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드라이브는 국민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나 조경태 의원 등이 국회의원 정수 축소 의견을 밝혔었다. 귀책사유에 따른 재보궐 선거 후보 무공천 문제의 경우,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문제이지 과거부터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이런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개혁 드라이브 속에서 특히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국민은 17만 명이 조금 넘는다. 반면, 하원 기준으로 영국은 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10만 명,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1만 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원 1인당 인구수가 유독 많다. 그 이유는 제헌의회부터 지금까지 인구는 2.5배로 늘어났음에도 의원 수는 1.5배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울의 몇 배 되는 크기의 지역이 하나의 지역구로 묶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의원의 지역 대표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때, 의원 수를 무턱대고 줄이자고 제안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의원 수를 줄이자고 제안하는 것보다는 현재 이들이 누리는 ‘혜택과 특권’을 줄이자고 제안했어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약 1억 5000만 원, 월 1285만 원에 달한다.
의원들 연봉을 국민 1인당 GDP 대비로 환산하면, OECD 국가 중 3위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의원들은 평균적으로 국민 1인당 GDP의 두 배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 의원들은 우리 국민의 1인당 GDP의 4배 가까운 고액 급여를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로 월 150만 원을 받고, KTX나 항공료도 전액 지원 받는다. 그리고 의원들 홍보를 위한 자료 발간비나 문자메시지 보내는 비용도 지원받는다. 의원실마다 1년에 1억 1000만 원 정도의 지원을 추가로 받는 셈이다. 여기서 의원 보좌진의 연봉을 더하면, 의원 1인당 들어가는 세금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바로 이런 부분들을 고쳐야 한다.
이런 부분을 고치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의원들 월급을 현재 기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의원 월급을 50% 삭감해야 유럽이나 미국 수준의 급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누리는 KTX 및 항공요금 지원과 유류비 등도 폐지해야 한다. 기왕이면 이번 기회에 보좌관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원 1인당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보좌진이라야 지역구 사무실 비서와 사무 책임자 정도다. 즉 의원실 소속 보좌진은 많아야 2명이라는 것이다. 만일 의원이 정책과 법안을 만들 때 도움이 필요하면, 의회 소속 전문 보좌관에게 자문을 요청한다. 독일 의원들의 보좌진 규모도 영국과 유사하다.
스웨덴의 경우는 의원 4명이 보좌진 1명만을 두고 있다. ‘공동 보좌진’ 개념이다. 뿐만 아니라 보좌진의 월급은 당에서 지급한다. 우리나라처럼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의원들은 지나치게 높은 월급과 ‘과도한 혜택’을 우리 세금으로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생산성 측면에서 보자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국민이 ‘사장(社長)’인데, 직원은 월급과 특권만 생각하고 일 잘할 생각은 안 하는 꼴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국회는 이익집단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바로 이런 점을 고치는 것이 정치 개혁이다. 이런 부분을 고치지 않고, 다른 제안을 하면 ‘보여주기식 개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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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