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행성 게임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김민석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 1일 전격 구속되면서 그의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 ||
각종 사행성 게임 관련 의혹의 핵심으로 부각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현재까지 검찰 수사 및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 각종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실제 사실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한 김 씨가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김 씨의 행적, 특히 게임 산업에 몸담으면서 쌓아온 주변 인맥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및 산하단체인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과정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회의 정책결정 과정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그가 구축해온 인맥은 보통 수준이 아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더구나 검찰의 김 씨 자택 압수수색 때는 이른바 ‘로비 리스트’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씨가 로비 대상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을 의도적으로 파손하고 회계장부와 통장도 찢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 및 주변 인물이 로비 대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그 스스로 드러내 보인 셈이다.
김 씨의 신상에 대해서는 부산 출신으로 D대 경영학과 84학번이라는 점만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큰 차이로 낙선했고, 총학생회 활동을 했다는 얘기 정도가 기본 신상과 더불어 흘러나오고 있다.
KBS 공채 6기 개그맨 출신인 김 씨는 지난 90년대 초반 노래방 기계 사업을 하다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94년까지 ‘ES물산’의 이사로 재직한 뒤 96년부터 2년간 ‘창신소프트’ 전무로 사업 마인드를 익힌 김 씨는 98년 게임업체인 ‘멀티게임센터’라는 회사를 만들면서 게임업계의 거물로 성장하게 된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멀티소프트’로 회사 이름을 바꿔 99년 7월에는 문광부 지정 우수개발업체로 선정돼 회사가 게임종합지원센터에 입주하는 혜택도 누렸다.
2000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19억 5000만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뒤 곧바로 벤처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벤처기업 지정 직전 ‘네츠웍스코리아’로 회사 이름을 변경한 김 씨는 지정 직후인 8월 다시 ‘멀티소프트’로 법인명을 바꿔 현재까지 운영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김 씨는 멀티소프트에 스카우트한 이사들을 통해 인맥을 점차 넓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이인우 전 사조냉장,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비롯해 삼성전자에서 6년간 근무한 H 씨, 동화약품과 KMTV에서 재직했던 A 씨 등 이사진들이 회사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
그후 김 씨는 게임 소프트 제작업체들과 거래하면서 영역을 더욱 넓혀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특히 거래선 중 ‘한빛소프트’와 상당히 긴밀하게 교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대표는 현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으로 지난 2003년 2월부터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이사까지 맡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막강한 맨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씨가 ‘바다이야기’ 관련 업체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 특히 업계에서는 바다이야기 게임기 불법 조작 등의 혐의로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지코프라임’ 최준원 대표와는 아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바다이야기 제작업체인 ‘에이원비즈’ 차용관 대표와도 가깝게 지낸다는 게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김 씨와 최준원·차용관 대표 사이에 이정학 전 ‘엔플렉스’ 대표가 포진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게임제작회사를 운영했던 이 전 대표와 김 씨가 90년대 후반부터 친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전 대표의 회사에서 최 씨와 차 씨도 함께 일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이스트필름’ 대표인 명계남 씨가 제작하고 이창동 전 문광부 장관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오아시스>에 2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씨가 현 정권과 가까운 문화인들과 실제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지도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김 씨는 바다이야기 유통판매업체인 지코프라임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 노지원 씨가 근무한 우전시스텍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긴 ‘무한투자’와의 관계도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무한투자는 지난 2000년 김 씨가 운영하는 멀티소프트에 20억 원을 투자했고 주식까지 보유 중이다. 무한투자에서 멀티소프트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었는데 지난 2003년 3월 무한투자 투자본부 이사에서 멀티소프트 이사로 자리를 옮긴 최재원 씨는 김 씨 인맥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내 굴지의 영화 투자사인 ‘아이픽쳐스’ 대표인 그는 90년대 초까지 한국산업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97년 무한투자로 옮긴 뒤 99년 영화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최 씨는 영화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반칙왕>, <여고괴담> 등의 메인 투자자로 대박을 터뜨려 영화계에서는 입지전적인 투자가로 꼽힌다.
영등위 로비와 관련해서는 같은 부산 출신인 김혁 전 영등위 아케이드 심의위원이 김 씨의 업계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부각되고 있고, 한컴산 전 회장인 E 씨를 통해 김 씨는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 및 전·현직 문화관광부 관계자들과 교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컴산 회장 신분으로 문광부나 정보통신부 고위 관료와도 얼굴을 익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국회 등 정치권에서는 뚜렷하게 인맥이 거론되고 있지는 않다. 일단 한컴산 전 회장과 간부들이 문광부와 국회 쪽 로비를 나누어 맡았다는 말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D대 혹은 부산 출신 386 인사들이 김 씨와 정치권 인사들 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국회 내 D대학 출신 보좌관 모임인 ‘M회’와 D대 벤처 연구회 출신 사업가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뉴라이트연합’의 청년조직 간부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설도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무수한 억측과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검찰은 “김 씨의 파손된 휴대전화가 아직 복구되지 않았고 김 씨의 로비 수사도 전혀 안 했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