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랭킹 1위 합류 든든하지만 긴장 놓지 않아…신진서 속한 Kixx 포스트시즌서 만나면 신경쓰여”
#구쯔하오 합류로 단숨에 우승후보로…
바둑메카 의정부가 양카이원 9단, 한국물가정보가 당이페이 9단, 마한의 심장 영암이 대만 쉬하오훙 9단 영입 소식을 속속 알려오는 가운데 원익이 구쯔하오 9단 스카우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KB바둑리그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국내 바둑리그가 중국 갑조리그보다 시장이 크지 않아 중국랭킹 1~5위 기사는 합류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 등의 중국리그 대국료가 판 당 1000만~1500만 원을 호가하므로, 중국 톱랭커들도 그에 준하는 대국료가 책정돼야 하는데 국내 리그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의외로 돈 문제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구쯔하오 9단과 직접 협상한 것은 아니고 한국기원 관계자를 통해 접촉했는데 한국바둑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국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현재 바둑리그는 팀이 승리를 거둘 경우 1400만 원, 패할 경우 700만 원의 대국료가 팀에 지급된다. 이를 출전 선수들이 나누게 되는데 구쯔하오 9단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다만 팀에서 약간의 별도 대국료를 책정해놓긴 했다”고 이희성 감독은 밝혔다.
커제 9단을 밀어내고 5개월 연속 중국 정상을 지키고 있는 구쯔하오는 작년 6월 열린 제1회 란커배에서 신진서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로 건너온다면 신진서급 기사가 팀에 합류하는 셈이다.
한편 중국 기사의 국내리그 매칭은 중국 사정에 정통한 한국기원 관계자가 맡았다고 전해진다. 구쯔하오 9단도 마찬가지였다는 후문. “현재 구쯔하오 9단은 중국리그 선전 섭도장 소속인데 거기 감독이 리캉 9단이다. 계약이 성사된 후 채팅방을 만들어 리캉 감독과 구쯔하오 9단의 부인이랑 계약 관계나 대국 일정 등 전반적인 문제를 소통하고 있다.”
아직 구쯔하오가 합류하지 않았는데도 1위를 질주 중이니 든든하겠다고 묻자 이희성 감독도 굳이 부인하진 않는 눈치다.
“다른 팀 감독 몇몇이 ‘구쯔하오가 온다며? 우승이네’라고 하긴 했다. 하지만 팀 성적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 작년 우리 팀은 초반 6승 1패로 시작했지만, 후반 1승 7패로 폭망하면서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구쯔하오 9단도 정규리그 출전은 많아봐야 네 번 정도 예상하고 있다. 긴장을 놓을 순 없다.”
전문가들은 구쯔하오를 비롯한 중국 용병들이 대략 4~5회 정도 정규리그를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이 감독도 “포스트시즌은 대략 5월 중순쯤 들어갈 것 같은데 그 시기는 구쯔하오 9단도 자국 일정과 겹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포스트시즌엔 각 팀 용병들이 대거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쯔하오의 합류로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른 원익이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은 신진서가 이끄는 지난해 우승팀 Kixx다. Kixx는 지난해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연전연승, 정상에 올랐다.
이 감독 역시 “정규시즌에도 신경 쓰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더 신경 쓰이는 게 Kixx 팀”이라며 경계했다. 특히 Kixx는 아직 용병을 뽑지 않고 있어 어떤 선수가 합류하게 될 것인지 각 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역 시절, 이름난 장고파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이희성 감독은 장고파(長考派) 기사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그날 이 감독과 만나는 사람은 집에 일찍 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본인도 프로 입단 이후 공식대국을 1000판 이상 소화한 것 같은데 단 한 번도 시간을 남긴 적이 없다고 말한다.
“뭐, 신념까지는 아니지만 왠지 시간을 남기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최선의 수를 찾다보면 늘 시간이 부족했다”고 회고한다. 그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바둑리그 감독 말고도 최근 방송 해설자로, 연구생 사범으로, 아동센터 강사로 바쁘게 활동 중이다. 본인은 ‘한 가지도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라고 말을 흐리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맺는말을 부탁하자 이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팀의 지원도 좋고, 선수 구성도 탄탄하니 올해는 바둑리그에서 한번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지난해 실패 경험이 약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비록 마흔이 넘었지만 승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나중에 홀가분한 상황이 온다면 다시 승부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유경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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