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씨는 2023년 5월 한농대 학부장 A 교수를 협박, 강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전주덕진경찰서는 2023년 9월 불송치 결정, 즉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권 씨는 수사를 담당했던 B 경위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최근 고소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해당 사건 참고인이었던 보건교사, 사감 등의 진술이 잘못됐으며 이를 토대로 A 교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판단했다.
#한농대 교수, 협박·강요 등으로 고소됐지만 무혐의
한농대 재학생이었던 권세랑 씨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국내에 수입 금지된 외래 곤충을 사육하는 정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이들을 관세청에 신고했다. 5명으로 구성된 ‘밀수거래 단체 채팅방’의 존재와 3종의 외래 곤충 실물 사진(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악테운장수풍뎅이·낙엽사마귀)을 제보했다. 피신고자 중 한 명은 조사를 받았고 2023년 7월 21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A 교수는 2023년 4월 19일 권 씨에게 전화해 “더 이상 신고나 언론 제보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면 거기에 따른 행정처분이 있을 거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권 씨와 A 교수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중 일부다.
A 교수: 일주일 동안 나 여기에 매달려 있어. 그건 알아야 돼. 이 부분에 대해서 나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알았어. 너 분명히 이젠 더 이상 문제 키우지 않는다고 얘기를 했어. 약속할 수 있어? 음?권 씨는 이 녹취록을 증거로 A 교수를 협박, 강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3년 5월 17일 고소했다. 하지만 2023년 9월 1일 전주덕진경찰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중략)
A 교수: 대신 분명히 얘기하지만, 언론에 ‘한국농수산대’ ‘OOOO(과 이름)’ 어쩌고 이 소리만 나가기만 해!!
권세랑 씨: 어떻게 됩니까?
A 교수: (한숨) 학교 이미지 실추시키는 거죠. 이것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벌이에요. 큰 벌이에요. 이건 규칙에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학교 이미지 실추시키는 거요. 거기에 따른 행정처분도 있을 수도 있죠. 너 좋아하는 법대로 하면.
#“참고인이었던 사감, 보건교사 모두 허위진술”
불송치 결정서를 확인한 권 씨는 참고인들 진술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먼저 기숙사 C 사감은 참고인 조사에서 권 씨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학생이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하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C 사감이 권 씨를 만났던 시점은 2023년 4월 13일로, 외국 곤충 밀수 피신고자 D 씨까지 모두 3명이 기숙사에서 만났다. 하지만 이 시점은 권 씨와 A 교수가 통화하기 6일 전으로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게 권 씨 주장이다.
보건교사 E 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권 씨가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은 A 교수를 고소할 예정이며, 협박을 당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2023년 4월 25일 권 씨를 만났던 보건교사들 중 한 명은 A 교수가 권 씨에게 한 행위가 협박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보건교사들도 A 교수와 마찬가지로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라고 권 씨를 회유하기도 했다. 다음은 권 씨가 보건실에서 보건교사들과 대화를 나눈 내용이 담긴 녹취록 중 일부다.
보건교사 1 : 그러니까 그리고 지금 얘기했듯이 세랑이가 변호사도 만나고, 협박 맞다 해, 협박 맞아. 그런데 세랑이가 이 이후로, 근데 세랑이가 원하는 대로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세랑이가 원하는 대로 학교에서는 OOO 교수님하고 면담 결과가 아니야. 그러면 이렇게 해서 계속 언론플레이를 하면 얻어지는 게 무엇인가 궁금해서. 나는 다 모여서 그냥 얘기를 한 번 했으면 좋겠어.권 씨는 수사를 맡은 B 경위가 참고인 C 사감, E 보건교사의 진술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불송치 결정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권 씨는 B 경위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2024년 1월 3일 고소했다.
(중략)
보건교사 2 : 그러니까 그 결과는 네가 거기서 했으니까, 네가 내릴 수도 없고, 그 상대방 그 사람도 내릴 수가 없어. 네가 어느 절차를 거치는지 알잖아? 그러니까 결과를 기다려, 좀.
보건교사 1 : 그리고, 그리고 변호사하고 이렇게 했는데 교수님하고 협박이 맞다 그러면 협박이 맞다 해, … 변호사들이 협박이 맞다 얘기했다며?
권세랑 씨 : 예.
보건교사 1 : 그러면 이거를 인터뷰를 많이 하지 말고, 인터뷰하기 전에 교수님한테 가. 가서 “교수님, 교수님 저번에 이렇게 저랑 만났을 때, 4월 14일 만났을 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저한테 얘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이게 교수님하고 상담을 한 결과 저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았고, 협박으로 느껴서 변호사한테 나도 의뢰를 했었다. 그런데 이거 협박이 맞다 한다. 저한테 사과를 해 달라.” 그렇게 얘기를 해. 할 수 있잖아, 성인인데. 그렇게 얘기하고, 그때 교수님이 “어, 그러니? 진짜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몰라, 세랑이 마음에 교수님 사과가 얼마나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세랑이 마음이 거기서 만약에 세랑이가 교수님이 진정한 사과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서로 풀릴 수도 있는 거고, 협박이 맞다 해서 이거를 이렇게 해 버리면 교수님 입장에서는 너한테 사과하고 싶지만 그 기회를 놓치는 거야,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지만. 어?
#“진술 엇갈리는데도 B 경위는 교차검증 안 해”
권 씨는 일요신문과 만나 “진술이 엇갈린다면 나에게 연락하거나 출석 요구를 해서 교차 검증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B 경위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자퇴했음에도 B 경위는 2023년 9월 7일 대학교 기숙사로 수사 결과 통지서를 보냈다”며 “이에 대해 항의하자 B 경위는 ‘별것이 다 협박이다. 언론사에 제보하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전주덕진경찰서가 아닌 B 경위만 고소한 이유에 대해 권 씨는 “기관을 대상으로 고소하기에는 책임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상부가 잘못 판단해서 결재 승인을 했다기보다는 B 경위가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의적으로 판단해 무혐의로 결정한 것 같아서 그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B 경위는 1월 25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내가) 조사를 받아야 할 사항이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농대 관계자는 “권 씨도 학교 구성원이었으며, 사건 당사자들 모두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외국 곤충을 밀수입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는지 대해선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학생 한 명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다”고 답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