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20만 원 이하 벌금형, 재판매 수익이 더 커…3월부터 1년 이하 징역형 그래도 “솜방망이” 지적
래퍼 이영지는 오는 2월 단독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글을 게시했다. ‘벚꽃엔딩’으로 유명한 가수 장범준도 동참했다. 그는 아예 공연 티켓 예매표를 전부 취소했다. 공들여 예매에 성공한 팬들로서는 허탈하고 서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팬들도 스타들의 이런 질타와 조치를 적잖이 반기는 분위기다. 그 어느 때보다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탓이다.
암표로 인한 폐해는 소위 ‘피케팅’(피튀기는 티케팅)이 벌어질 만큼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가수들의 공연마다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은 소속사 차원에서 주로 자제를 촉구하고 단속해왔다. 하지만 희소성이 큰 유명 가수의 공연 티켓을 사고팔며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세력이 근절되지 않으면서 아예 스타들이 직접 나섰다. 팬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가수 아이유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다. 팬들이 직접 암행어사가 되는 방식이다. 암표 거래를 포착한 뒤 이를 소속사 등에 신고하면 해당 제보자에게 포상으로 취소된 티켓을 주는 식이다. 암표상의 득세로 인해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합법적으로 표를 구할 수 있는 길이라 적극 참여하는 모양새다.
아이유 측은 암표 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 팬일지라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앞서 부정 티켓 예매 12건을 확인한 뒤 팬클럽 제명을 결정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이들을 더 이상 팬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암표의 폐해가 번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K팝 시장의 확장과 연결된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공연을 보려는 수요가 많아졌고, 표를 구하긴 어려워졌다. 볕이 강하면 그늘이 짙어지는 논리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기준,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1년 785건, 2022년 4224건으로 급증했다. 무조건 암표를 파는 사람만 탓할 순 없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웃돈을 주고라도 기꺼이 표를 구하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암표상들이 활개를 친다는 논리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2023년 공연 티켓 예매를 해본 전국 남녀 5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9~29세 32.8%가 “암표 구매 경험이 있다”(한국리서치 조사)고 답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엄청난 수요가 몰리는 예매 전쟁에서 암표상들은 어떻게 다량의 표를 확보할 수 있을까. 가수 임영웅 콘서트 티켓의 경우, 예매 대기만 수십만 명에 이른다. 그 바늘구멍을 뚫는 방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통상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좌석을 선택하고 결제 단계에 이르기까지 빨라도 1분여가 소요된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10초 내외에 이 단계를 거친다. 인간의 손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보급형 매크로 프로그램이 늘면서 전문적인 암표상이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표를 구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암표의 리셀, 즉 재판매 가격이 크게 뛴 것 역시 암표상들이 더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통상 공연 티켓 한 장 가격은 평균 15만 원 정도다. 하지만 임영웅의 공연 VIP석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수백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실제로 원가보다 3배 정도 높은 50만 원가량 지불하고 표를 사서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다는 후기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암표 시장이 확대되면서 표 없이 “표를 팔겠다”는 사기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의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통해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고 속여 총 5억 9544만 원의 범죄 수익을 챙긴 30대 남성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돈을 보내면 티켓을 양도하겠다”며 130여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을 속였다. 하지만 표가 없이 판매하려 했기 때문에 ‘사기’에 해당된다.
반면 실제 표를 갖고 웃돈을 얹어 팔려고 했을 때 받게 되는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암표 매매는 경범죄로 다스린다. 관련 처벌법 3조에 의거, 통상 2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적발돼서 내는 벌금보다 암표 매매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이 훨씬 큰 셈이다.
하지만 향후 매크로를 악용한 티켓 확보 및 매매는 보다 엄하게 다스린다. 3월 22일부터 시행되는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 및 부정판매를 전면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확보한 표를 매매하다가 걸리면 최대 징역형에 처한다. 대만은 K팝 아티스트 콘서트 티켓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2023년부터 관련 법률을 강화했다. 대만에서 암표를 팔다가 걸리면 벌금으로 티켓 값의 최대 50배를 부과하고, 매크로 프로그램 등 부당한 방법으로 표를 사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대만달러(1억 281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렇지만 이런 처벌 규정 강화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이미 암표 매매가 발생된 뒤 조치라는 뜻이다. 결국은 “암표를 사고팔지 말자”는 인식 확산이 답이다. 수익 창출을 위한 공급자를 원천적으로 막긴 어렵다. 결국 수요가 줄어야 한다. 웃돈을 주고 티켓을 사는 사람이 없다면 공급자 역시 이를 불법적으로 확보해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암표를 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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