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경영파탄, 미국 대저택 저당잡히고 알리바바 지분 등 금융자산 매각…인공지능 사업에 마지막 승부수
#투자 참패 손정의 “내 인생의 오점”
소프트뱅크그룹이 출자한 미국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2023년 11월 경영파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피스 수요가 급격히 침체하면서 수익이 악화된 것이 이유다. 손 회장이 위워크에 쏟아부은 거액의 투자 비용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위워크는 애덤 뉴먼이 2010년 창설했다. ‘사무실 공유’라는 획기적인 실험으로 출발했으며, 건물 전체나 일부 층을 임대하고 내부 공간을 쪼개 개인 또는 스타트업에 빌려주는 사업을 운영해왔다. 2016년 손 회장이 뉴욕 위워크 본사를 12분 둘러본 뒤 44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투입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후 위워크는 ‘공유경제의 신화’로 불리며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에 달하는 등 급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실경영 실태가 드러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 이때도 손을 내민 게 손 회장이다. 2019년 초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하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에 투자했다. 손 회장이 최종적으로 위워크에 출자한 금액은 169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로 부풀었다. 그럼에도 위워크의 몰락을 막을 순 없었다. 2019년 9월에는 창업자 애덤 뉴먼이 비정상적 경영과 불투명한 수익 구조 등으로 축출되기도 했다. 그해 기업공개(IPO·상장)를 통해 뉴욕증시 문을 두드리려던 위워크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실적 악화는 가속화됐다. 소프트뱅크 주도로 위워크의 경영 재건이 본격화됐지만, 알다시피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위워크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2021년 낮은 가치로 뉴욕증권거래소에 겨우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약 90억 달러로, 기업가치가 정점을 찍던 때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도 각종 비용부담을 끌어올렸다. 위워크는 2023년 8월 결산 발표에 맞춰 “계속 기업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표명했다. 이때 이미 빚이 자산을 크게 웃도는 채무 초과 상태였다고 한다. 경영파탄은 시간문제였던 것 같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위워크는 2023년 11월 6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거액을 위워크에 투자한 장본인 손 회장에게는 질타가 쏟아졌다. 2023년 6월 소프트뱅크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은 “가슴 아프지만 모두 내 책임이다. 위워크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반해버렸다”라고 사과했다. 손 회장은 이어 “임원들이 출자를 중단하라고 종용했는데도 내가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내 인생의 오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에만 손 회장은 위워크의 파산 등 여파로 11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의 자산을 잃었다”고 한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도 적자에 휘청이고 있다. 2023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만 1조 4087억 엔(약 12조 800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봤다. 위워크 투자 손실에 더해 투자처 스타트업의 주가 하락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금난에 미국 저택까지 저당
손 회장이 주택 담보 대출까지 받은 사실은 뒤늦게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손 회장이 201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초호화 주택을 담보로 미즈호은행에서 100억 엔(당시 9200만 달러)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019년은 위워크가 막대한 손실 속에 당초 예정됐던 기업공개에 실패했던 때이며, 손 회장이 비전펀드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모으려 애쓰던 시기이기도 하다.
해당 저택은 2012년 손 회장이 미국 사모펀드 헬먼앤드프리드먼의 공동설립자인 툴리 프리드먼으로부터 사들였다. 구입액은 1억 1750만 달러. 당시 미국 주거용 부동산으로는 사상 최고가 거래였다. 서류상 구매자가 유한책임회사 ‘SV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손 회장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몇 달 뒤 현지 매체 보도로 실질적인 저택의 주인이 손 회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담보로 잡힌 손 회장의 저택은 규모가 9에이커(약 3만 6422㎡)에 달한다”고 한다. 유럽풍 초호화 주택으로 4층 높이 건물에 엘리베이터, 볼링장 등을 갖췄다.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이곳에 드나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 창업자는 소파부터 조명기구까지 모두 비싼 것들뿐이었다”며 “마치 과시하기 위한 집 같았다”고 회고했다.
다만 인근 지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현재 저택의 가치는 부채액보다 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최근 시세를 볼 때 이 주택의 가격이 7500만~90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은 저택의 가치를 2300만 달러로 전망했다.
#손정의 마지막 승부수 통할까
손 회장은 저택뿐만 아니라 금융 자산도 매각 중이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홀딩스 주식을 일부 매각했고, 중국 알리바바의 보유 주식도 대량 매각했다. 또한 ‘비전펀드 2호’ 설립을 위해 개인적으로 대출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9월 기준 손 회장의 개인 부채 규모가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일본 시사지 ‘문예춘추’는 손 회장의 잇단 베팅 실패를 지적하며 “소프트뱅크그룹은 손 회장의 개인 상점과 마찬가지”라고 혹평했다. “손 회장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으로 신중한 작업(투자처 가치나 리스크 조사)에 주력하지 않는다. 더욱이 손 회장이 결정한 것을 직원들이 반박할 수 없는 사풍으로 인해 소프트뱅크가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라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프트뱅크가 명운을 걸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AI) 사업이다. 오픈AI가 지난해 사람처럼 묻고 답할 수 있도록 개발한 생성형 AI ‘챗GPT’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AI 개발 경쟁이 뜨겁다. 소프트뱅크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지난해 9월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며, 손 회장도 “ARM을 핵심으로 10년 안에 AI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가운데, AI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열쇠로서 기대감이 크다. 다만 관련 개발이 과도한 경쟁 상태를 보이고 있는 데다, AI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생성형 AI 혁명의 큰 파도에 올라타려는 손 회장이 과연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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