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박희태 정당법 위반 집행유예 반면 송영길 정자법 함께 적용, 유죄 땐 양형 더 높을 듯
법조계에서는 2008년 한나라당 돈봉투 살포 사건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당시 최종 수혜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정당법 위반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는 정당법 위반이었다면 이번에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돼 양형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은 ‘돈의 출처’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송영길 전 대표의 경우 ‘남의 돈’으로 줬다는 게 검찰 판단이기 때문에 유죄 판단 시 양형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1월 31일 사건 관계자들 첫 선고가 분수령
1월 31일 중요한 선고가 열린다.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정당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 검찰이 돈 봉투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핵심 변수가 될 법원 판단이다. 검찰은 각각 징역 5년,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법원에서 유죄와 함께 중형이 선고되면 구속영장 청구나 구형 범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전 대표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최대 수혜자이며, 전반적인 과정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 의원 등의 공소장을 종합하면, 검찰은 윤관석 의원이 송 전 대표를 만나 돈봉투가 담긴 종이봉투를 직접 보여주면서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 역시 음성적인 자금 마련 및 사용 계획을 제지하거나 만류하지 않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되레 “돈이 많이 필요하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등 조직본부 차원의 부외 선거자금 마련·사용 계획을 승인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지역본부장들에게도 돈봉투가 전달된 사실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잘했다”고 칭찬하는 등 돈봉투 전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돈을 만드는 데 관여했거나(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뿌리는 데 관여한(윤관석 의원) 정황을 모두 송영길 전 대표가 ‘보고 받거나 개입,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기본적인 골격을 확인한 검찰은 이제 돈봉투 수사의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검찰이 소장에 적은 대로 돈봉투 20개가 흘러간 종착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윤관석 의원 재판에서 돈봉투 살포가 의심되는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이라며 ‘김남국·김병욱·김승남·김승원·김영호·김회재·민병덕·박성준·박영순·박정·백혜련·안호영·윤관석·윤재갑·이성만·이용빈·임종성·전용기·한준호·허종식·황운하’ 등 총 21명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의 차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유사하지만, 다르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2012년 고승덕 전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은 정당법 위반만 적용됐다. 정당법에는 당 대표 경선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벌금(50조 1항), ‘지시·권유·요구’할 경우 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50조 2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를 통해 전당대회 직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1억 9000만 원을 현금화한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토대로 고승덕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네려고 한 정황을 입증해 정당법 위반을 적용했다. 돈의 출처가 ‘본인 계좌 및 대출’ 등으로 확인돼 정치자금법을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고승덕 전 의원 외에 다수의 의원들이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심이 제기됐지만, 수사는 확대되지 않았다.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점이나 정치적 관행이었던 점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송영길 전 대표에게는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위반을 함께 적용한 점이나, 민주당 의원 20여 명을 상대로 수사가 이뤄지는 점 등 사건의 골격은 유사하지만 검찰 수사 흐름은 다른 부분도 많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남의 돈’으로 돈봉투를 살포한 부분이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 선거운동 관계자 및 선거인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하기 위해 모두 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6650만 원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모두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인데 자연스레 ‘양형도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도 당시 확인하려 했지만 계좌의 출처가 박희태 의장 본인이었기 때문에 정당법 위반만 적용했다”면서도 “남의 돈으로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돈을 뿌리는 것을 더 나쁘게 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이 적용됐다면 법원이 유죄 판단 시 양형도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정당법 위반 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보다 더 높은 양형을 예상한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당시 검찰은 박희태 당시 의장의 불법 정치자금 및 후원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외곽조직으로 운영하며 각종 정치활동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인들 7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7억 6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20명 의원 기소하더라도 영장은 부담스러울 것”
검찰 조사를 앞둔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한나라당 돈봉투 수사팀 관계자는 “경선에서 돈을 뿌리는 행위는 ‘최종 수혜자’가 가장 나쁘다고 보고, 이를 뿌린 사람을 그 다음으로 나쁘다고 본다”며 “이를 단순 수수한 이들의 경우 금액이 중요한데 300만 원 정도를 받은 것이라면 영장을 청구하기는 부담스러울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비슷한 금액을 받은 1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에게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검찰이 야당이나 국회와 ‘싸우자’고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런 사건은 유무죄 판단이 중요하지 양형이 중요하지 않다, 불구속 기소하고 벌금형 정도의 선고가 내려지는 것을 목표로 검찰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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