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60조원, 매출 6조원…‘글로벌 배터리 양극소재 기업’ 성장
- 에코프로 성장은 지역 인재 경영 모델…지방소멸 방지 대안 주목
[일요신문] 에코프로 임직원 10명 가운데 9명은 서울 및 수도권이 아닌 지방 출신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현재 에코프로 직원 3362명 중 지방에 주소지를 둔 직원의 수는 총 3017명(89.7%)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출신 직원은 345명(10.3%)으로 집계됐으며, 출신대학과 고등학교별로 보면 지방대와 지방 소재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원은 총 2867명으로 전체의 85.3%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사별로 지방 출신 인력 비중의 경우 에코프로씨엔지 97.4%, 에코프로머티리얼즈 96.1%, 에코프로이엠 94.8%, 에코프로이노베이션 94.7%, 에코프로비엠 92.5% 등이다.
시가총액 30위 내 기업 가운데 지역인재 비율이 90%에 달하는 기업은 에코프로가 유일하다는 것.
이에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서울 및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른 대기업과는 차별화된 지방 인재 경영 모델로 꼽힌다는 평가가 니온다.
에코프로의 이 같은 지역 인재 경영 모델은 지방대 출신을 선발해 교육시킨 이른바 '지방대 신화'의 상징으로 평가 받으며 지방소멸의 대안을 기업이 앞장서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1998년 회사 설립 이후 서울 수도권이 아닌 충북 오창을 사업 본거지로 삼아 지역 인재를 고용하며 성장해왔다.
이동채 전 회장은 교토의정서 관련 기사를 읽은 뒤 환경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보고 충북 오창 산업단지 1300평을 매입해 생산 거점으로 삼았다. 특히,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 저감 촉매 개발을 시작으로 양극소재로 사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환경 및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7년부터 경북 포항지역에 2조원 가량을 들여 이차전지 생태계인 '클로즈드 루프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며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포항 생산라인 구축 5년만인 지난해 고용인력이 2100명으로 늘었는데 95%가량이 지방대 및 지역 고등학교 출신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 인재들이 현재 양극재 15만t, 전구체 5만t, 리튬 1만3000t을 포항에서 연간 생산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2025년까지 2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제2 포항캠퍼스를 조성할 방침이다.
- 일자리 질 향상에도 기여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생산기지인 포항캠퍼스가 소재한 포항의 상용 일자리수도 증가하고 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포항캠퍼스가 위치한 경북의 상용근로자 수는 2020년 63만8400명 지난해 65만500명으로 증가했다.
임직원들의 소득 수준도 회사가 성장하면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동채 전 회장은 2018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 번도 월급날을 지키지 못한 적은 없지만 월급이 나올지 말지 조마조마하면서 지내온 임직원들에게 죄송하다"며, "회사가 이익이 나는 만큼 이제 회사 성장의 과실을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시를 보면 에코프로 그룹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2020년 고용인력이 930명, 1인당 평균급여가 5400만원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는 1151명 고용에 6600만원, 2022년에는 1314명 고용에 7900만 원으로 평균급여가 증가했다.
양질의 지역 일자리가 활성화하면 최근 사회문제로 고착화한 지방 소멸의 속도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에 집중되는 대표적인 이유로 부족한 일자리가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서 나아가 지역의 문화 예술 교육 인프라 구축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이동채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은 올해 공익재단을 설립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문화 예술 교육 인프라를 지원할 방침이다.
에코프로그룹의 벤처캐피털(VC) 에코프로파트너스를 통해 지역 소재의 벤처 기업에 투자하며 '제2의 에코프로'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이동채 전 회장은 에코프로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한 만큼 지방 인구 감소와 소멸화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지역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 예술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기업인으로서 소명의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코프로는 1998년 회사 설립당시 여직원 한 명을 둔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3400명을 고용하며 시가총액 60조원 안팎, 매출 6조원(2023년 9월말 기준)에 이르는 글로벌 배터리 양극소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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