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금투세가 개인투자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이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인세를 부담하는 기관이나 비거주자인 외국인에 대해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를 논의할 수는 없다. 세제의 기본구조를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주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기관’과 ‘외국인’은 개미투자자를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단어이기에, 금투세 논쟁에서도 합리성과 상관없이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의 경우 다양한 소득 중에서 주식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지금껏 소득세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조세 형평성을 크게 해치는 상태가 계속 유지됐던 것이다. 그 누구보다 성실한 납세자인 근로소득자들은 근로소득세는 당연하지만, 금투세는 부당하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고액 투자자가 금투세 때문에 투자 규모를 줄여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도 제기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투세는 5000만 원이 ‘넘는’ 국내주식 투자수익에 대해 20%, 3억 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 25%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모든 소득세가 그러하듯이 일정 규모를 ‘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즉, 투자수익이 5000만 원 미만이면 금투세는 없다. 또한, 투자수익이 5100만 원인 경우 금투세는 1020만 원(=5100만 원×20%)이 아니라, 20만 원{(5100-5000)만 원×20%}이다. 금투세로 1000만 원을 부담하려면 투자수익이 적어도 1억 원이어야 한다. 나아가 투자수익을 1억 원 이상 거두려면, 수익률이 10%일 때 10억 원, 20%일 때 5억 원을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주식투자자가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결코 이 정도 규모의 자산가가 아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금투세를 부담할 사람은 약 15만 명(전체 투자자의 2.5%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통계에 비추어 볼 때 소액 일반투자자가 금투세를 부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위 15만 명도 대부분은 투자수익이 5000만 원과 1억 원 사이에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들로 인해 전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과한 우려다. 투자자 입장에서 금투세가 있더라도 주식만큼의 기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대체투자 대상을 찾기 어렵다. 물론, 고액 개인투자자가 오로지 세금 때문에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저평가될 리 만무하다. 기업이 아닌 개별 주주가 부담하는 세금 때문에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다른 소액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일종의 수급 문제는 금투세가 정착된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결국, 금투세가 투자의사결정을 좌우할 만큼, 막대한 규모의 투자수익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할 때,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가 아니라 1400만 투자자를 위한 감세”라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논의를 왜곡하고, 유권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포퓰리즘에 가깝다.
주지하다시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후진적 지배구조다. 소수주주는 제도를 통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지배주주의 전횡에 대한 사전적 예방이나 사후적 통제 역시 미흡하다. 이사회 역시 전원이 지배주주에 의해 선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지배주주는 주주들 사이의 이해충돌을 일으키는 일감몰아주기, 편법적인 지배권 승계, 이중상장 등을 비교적 쉽게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애먼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커다란 정책적 오류다.
강조하지만 금투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무관하다. 금투세는 조세정의나 세수확보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이지, 기업가치와 상관없다. 정부 수반이 이미 국회가 시행일 유예 등 최종 합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폐기하려는 것이야말로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무엇이 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지는 쉽게 대답할 수 있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