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3승 3패로 흔들리다 모마·양효진 활약 힘입어 흥국생명 제치고 ‘선두질주’
#코로나19가 빼앗아간 트로피
현대건설 불운의 시작은 2019-2020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A였던 고예림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컵대회에서 우승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어진 리그에서도 선두권을 달리며 순항 중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함 변수가 발생했다. 국내로도 전파가 시작된 코로나19가 V리그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리그 종료까지 3경기만을 남겨둔 시점, 한국배구연맹(KOVO)은 결국 리그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4000명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리그가 예정된 시점보다 일찍 마무리되며 가장 아쉬운 팀은 현대건설이었다. 이들은 중단 직전 마지막 경기를 3-0 셧아웃으로 가져가며 1위 자리를 탈환한 참이었다. 순위표 최상단을 차지했으나 리그 규정상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갖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다음 시즌, FA 시장에서 주전 세터를 놓치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겹친 현대건설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2021-2022시즌 이도희 감독을 떠나보내고 강성형 감독을 선임했다. 부상 선수 복귀, 외국인 선수 맹활약,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이뤄지며 다시 한 번 강한 전력을 선보였다. 개막 이후 12연승을 내달리며 적수가 없어 보였다.
시즌 말미까지 현대건설이 기록한 패배는 단 3패였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해도 맞설 적수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또 다시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리그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돼 혼란이 일었고 결국 V리그는 또 다시 조기에 종료됐다.
1위를 달리던 중 리그가 조기에 종료되는 흔치 않은 상황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FA 선수들을 모두 붙잡고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맺는 등 전력을 유지해 2022-2023시즌을 무서운 기세로 내달렸다. V리그 개막부터 16연승을 내달리며 역대 단일시즌 최다 연승 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주포 야스민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스민이 없이 치르는 초반 일정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5라운드에서 5연패를 겪으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완패, 챔피언 결정전조차 오르지 못했다.
#우승 재도전 나선 현대건설
2023-2024시즌 개막 이후 1라운드에서 3승 3패로 흔들리는 듯하던 현대건설은 이내 안정을 찾으며 승수를 쌓아 나갔다. 이어진 2, 3라운드 모두 5승 1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결국 3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흥국생명을 추월했다.
이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괴력을 선보이며 리그를 지배하던 야스민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야스민은 부상을 털고 V리그에서 활약할 의지를 내비쳤으나 현대건설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현대건설은 V리그 경험이 있는 모마와 손을 잡았다. 팀에서 차지하는 공격 비중은 줄었지만 현대건설의 고공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 소속팀에서 공격을 도맡다시피 하던 모마가 점유율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V리그 최고 미들블로커 양효진의 존재감 덕분이다. 17시즌째 한 팀에서 활약 중인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은 올 시즌 역시 리그 전체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부터 도입된 아시아 쿼터 제도로 합류한 위파위 또한 현대건설에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시즌 전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난 황민경의 공백을 공수에서 메우고 있다.
#경쟁자는 흔들린다
현대건설의 우승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이 더욱 부푸는 이유는 현재 리그의 상황이다. 지난 시즌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쓴 한국도로공사는 주축 자원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고 일부가 팀을 떠났다.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24경기를 치른 현재 8승 16패로 상위권과 멀어졌다.
이번 시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은 흥국생명이다. 시즌 전 이적설 태풍이 휘몰아친 '배구여제' 김연경을 붙잡았다. 이에 더해 흥국생명은 외부 FA 영입으로 김수지를 데려왔다. 높이 약점을 보강한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바라던 '우승 전력'을 갖추게 됐다.
뚜껑을 연 시즌, 흥국생명은 예상대로 강한 전력을 선보였다. 1라운드 5승 1패, 2라운드 전승으로 리그 1위에 자리잡았다. 현대건설만큼이나 우승 운이 없었던 김연경이 비로소 무리 없이 트로피를 차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흥국생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 옐레나가 부진하며 팀 성적도 하락했다. 옐레나는 향수병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이 지속되자 팬들이 퇴출을 적극 요구하는 상황까지 왔다. 결국 흥국생명은 3라운드 3승 3패를 기록, 현대건설에 리그 1위를 내줬다.
현대건설의 심상치 않은 기운에 팬들도 응원 열기로 응답하는 모양새다. 선두 질주를 지속 중이던 지난 14일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홈구장 수원실내체육관 3831장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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