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입학’ 명목 32억 가로챈 컨설턴트 구속…방문 전 대입 전형 등 정보 습득해야
#“의대는 17억” 입시 컨설턴트 구속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 따르면 강남 유명 학원 등에서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한 최 아무개 씨는 2020년부터 약 2년 동안 학부모 3명을 속여 32억 9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최 아무개 씨는 의·치대 입시설명회 등에서 알게 된 학부모들에게 기부금을 내면 자식을 의대에 합격 시켜 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대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 2명에게 각 17억 5000만 원과 12억 원, 서울 소재 사립대 정치외교학과를 원하는 학부모 1명에게 3억 4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 아무개 씨가 ‘기부금’이라며 받은 돈은 대학에 전달되지 않았고 본인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금을 통한 입학은 ‘3불 정책’ 가운데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최 아무개 씨는 검찰 조사에서 “돈은 주식과 도박, 유흥비로 대부분 탕진했다”며 “사기액은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최 아무개 씨가 또 다른 학부모에게도 거액을 뜯어낸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최 아무개 씨의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12억 원의 추가 입금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이 학부모는 자녀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 등으로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최 아무개 씨에게 학부모를 소개시켜준 것으로 의심되는 입시 브로커 A 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최 아무개 씨와 같은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입시 컨설턴트가 더 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일부 컨설턴트들이 수험생의 ‘스펙 쌓기용’ 논문을 대필해 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명 입시컨설턴트의 사기 혐의에서 시작된 수사가 학원가 전반의 입시 비리 수사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 아무개 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서울대학교 입학사정관 출신으로 유명했다. 또한 최 아무개 씨는 과거 대치동 D 학원과 M 학원 등 유명 학원 내의 입시 연구센터 고위직으로 활동하면서 의·치대 입시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측은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D 학원과 M 학원은 최 아무개 씨가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수수한 사실을 몰랐다고 전해진다.
#1시간에 수백만 원 ‘훌쩍’…단속 진행
최근 학원가에는 특정 학생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수능 성적표를 사서 모의지원 자체를 가짜로 하는 업체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허수가 많아지면 경쟁률이 튀어 다른 학생들이 겁을 먹고 지원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실수요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교란·방해 행위인 셈이다.
입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컨설팅 업체는 일종의 ‘떴다방’ 형식이 많다. 업체 수가 수시 전형 때가 되면 늘어났다가 줄어들고, 정시 전형 때 다시 늘어났다가 줄어든다. 일부 입시컨설턴트들은 상시로 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교육 이벤트를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기 때문에 컨설턴트로서의 자격 부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관우 알찬교육컨설팅 대표는 “(입시 컨설팅) 민간자격증이 존재하지만 정확하게 검증된 자격은 아니다. 예전엔 시험도 치렀지만 지금은 대형 학원에서 수업만 들으면 된다. 그리고 대치동 학원가를 돌면서 경력을 쌓는 것”이라면서 “원래 입시 컨설턴트는 상담실장이라는 이름으로 학원마다 존재했고 돈을 벌기보다는 원생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이었는데 입학사정관제나 학생부종합 등 수시 전형이 등장하면서 전문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났다”고 말했다.
등록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입시 컨설팅 업체도 등장했다. 교육부는 2023년 12월 온라인으로 고액 입시 상담을 제공하면서도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업체 2곳을 고발 및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교육부는 2023년 12월 12일 입시 컨설팅과 관련한 사교육의 편·불법 행위 특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이날부터 2024년 2월 16일까지 불법 입시 상담·교습비 초과 징수에 대해 특별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관할하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입시 컨설팅 교습비 상한가를 1분당 5000원으로 정했다. 해당 금액은 최고 액수로, 이외 지역은 이보다 낮다. 상한가를 적용해 계산을 해보면, 대치동 학원가 기준 입시 컨설팅 비용은 한 시간에 최대 30만 원이다. 그렇지만 입시 업계에 따르면 대치동을 비롯한 교육특구에는 컨설팅 비용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입시업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교육 업체 대입 컨설턴트와 대학 입학사정관 사이의 ‘입시 카르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입시 컨설턴트 최 씨도 학부모들에게 입학사정관 이력을 내세워 “내가 아는 채널을 통해 학교에 기부금을 내면 의대 합격도 가능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1월 1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4 교육 연속 세미나 ‘사교육 카르텔 타파 이젠 제대로 하자’를 열고, 전직 서울대 입학사정관의 사교육 업체 컨설턴트 활동 등을 지적하며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입시 컨설팅 비용 중 교습비 상한선을 넘겨 지급한 학부모를 대신해 학원 또는 컨설팅 업체를 상대로 환급 집단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교습비를 초과하는 과도한 비용의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며 “환급 소송을 통해 학원이 초과 비용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위한 강력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석 가리려면 ‘아는 것이 힘’
대치동엔 100여 개의 입시 컨설팅 업체가 몰려 있다. 생긴 지 몇 개월도 안 된 신생업체부터 10년이 넘은 장수 업체도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꼭 맞는 입시 정보를 얻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칫 돈만 내고 얻은 것이 없는 ‘빈껍데기 상담’만 받고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육부가 대학 입학 정원의 25~30%를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입시 컨설팅 의존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제도가 바뀌면 입시 컨설팅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문·이과가 섞이면 합격선이 전부 바뀌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수시 전형부터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예측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경기도의 한 맘카페 회원은 “한 컨설팅 업체에 갔더니 말만 번지르르하지 알맹이가 없었다. 엄마가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도움 받을 곳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남겼다.
입시업계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입시 컨설팅 업체에 방문하기 전 입시에 대해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임성호 대표는 “무엇보다도 학부모가 판단 능력을 기르는 것이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는 최선책이다. 남들이 분석한 자료로 점집에서 점 보듯이 상담하는 행위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지 않나. 학교든 학원이든 가서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 자녀의 입시를 전부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관우 대표는 “(학부모가) 유튜브를 통해서 공부하거나 입시설명회를 다니면서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한다. 상담해보면 입시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부모가 있다. 대입 전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물어보러 오는 것은 괜찮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오면 서로 곤란해진다”면서 “업체들의 실적은 모두 화려하게 포장하기 마련이다. 이 포장지에 속지 말고 자녀의 현 상태를 냉정하게 분석해주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결국 여러 군데를 다녀보고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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