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크림 오일 껌 등 다양한 마약류 반입 적발…“대마 젤리 조심” 일본서 구토 환자 병원 이송
관세청 광주본부세관은 미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마약류를 비타민, 영양제 등으로 가장해 밀수입한 성직자 K 씨(남·56), 미국인 학원강사 M 씨(여·28) 등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한국계 미국인 C 씨(여·67)를 지명수배했다.
이번 사건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K 씨가 전북 지역에서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성직자라는 점이다. 성직자 K 씨는 마약류 밀수입 범죄 전력이 있는 한국계 미국인인 교포 C 씨와 공모해 마약류를 밀수입했다.
이들은 마약류를 커피, 비타민 등으로 위장해 국제우편물로 밀수입하다 관세청 광주본부세관에 적발됐다. 게다가 이들이 밀수입한 마약류도 눈길을 끈다. 대마제품 411g 상당을 밀수입했는데 대마크림, 대마초콜릿, 대마젤리, 대마오일, 대마껌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었다.
또 다른 피의자는 광주 지역의 한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여성 M 씨다. 최근 국내로 입국해 국내에서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던 M 씨는 대마젤리 189g을 영양제 병에 넣어 영양제인 것처럼 속여 해외직구 형태의 국제택배로 밀수입하려다 광주본부세관에 적발됐다.
이광주 광주본부세관 수사팀장은 “마약류는 일단 반입되면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어 확산돼 관세국경단계에서 철저히 반입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국민 및 사회 안전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겠다”며 “마약류 밀수신고 포상금으로 최대 3억 원까지 지급하는 만큼 마약류로 의심 물품을 발견하면 즉시 국번 없이 125, 세관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약 사건에서 주요 피의자로 종교인이 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는 마약 대부 전요환이 한인교회 목사로 등장해 마약 밀매에 신도들을 동원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실은 아니다. 전요환의 실제 모델인 한국인 마약상 조봉행은 한인교회 목사가 아닌 선박 냉동기사로 윤종빈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하는 과정에서 목사 설정을 도입한 것일 뿐이다.
2023년 8월 종교인이 연루된 마약 사건이 벌어지긴 했다. 청주지검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태국 국적 불법체류자 등 4명을 구속기소했는데 이들은 태국, 라오스 등지에서 생산·유통되는 혼합 마약 야바를 밀수입했다. 이들은 라오스에 있는 한국인 선교사를 이용해 야바를 국내로 밀수입하려 했다. 마약인 줄 모르는 선교사와 국내 목사에게 현지 공범이 국제우편물 배송과 수령을 부탁한 뒤 교회 로비에 보관된 우편물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결국 종교인을 이용한 범죄였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암환자 대상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성직자가 직접 대마제품을 밀수입한 것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젤리와 껌, 초콜릿, 오일, 크림 등의 형태로 유통되는 대마제품이 국내에서 급증하는 추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대마 제품들이 해외직구 등의 형태로 손쉽게 반입되면서 마약류 밀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관세국경단계에서의 철저한 반입 차단이 중요하다. 세관 적발도 늘었다. 관세청이 2023년 상반기 적발한 대마는 83kg으로 2022년 같은 기간 57.8kg 대비 43.6% 증가했다. 특히 대마오일이 20.3kg 적발됐는데 2022년 같은 기간 적발된 양이 3.6kg임을 감안하면 무려 469.2% 폭증했다.
관세청은 1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젤리·초콜릿 등의 제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 없이 국내로 반입하면 처벌받는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세관에 적발·처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마가 합법화된 국가에서 대마 성분이 들어간 젤리·초콜릿·오일·화장품 등이 유통되고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는 캐나다, 태국, 우루과이, 몰타, 룩셈부르크, 조지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24개 주와 워싱턴DC) 등이다.
의도적으로 대마를 밀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많지만 대마제품임을 모르고 해외직구 등으로 구입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에 관세청은 “대마 합법화 국가 온라인 쇼핑몰이나 현지에서 ‘THC·CBD·CBN’ 등 대마 성분을 의미하는 문구 또는 대마잎 모양의 그림·사진이 들어간 제품을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거주 지인 등에게 받은 선물일지라도 국내 반입은 물론 해외에서 섭취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가 아닌 일본 젤리도 조심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23년 11월 대마 젤리로 시름을 앓았다. 11월 4일 도쿄 무사시노 공원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는 누군가 나눠 준 젤리를 먹은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9월에도 오사카에서 20대 남성 4명이 젤리를 먹고 구토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문제가 된 젤리는 오사카의 한 업체에서 제조한 것으로 10알에 7000엔(약 6만 3700원)인데 대마 유사 성분 HHCH가 1알당 30mg이 들어있다. 대마의 주요 향정신성 성분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합성 화합물이지만 일본에서 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물질이라 젤리 포장 겉면에도 ‘HHCH’가 들어 있다고 기재돼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11월 22일부터 HHCH를 규제 약물로 지정했다. 이로써 젤리 등 HHCH가 들어있는 젤리 등의 식품에 대해 제조·판매·소지·구매·양도 등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 역시 식약처가 12월 8일 HHCH와 1cP-AL-LAD를 2군 임시마약류로 지정 예고했다. 식약처는 현행 마약류가 아닌 물질이지만 마약류 대용으로 오남용 돼 국민 보건을 위해할 우려가 있는 물질을 3년 범위 안에서 임시마약류로 지정할 수 있다. 임시마약류로 지정되면 지정예고일부터 소지·소유·사용·관리·수출입·제조·매매·매매알선·수수 등이 전면 금지돼 수출입 및 제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매매·매매알선·수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HHCH가 들어간 젤리 등의 식품의 제조와 유통 등을 전면 금지해 이제는 일본에서 문제의 젤리를 구할 수 없다. 그렇지만 11월 22일 이전에 문제의 젤리를 구입했거나 선물 받아 소지하고 있는 이들은 국내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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