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는 발전을 거듭하며 평준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3국이 조별리그를 통과, 토너먼트 무대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도 각각 1승씩을 챙기며 축구 강국을 위협했다. 이들 월드컵 출전 국가 외에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준 차는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력 매체 등에서 내놓는 우승 후보군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 유명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 후보를 일본, 한국, 호주, 이란, 사우디, 카타르 순으로 꼽았다. 한국 대표팀의 경쟁 국가이자 우승권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이들의 전력을 짚어봤다.
#우승 후보 1순위 일본
이번 아시안컵을 놓고 국내에선 한국 대표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외에서는 대부분이 우승후보 1순위로 일본을 내세운다. 균형 잡힌 스쿼드, 꾸준히 이어온 좋은 분위기가 이들을 우승후보로 꼽는 근거다.
일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독일과 스페인이라는 거함을 잡아내며 16강에 진출했다. 또 다른 강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도 대등하게 싸웠고 승부차기까지 치른 끝에 아쉽게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색깔의 축구를 보였다. 수원 FC 지휘봉을 잡은 김은중 감독은 현장에서 당시 일본 경기들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그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요즘 아시아 축구가 많이 올라왔다"면서 "특히 일본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다이내믹한 축구를 선보이며 결과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월드컵 이후로도 일본은 연전연승을 내달렸다. 2023년 3월 열린 남미 국가(우루과이, 콜롬비아)와의 2연전을 제외하면 최근 평가전까지 12경기에서 12승 전승을 기록했다. 그중 독일과 다시 만난 경기에서는 4-1 대승을 거둬 충격을 안겼다. 최근 열린 아시아 국가와의 4경기에서는 최소 5골씩을 기록,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이 같은 호성적에 힘입어 일본은 현재 피파랭킹 20위 이내에 자리를 잡았다(17위). 아시아 최고 순위다.
일본은 이번 대회 26인의 엔트리 중 6명만이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골키퍼부터 최전방까지 선발 11명을 모두 유럽파로 꾸릴 수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부터 잉글랜드의 아스널, 리버풀 등 빅클럽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탄탄한 전력 속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인물은 스페인에서 뛰고 있는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성장하다 일본으로 복귀했던 그는 2019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의 부름을 받고 다시 스페인으로 향했다. 세계 최고 구단으로 불리는 레알의 1군 멤버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으나 거듭된 스페인 내 임대 생활로 리그 최고의 공격자원으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공격 포인트 16개(9골 7도움)를 생산했고 절반이 지난 이번 시즌은 페이스가 더 빠르다(18경기 6골 3도움). 소속팀에서는 주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지만 대표팀에선 중앙 2선에서 공격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본의 우승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회를 앞두고 일부 선수들이 부상을 입는 암초를 만났다. 왼쪽 측면에서 파괴적인 돌파를 선보이는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가 지난 12월 말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과감하게 그를 26인 명단에 포함 시켰으나 토너먼트 단계에서야 그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쿠보 또한 가벼운 부상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요르단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가장 강력한 공격자원 미토마와 쿠보는 모두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더해 핵심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도 지난 12월 대부분을 부상 회복에 할애해 온전치 않은 컨디션으로 전해진다.
#월드컵 분위기 이어가는 호주
호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16강 진출이라는 성공을 거뒀던 지난 월드컵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18년부터 장기간 팀을 이끌며 연속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주의 월드컵 활약은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지역 예선 과정에서 일본, 사우디에 밀려 가까스로 본선 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을 중심으로 월드컵에서 활약한 2000년대 중반,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대 중반에 비해 전력이 약화됐다. 그럼에도 월드컵 16강을 달성하며 아놀드 감독은 4년 재계약에 이르게 됐다.
월드컵 이후 성과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2023년 치른 8경기에서 4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적지 않은 패배를 경험했으나 이 중 2패의 상대는 톱클래스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였다. 도리어 크게 밀리지 않은 경기력으로 패배해 호평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전과 같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간주되지 않는 이유는 선수단의 체급 차이다. 호주 내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이는 해리 수타(레스터 시티)로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장기간 활약해왔다. 이번 시즌에는 경기 출장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럽 변방 또는 중소 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날카롭지 못한 공격력도 약점으로 꼽힌다. 주전 공격수 미첼 듀크(마치다 젤비아)는 월드컵에서의 득점으로 깜짝 스타덤에 올랐으나 득점 능력이 도드라지는 자원은 아니다. 지난 1년간 일본 2부리그에서 뛰면서도 34경기에 나서 10골을 넣는 데 그쳤다. 2015년 대회 우승을 이끈 공격자원들은 대거 대표팀을 떠났다.
#지긋지긋한 '8강 악연' 이란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최대 숙적으로 불리는 일본 외에 또 다른 라이벌로 손꼽히는 국가는 이란이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악연을 자랑한다. 한국과 이란은 1996년 대회부터 2011년까지 5회 연속으로 8강에서 만나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그사이 2-6 패배로 참사를 겪거나 연장전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하는 등 역사를 써내려갔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란이 한국과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과 이란은 각각 E조와 C조에 편성됐다. 각조에서 조 1위에 오르고 16강까지 무난하게 통과한다면 이들은 8강에서 4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한국이 64년간 아시안컵 우승에 목말라 있는 것과 유사하게 이란 또한 장기간 우승 공백이 있다. 아시아 내 가장 강력한 국가로 통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낸 것을 감안하면 1976년 이후 아시안컵 우승이 없는 이란의 대회 성적은 의아한 일이다.
한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아시아 강국으로 통하는 이란이지만 최근에는 그 위용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월드컵 이후 13경기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으나 상대가 대부분 아시아 약소국이었다.
이란의 전성기를 이끌던 '빅3' 메흐디 타레미(FC 포르투),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사다르 아즈문(AS 로마)의 활약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이란에겐 뼈아프다. 이들 모두 한때 유럽 무대에서 두 자릿수 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자한바크시, 아즈문은 최근 소속팀에서 짧은 출전 시간만을 소화하고 있으며 타레미는 올 시즌 득점이 급격히 줄었다. 대표팀에서만큼은 타레미와 아즈문의 골이 꾸준히 터지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기대감 떨어지는 사우디, 카타르
사우디는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세계를 놀라게 한 팀 중 하나다. 최후의 승자였던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충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수비진의 정교한 라인 조절과 공격수들의 날카로운 움직임이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큰 경각심을 안겼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돌풍을 이끈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재계약 이후 5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이라크, 오만 등 아시아 내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상대들에게도 패배했다. 결국 이탈리아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불러들인 이후 반등을 노리고 있다.
국가정책에 맞춰 2027 아시안컵 유치를 확정했고 2034년 열리는 월드컵 유치전에도 나서며 스포츠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늘리는 사우디다. 현재 사우디 프로축구 리그에는 세계 정상급 스타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우디 내 축구팬들에겐 환영받을 일일지 모르지만 대표팀으로선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를 비롯한 스타 공격수 영입의 반대급부로 자국 공격수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스타에 등극했던 살렘 알 도사리(알 힐랄)를 제외하면 다수의 사우디 공격수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그 상위권 팀에는 호날두 외에도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 로베르토 피르미누(알 아흘리), 리야드 마레즈(알 아흘리) 등이 활약 중이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알 도사리의 경우 네이마르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전 대회 우승국이자 개최국 카타르는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 자신들이 개최했던 월드컵에서도 3패를 기록,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였다.
월드컵 이후 이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그 또한 아시안컵 이전 팀을 떠나며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그사이 카타르는 아이티, 파나마 등 약소국에도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스페인 출신의 틴틴 마르케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분위기를 다잡고 있음에도 아시안컵 개막 직전 평가전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패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후보 6개국 비교
국가 | 피파랭킹 | 감독 | 핵심선수 | 2023년 성적 |
일본 | 17위 | 모리야스 하지메(일본) |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 8승 1무 1패 |
대한민국 | 23위 |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 5승 3무 2패 |
호주 | 25위 | 그레이엄 아놀드(호주) | 미첼 듀크(마치다 젤비아) | 4승 1무 3패 |
이란 | 21위 | 아미르 갈레노에이(이란) | 메흐디 타레미(FC 포르투) | 9승 2무 0패 |
사우디아라비아 | 56위 | 로베르토 만시니(이탈리아) | 살렘 알 도사리(알 힐랄) | 3승 1무 7패 |
카타르 | 58위 | 틴틴 마르케스(스페인) | 아크람 아피프(알 사드) | 5승 4무 7패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