사업, 과거 특혜 논란에 환매 조치까지
BRC(Bio Research Complex)는 가천길재단과 IBM, 인천도시개발공사가 합작해 자본금 126억 원 규모로 2009년 4월 설립됐다. 송도 5·7공구 내 20만 7000㎡(약 6만 2727평) 부지에 총 8200억 원을 투입, 바이오 관련 연구단지와 생산기반 시설인 아파트형 공장 등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는 게 목적이다.
스마트스퀘어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203-5에 위치한 업무·상업복합시설이다. A·B동 2개 빌딩으로 각각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다. 완공 시기는 2023년 12월이다. 해당 토지 소유주이자 위탁사는 BRC, 시행사는 한토신, 시공사는 영동건설이다.
스마트스퀘어는 분양 시작 2개월 만에 완판됐다. 분양가가 저렴해 인기가 많았다. BRC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으로부터 연구단지 건립을 목적으로 1평(약 3.3㎡)당 조성원가인 158만 3000원에 매입했기 때문이다.
BRC는 과거 특혜논란이 있었다. 2009년 2월 인천경제청이 BRC 사업내용을 수정했고 인천시의회가 이를 승인했다. BRC는 부지 계획에 당초 목적인 연구단지뿐만 아니라 아파트형 공장과 업무 편의시설까지 포함시켜 막대한 개발이익을 올리려 했다.
2009년 BRC 설립 초기 지분율은 가천길재단이 82.9%, 인천도시개발공사가 16.6%, IBM이 0.5%였다. 이후 외국기업 IBM에 대해 지분이 적고, 허울뿐인 참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지분율은 가천길재단 79.4%, 인천도개공 15.9%, IBM 4.7%로 조정됐다.
인천경제청이 환매 조치를 한 적도 있었다. BRC가 장기간 부지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수익이 나는 아파트형 공장·기숙사·상가 등으로 이뤄진 스마트밸리 지식산업센터 개발만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송도동 204·205·206번지 땅 8만 4380㎡(2만 5570평)가 환매됐다.
#“분양대행사, 가천길재단 입주한다 설명”
수분양자들은 스마트스퀘어 분양 물량이 완판된 또 다른 요인으로 “B동 대부분 가천길재단이 사용하고 직원 2200여 명이 근무한다”는 분양대행사 측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가천길재단이 사용하기로 예정돼 있기에 B동 분양을 안 한다”는 설명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영향 탓인지 인천 송도 소재 여러 부동산 중개업소도 “B동 대부분을 가천길재단이 사용한다”는 요지의 홍보 내용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다.
다음은 2021년 12월 중순 인천 송도 스마트스퀘어 계약 현장에서 수분양자 박 아무개 씨가 분양대행사 직원 A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중 일부다.
분양대행사 직원 A 씨: 그러니까 보세요. 여기에 업무시설이, 회사가 들어와요. 여기가 OO산업 부지거든요. 회사가 들어오고, 지금 여기 우리가 서있는 데 있잖아요? 여기가 가천길병원 재단에서 건물을 하나 또 지어서 연구시설처럼 들어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쪽이 뭐냐면 업무시설로 둘러싸인 곳이에요. 그리고 이쪽으로는 브레인밸리가 들어와 있고, 그래서 하나, 둘, 세 개가 업무시설로 둘러싸인 거죠. 여기도 다 이게 오피스거든요. 분양하는 오피스. 이것도 오피스. 근데 이거는 분양을 안 하고 요것만 분양을 해요.그러나 완공과 입주를 몇 개월 앞둔 시점에 “가천길재단이 입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은 2023년 6월 수분양자 김 아무개 씨가 분양대행사 직원 B 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중 일부다.
수분양자 박 아무개 씨: 왜 안 해요?
직원 A 씨: 이거는 저기 가천길병원 재단에서 통으로 다 써요. 그러니까 공실이 없는 거지. 그러니까 상가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거예요. 어차피 다 들어오게 돼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보시는….
수분양자 김 씨: 아니, 그때 거기 분양할 때는 길병원 연구센터 직원들 2200명이, 2000명 이상 근무한다고 그래서….비대위는 2024년 1월 5일 시행사인 한토신을 상대로 고소장을 인천 연수경찰서에 제출했다. 분양사기 및 허위광고 혐의다. 분양대행사 직원들의 녹취록도 증거물로 제출했다.
분양대행사 직원 B 씨: 어, 그때 회사에서 그렇게 우리한테 얘기를 했거든.
김 씨: 그렇게 얘기했는데 안 된 거면 그게 사기지. 그러면 그게 안 사기야, 그게? 그래서 내가 그쪽을 산 거지. 그러면 그쪽을 누가 사냐고? 지금 입주지원팀에서 전화 왔더니 무슨 자기 처음 듣는 얘기라고 그러면서 얘기를 하는 거야.
직원 B 씨: 한번 저도 본부장님한테 물어볼게요. 사장님!
(중략)
김 씨: 입주지원팀 그 팀장이라는 사람이 전화 왔어. 그래서 입주지원팀인데 이런 상황에서 전화상에서 직접 들어오실, 임대를 놓으실 건지 사용을 하실 건지? 하면서 물어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거기서 거기 길병원 연구 직원들이 거기 들어와서 근무를 한다는데, 그렇게 되냐?” 그랬더니 아니라고 얘기하더라고.
#한국토지신탁 “재단 입주 홍보 안 해”…BRC “드릴 말씀 없다”
비대위는 B동에 공실이 많고 내부마감 공사가 덜 된 상태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준공 승인 취소와 입주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스퀘어 사용승인 기관인 인천경제청에 스마트스퀘어 인·허가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이를 거절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분양광고엔 관련법에 따라 필수적으로 기재할 사항이 다 포함돼 있었다. 특정 업체가 입주한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분양신고 접수 당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어 “분양사기 논란은 당사자들이 사법기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행사인 한토신 관계자는 “가천길재단 입주에 대해 홍보를 하거나 홍보물에 기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 측이 제출한 녹취록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는 사법기관이 진위를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토신이 선정한 분양대행사 C 업체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BRC 측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