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연대회의 “‘이선균 방지법’ 제정할 것…더 이상 참담한 일 반복되지 않길”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모인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 발표는 이선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대장 김창수' 등으로 함께한 이원태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배우 김의성이 맡았으며 기자회견의 사회는 생전 고인과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은 배우 최덕문이 맡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민규동 감독과 고인의 절친으로 알려진 장항준 감독, 이선균의 출연작 '끝까지 간다'를 제작한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도 함께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2023년 12월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요구했다. 성명서에는 총 29개 문화예술단체와 송강호 등 배우 2000여 명이 개인 자격으로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 배우 김의성은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최초 보도 후 10월 23일 고 이선균이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 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 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며 "이에 지난 2개월 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인과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으로 함께 한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 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 책임자가 아닌 수사 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 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특히 2023년 11월 24일 KBS 단독 보도에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된 것을 지적하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에 묻는다.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는가?"라고 짚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영화 '대장 김창수'(2017) 등에서 이선균과 함께 한 이원태 감독도 성명서를 통해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체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명확한 입법적 개선을 요구했다.
연대회의 측은 고 이선균 사건을 중심으로 피의사실 공표와 내용 유출 등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입법 노력을 위해 이번 성명서를 국회의장에 전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또 불법적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으로 향하는 언론의 자정 작용을 위해 경찰청과 KBS 측에도 성명서를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협력 단체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저희들의 의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 더 이상 참담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대회의는 고 이선균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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