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팬들 사랑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비판 쏟아져도 ‘마이 웨이’
1월 18일 현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용준형과 해변에서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남녀가 하트를 사이에 둔 이모티콘과 함께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용준형 역시 같은 사진을 올렸지만 현아와 달리 상대를 태그(상대방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사진이나 글에 연결하는 것)하지 않았고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았다.
당초 이들의 사진이 올라온 뒤 팬들 사이에서는 새 앨범을 준비하기 위한 콘셉트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문구가 다소 의미심장하긴 했지만 그간 둘 사이에 '열애'를 떠올리게 할 만한 어떤 기류도 보이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양 측 소속사 확인 결과 열애설을 부인하거나 차기 활동 콘셉트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일 없이 단순히 "사생활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 "아티스트의 지극히 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사실상 열애를 인정한 것이다.
연인이 된 두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댓글창은 순식간에 불타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화보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WE SHOULD ALL BE FEMINISTS)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착용하는 등 여성의 당당함을 주된 콘셉트로 삼아 활동해 온 현아에게는 오랜 국내외 팬들의 경악과 슬픔이 담긴 호소와 함께 페미니즘과 정반대 행보를 택한 그를 강하게 비판하는 댓글이 동시에 쏟아졌다.
해외의 한 팬은 "수많은 어린 소녀들, 10대들, 성인 여성과 나이든 여성이 당신을 우러러본 것은 당신이 여성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위해 노래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놓고서는 돌아서서 이런 짓을 하다니"라며 "현아는 자신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하고 있다. 연애를 하든 그렇지 않든 당신이 이 남자와 관계를 맺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당신 자신과 당신으로 인해 상처 받은 여성들에게 부끄러움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팬 사랑이 큰 것으로 유명해 팬덤 내에서 특히 '여성 충성 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현아이기에 이번 행보가 팬들에게 가져온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준형의 댓글창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가해자'의 입장에 있었던 만큼 현아에 비해 좀 더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섞여있긴 했지만 네티즌 대부분은 "또 다른 여성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말라"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열애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전에 비해 국내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자신보다 현아가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타격을 안일하게 생각해 이 같은 사달을 냈다는 게 분노한 네티즌들의 지적이었다.
물론 이들의 인연은 전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하며 용준형이 정준영의 사건에 연루되기 이전부터 시작돼 왔으니 연인으로 발전한 것 그 자체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특히 용준형은 2010년 현아의 솔로 데뷔곡인 '체인지(Change)'의 피처링에 참여하는 등 음악적으로도 같은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이기도 한 만큼 이들의 사랑이 서로의 음악을 더욱 성숙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미 일부 팬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대중이 등을 돌린 용준형보다 현아에게 더 큰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K팝 관련 사건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죄나 책임의 경중보다 사람을 택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여온 해외 팬들마저 현아의 행보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버닝썬 게이트'는 해외에서도 매우 충격적인 이슈였던 만큼 이 사태에 연루된 인물들은 실제 범죄 여하를 막론하고 해외 팬들의 무조건적인 질타 대상이 돼 왔다. 그 사건의 한 갈래에 이름을 올린 용준형과의 열애 소식을 알린 현아에게 이전과 같은 애정어린 시선이 쏟아질 수 없는 이유다. 당당한 연애를 밝혀 온 현아의 행보가 이번 만큼은 꽃길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현아는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했다가 탈퇴 후 2009년 포미닛으로 재데뷔해 이듬해 솔로가수로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2017년에는 그룹 펜타곤 소속의 그의 전 연인 던(이던), 후이와 함께 혼성 유닛 트리플H를 결성해 활동했으며, 던과의 공개 열애 후에는 싸이가 수장으로 있는 피네이션으로 옮겨 듀오 현아&던과 솔로 활동을 병행해 왔다.
용준형은 2009년 비스트(현 하이라이트)로 데뷔 후 정준영 불법 동영상 유포 사건에 연루돼 2019년 탈퇴했다. 현재는 솔로가수로 활동 중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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