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예금만 24억 현금 유동성 최고…이낙연·이준석 등 현역 의원 확보 사활 걸어야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들이 현역 의원 확보, 빅텐트 구상 등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부터 선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자금력, 20명의 현역 국회의원을 발판으로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양향자·금태섭 신당 창당 완료
현행 정당법상 신당을 창당하려면 창당준비위원회를 설립한 뒤 전국 5개 이상 지역에 시·도당을 창당해야 한다. 시·도당 창당을 위해선 각각 1000명 이상 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당원들과 함께 시·도당별로 창당대회도 열어야 하고, 일간지에 공고한 뒤 중앙당 창당대회까지 열면 창당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과정엔 돈이 필요하다. 우선 각 시·도당과 중앙당 사무실 임차 보증금이 있어야 한다. 매달 사무실 임대료와 당직자 급여를 줘야 한다. 일간지 공고부터 시·도당별, 중앙당 창당대회 개최까지 비용이 든다. 총선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당 운영비뿐 아니라 정책개발비와 선거공보 제작비, TV광고 비용, 방송연설 비용, 문자메시지 전송 비용 등 투입돼야 하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
2016년 국민의당 창당 비용은 3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2월 7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민의당 창당 비용을 혼자 부담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2016년 총 1629억 원의 재산을 신고하며 국회의원 재산 1위에 올랐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2007년 창조한국당을 창당하고 17대 대선에 나서면서 74억 원의 개인 재산을 창당 자금과 선거비용으로 냈다.
총선을 앞두고 창당을 완료한 3지대는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다. 양 대표는 2023년 6월 26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고, 5개 시도당 창당을 거쳐 8월 28일 창당을 완료했다. 금 대표는 2023년 9월 19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한 뒤, 12월 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세 번째 권력’ 그룹과 공동 창당을 선언했다. 12월 11일 창당을 완료했다.
금태섭 대표는 3지대 중에선 가장 많은 자금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금 대표는 2020년 재산 82억 4699만 원을 국회에 신고했다. 이 중 건물이 49억 7600만 원, 토지가 23억 235만 원이었다. 공직자 재산신고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4년이 지난 만큼 부동산 가치가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금 대표와 손을 잡은 류호정 의원은 2023년 2억 3272만 원 재산을 신고했다. 금 대표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류 의원은 정의당 비례인 만큼 현역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
양향자 대표는 2023년 재산 45억 2878만 원을 국회에 신고했다. 이 중 예금만 24억 원에 달한다. 현금 유동성이 좋다는 뜻이다. 양 대표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15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다만 본인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현역 의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2023년 6월 19일 양 대표가 창당을 앞두고 “현역 의원 5명 이상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것과 대조된다. 결국 양 대표 홀로 모든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준석·이낙연 ‘곳간’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신당 창당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3년 12월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가칭)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1월 3일부터 온라인으로 당원 모집을 시작해 7일 기준 4만 명을 넘어섰다. 1월 20일 전에 창당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직 의원들이 합류하긴 했으나, 현역 의원은 합류하진 않은 상황이다. 개혁신당 측에선 “여야 현역 10여 명이 합류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가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2020년 제21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재산 3억 8102만 원을 신고했다. 개혁신당에 참여한 이들이 십시일반을 할 여력은 있다. 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42억 9720만 원 재산을 국회에 신고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21대 총선 당시 재산 9억 981만 원을 신고했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이준석이 정당을 끌어나갈 돈이 있느냐, 사람이 있느냐 설왕설래한다”며 “3000만 원으로 전당대회를 승리하는 방식이 정치개혁의 실증적 사례였던 것처럼, 나눠줄 돈과 동원할 조직 없이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정치의 문화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하실 때 십시일반의 밥 한 숟가락씩만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1월 11일 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전날 10일 먼저 탈당을 선언한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현역 의원 3명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반면 친이낙연계이자 ‘원칙과 상식’ 소속인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 잔류를 택했다. 친이낙연계인 이병훈 이개호 민주당 의원도 신당 창당에 반대하고 있다. 향후 현역 의원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2021년 3월 재산 약 30억 원을 신고했다. 당시 본인 예금이 1억 3507만 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담보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6월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경선을 뛰었고, 2022년 6월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등 돈을 벌기보단 쓰기만 한 상황이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2023년 국회에 △김종민 6억 1775억 원 △조응천 46억 7661만 원 △이원욱 15억 4192만 원을 신고했다.
이 밖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기치로 ‘개혁연합신당’을 추진 중이다. 열린민주당과 사회민주당이 합류했으나, 자금력을 지닌 당은 아니다. 기본소득당 곳간도 넉넉한 사정은 아니다. 용 대표는 2023년 국회에 재산 5억 3414만 원을 신고했다. 용 대표 이외에 현역 의원 합류 가능성도 낮다. 용 대표가 반이준석 기치를 내건 만큼 이준석 이낙연 중심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는 ‘3지대 빅텐트’에 합류할지도 미지수다.
#현역 의원 확보 사활 걸어야
현역 의원 1차 모집 마감 시기는 2월 15일이다. 이날 선관위는 1분기 경상보조금 100억 원 이상을 각 당에 배분한다. 현행 경상보조금 배분 기준에 따르면 전체 보조금 가운데 50%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의 5%씩 지급한다. 나머지는 의석수와 득표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총액의 2%를 준다. 국민의당은 2016년 2월 15일까지 17석으로 교섭단체 지위 확보에 실패하면서 보조금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2차 모집 마감 시기는 3월 22일 ‘22대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대선, 총선,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엔 선관위가 선거 후보자등록 마감일 후 2일 이내에 선거 보조금을 정당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6년 3월 28일 국민의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덕분에 총 73억 1500만 원의 선거 보조금을 수령했다.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했다면 받을 수 있는 선거 보조금은 27억여 원에 불과했다.
정가에선 ‘3지대 빅텐트’ 구축 여부, 국민의힘과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탈당 뒤 신당 합류 가능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현재 공천 작업이 본격화된 만큼 공천 탈락 전 탈당한 뒤 신당 합류를 선택하는 현역 의원들이 나타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당내 경선에서 패한 예비후보자는 같은 선거구에 출마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경선불복 금지 조항인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이다.
민주당에선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계파 갈등이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여의도에선 민주당 현역 하위 20% 의원들에게 결과를 통보하며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참모, 장·차관, 검사 등이 총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공천 파동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대 양당 모두 현역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살아있는 셈이다.
3지대가 ‘빅텐트’에 실패하고, 총선에서 각자도생을 택한 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정의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후보지원금 43억 원이 그대로 부채로 남았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에서 득표율 5.8%로 선거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총 유효투표수의 15% 이상을 얻으면 선거비용 전액을, 10∼15%이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비례대표 선거는 당선자가 있을 경우 정당이 지출한 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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