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계산동 선거사무소 개소 임박…이재명 비례대표 출마할 경우 불발 가능성도
#원희룡, 선거사무소 개소 임박
윤 위원장 공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원 전 장관은 1월 16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돌덩이에 비유하면서 “우리 정치가 꽉 막혀 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이 사실상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 전 장관 출마로 계양을은 22대 총선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장관 간, 이른바 ‘명룡대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1월 23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천 규칙에는 윤 위원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됐다. 공천 규칙에 따르면 선거에서 3회 연속 패배한 지역 등은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된다. 윤 위원장은 20·21대 총선과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했다. 계양을이 우선추천 지역구에 해당하는 셈이다.
윤 위원장은 원 전 장관 출마 선언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1월 20일 페이스북에 “원 전 장관이 계양에 선거사무실을 열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원 전 장관의 행보가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행보는) 이재명이 좋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일요신문에 “(원 전 장관이) 갑자기 출마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작년에 인요한 비대위원회 때 (출마 이야기가) 다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원희룡 전 장관은 계양에 출마한다고 해서 대권 반열에 섰다”며 “핫한 정치인이 됐다. 계양을에서 선거하든 안 하든 얻을 것을 다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내가 지면 우리 당에 아무 피해가 없다. 내가 이긴다면, 민심의 심판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굉장히 타격이 클 것”이라며 “원희룡 전 장관이 이긴다면 원희룡 개인기가 좋아서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원희룡만 빛나고, (원 전 장관은) 대권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선거사무소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몇몇 언론에선 원 전 장관이 이미 선거사무소를 차렸다고 보도했지만 지역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원 전 장관 측이 문의만 했을 뿐 계약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원 전 장관이 1월 말을 전후로 선거사무소 계약을 완료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선거사무소 위치는 계산동 우체국 맞은편에 있는 정형외과가 입주한 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을 방문한 결과 임대 현수막이 걸린 4층 문은 잠겨 있었다. 원 전 장관에게 사무소 계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 선거사무소가 들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은 이재명 대표 선거사무소와 약 540m 거리에 있다. 양당의 경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면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사진이 나온 대형 현수막이 건물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 하나를 두고 두 후보가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명룡대전’ 불발될 수도
‘명룡대전’이 불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대표가 비례대표 출마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월 18일 지역구 출마에 대해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그대로 나가지 어디를 가겠냐”며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 달라”고 말하며 계양을 출마를 시사했다.
그러나 이동형 작가는 1월 17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만약 병립형으로 가면 비례대표로 해서 끝 번호로 갈 것 같다. 옛날 DJ(김대중)나 JP(김종필)가 하던 방식”이라며 “연동형으로 간다고 하면 계양 지키는 거죠”라고 했다. 선거제 변동에 따라 이 대표가 전략적으로 비례대표 출마를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선거사무소는 일단 선거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선거사무소는 지역민들에게 개방돼 있었다. 선거사무소는 지지자들의 응원문구가 적힌 포스트잇과 편지지들로 장식돼 있었다. 자원봉사자라고 밝힌 여성은 “선거사무소에는 지지자들이 많이 온다.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많을 때는 수십 명이 온다”며 “아직 경선 전이라 본격적인 활동은 없다”고 전했다.
5명 남짓한 사무소 직원들은 모두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사무국장은 지역 일정을 챙기기 위해 나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의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명룡대전 성사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채 교수는 “(이 대표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도전자가 왔는데 응대해 주지 않으면 대권주자로서 창피한 일”이라며 “(비례대표로 나갈 경우) 만일 원희룡에게 (계양을을) 빼앗기면 당에도 손해다. 본인 이미지도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당선돼서 당권을 쥐겠다는 소인배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잃는 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원희룡 전 장관에게는 좋은 수다. (원 전 장관이) 실리와 명분에 있어서 손해 볼 게 없다고 본다”며 “어쨌든 험지 출마를 해서 영광의 상처든 영광이든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채 교수는 “도망가지 않고 (이 대표와) 정면 승부를 해서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대권주자답게 행동하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양을, 인천의 호남”
계양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계양구을로 분리된 2004년 17대 총선 이래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들이 낙승을 거둬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이 지역구에서만 5선을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70대 택시기사는 “계양을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다. 계양을은 인천의 호남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계양을 인구분포가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산동과 계양동은 대대로 호남 출신 이주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계양을에서 당선됐을 때 호남향우회의 지원이 있었던 것은 지역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만 계양을 호남향우회 관계자는 “(그동안 영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대가 바뀌면서) 많이 갈라졌다. 윤형선 씨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이 강한 농촌지역 인구는 도시 지역보다 현저히 적다. 계양을은 도농복합 지역이다. 윤형선 위원장 선거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농촌 지역 인구는 5~7%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농촌 지역민들 대부분 이주민이 아닌 토박이”라며 “(인구 구조상) 확실히 민주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계양을이 서울의 베드타운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로 꼽힌다. 계양을은 인천 변두리에 있지만, 동시에 서울 강서구와 맞닿아 있다. 계양구청에서 여의도까지 승용차로 약 40분 거리다. 이 때문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앞서의 관계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은 서울로 가는 게 로망이다. 그게 꿈이다. 지역 발전 여부보다는 서울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계양을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밀착형 정치인보다 인지도가 높은 거물 정치인이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거리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이재명은 지역에 해준 것도 없다”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지역 현안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재명을 또 뽑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민주당 우세 성향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12월 12일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2월 9~10일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지지율은 48.5%로 지지율 39.3%의 원희룡 전 장관을 9.2%포인트 앞섰다. 모든 동에서 이 대표가 우위를 보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1.8%, 부정 62.4%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38.4%, 국민의힘은 32.7%였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 지형, 대통령에 대한 비토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원 전 장관에겐 힘든 싸움이 될 전망이다. 무당층이라고 밝힌 60대 여성은 “이재명과 원희룡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라면서도 “원희룡은 뽑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윤석열 라인이어서 싫다. 윤 대통령이 지금 하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인천=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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