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는 수년 전부터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비단 카카오모빌리티뿐 아니라 SK,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도 전기차 충전소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전기차는 2022년 11월 38만 1725대에서 2023년 11월 53만 1812대로 1년 동안 39.32% 증가했다. 국토부는 2030년 말까지 국내 전기차 수가 42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2030년까지 123만 대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카카오내비 앱에서 전기차 충전소 위치 탐색, 충전소 사용 이력 실시간 알림, 간편 결제 등의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차 충전소 사업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경쟁사인 티맵모빌리티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티맵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처럼 티맵 앱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검색, 간편 결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티맵모빌리티는 SK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일렉링크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진출했거나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네이버도 네이버지도 앱을 통해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알려준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만의 장점도 있다. 전기차 충전뿐 아니라 방문세차, 정비 등 차량 관리 애프터마켓 서비스와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지역에 ‘충전패스’를 도입해 자동 주차할인 적용, 충전기 주차면 점유 상태 표시 제공, 자동인증 방식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소프트베리의 전기차 충전소 플랫폼 ‘EV인프라’를 포함한 각 충전사업자의 연동 데이터, 환경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약 25만 대의 충전소 기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 중 약 5만 대의 기기는 각 충전사업자의 관제 서버와 카카오내비를 직접 연동해 QR 간편결제를 구축하고, 실시간 충전 정보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카오내비 앱 사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카카오내비보다는 티맵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관련 정보를 얻어가는 사용자가 많은 셈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맵 앱의 실사용자 수는 △2021년 9월 1266만 명 △2022년 9월 1336만 명 △2023년 9월 1453만 명으로 증가했고, 네이버지도 앱 실사용자 수는 △2021년 9월 1900만 명 △2022년 9월 2051만 명 △2023년 9월 2232만 명으로 늘었다. 반면 카카오내비 실사용자 수는 △2021년 9월 571만 명 △2022년 9월 522만 명 △2023년 9월 475만 명으로 감소했다. 카카오내비로서는 안 그래도 점유율이 낮은데 사용자 수마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티맵모빌리티에 전기차 충전소 관련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JV·2인 이상이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체)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JV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고, 2023년 내 회사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JV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당시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하겠다”고 언급해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당초 계획한 2023년 내 JV 설립은 이뤄지지 못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관계가 최근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사가 더 지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위는 오는 3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다.
JV 설립이 늦어질수록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차 충전소 사업 확장도 지연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JV가 있으면 확실한 파트너를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모델까지 구축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현 사업 모델은 전기차 충전소 운영사와 협업해 충전소 관련 정보와 예약·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전기차 충전소 운영사와의 협업이 필수적이고, 파트너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접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SK그룹의 ‘SK일렉링크’ 현대자동차의 ‘이피트(E-Pit)’ LG그룹의 ‘하이비차저’ 등 경쟁사들은 각자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전기차 충전소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데이터 기술과 플랫폼 역량은 갖고 있지만 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제작이나 관리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충전소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용자들이 플랫폼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며 “직접 충전소 브랜드를 운영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돌파구 급한데…' 프리나우 인수 가능할까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프리나우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프리나우는 2009년 독일에서 설립된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프리나우의 유럽 전역 택시 호출 시장점유율은 80%대로 압도적 1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리나우 지분 80% 인수에 3000억~4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작업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지난해 12월 프리나우 인수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프리나우 인수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수 가격을 수정해 투심위에 다시 제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가를 낮추자 이번에는 프리나우 대주주 측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국내에서 독과점 논란을 겪고 있다. 프리나우 인수로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프리나우 인수 마감 시한은 없으며 입찰 제한 시안 안에 제안서를 제출해 사업 영역, 프로덕트(제품) 운영 전략 등 전반에 걸쳐 논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며 “인수가 무산됐거나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