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의결 문제로 착공식 연기, 공사 한때 중단…경쟁 공연장 잇단 등장에 사업성 물음표
서울시와 카카오는 2022년 4월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아레나는 최대 2만 8000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서울아레나 시공사인 (주)한화는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아레나 착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카카오의 요청으로 서울아레나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날씨가 추운데 천막이나 보온 장치 등을 설치하는 데 3억 원가량이 든다”며 “예산 집행 관련해 의사 결정할 사람이 없어서 늦어졌던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는 서울아레나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지훈 (주)서울아레나 대표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서울아레나 관련 사업 검토와 결정권이 카카오 이사회로 넘어갔다. 오지훈 대표는 카카오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오 대표는 현재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카카오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주)서울아레나 대표 직무도 정지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14일 계획됐던 서울아레나 착공식도 연기됐다. 카카오는 서울아레나 착공식 연기와 관련해 “서울아레나 건립 관련 예상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용 재산정 및 이사회 의결을 거친 이후 착공식을 진행하려 한다”라며 “서울시에 정밀한 검토와 이사회 의결 이후로 착공식을 연기할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울아레나 공사가 잠정 중단됐던 이유에 대해서도 “착공식 연기랑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공사 초기부터 발생한 잡음은 향후 사업 진행과 관련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서울아레나 대표를 선임하지 않으면 비슷한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카카오가 이사회 개최일을 공개하지 않아 (주)서울아레나 대표 선임 시기나 착공식 개최 일자도 예상하기 어렵다.
(주)서울아레나 대표가 선임되더라도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주)서울아레나의 자산총액은 2022년 말 기준 191억 원이고, 이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억 원에 불과하다. 결국 카카오는 지난해 7월 (주)서울아레나에 56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9월에는 사업 파트너인 아레나에이가 (주)서울아레나에 20억 원을 수혈했다.
(주)서울아레나로서는 최근 원자재 가격, 인건비, 금융비용 등의 지속적인 상승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카카오가 서울아레나에 추가로 지원을 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순이익은 2022년 1~3분기 1조 5605억 원에서 2023년 1~3분기 1693억 원으로 89.15% 감소했다. 여기에 카카오가 최근 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카카오가 서울아레나 공사를 무작정 연기할 수도 없다. 카카오와 서울시는 2027년 3월까지 서울아레나를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2027년 3월까지 완공하지 못하면 카카오는 서울시에 배상금을 내야 한다. 배상금은 공정률에 따라 매일 지체상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공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카카오가 내야 할 배상금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카카오는 서울아레나 공사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홍국표 서울시 의원은 지난해 11월 16일 본회의에서 서울아레나와 관련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앞으로 더 중단될 가능성은 없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2027년 3월까지 준공을 완료하지 못하면 카카오가 서울시에 상당한 지체상금을 물도록 조건을 달아놨다”고 답했다.
카카오가 (주)서울아레나에 지원을 하지 못하면 시공사인 (주)한화도 곤란한 상황에 마주할 수 있다. 여장권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계약 방식은 총액계약 방식으로 현재 가격인 3917억 원이라는 정해진 금액을 공사비로 책정을 해놨다”며 “공사비가 더 늘어나더라도 (주)한화가 카카오에게 추가적으로 공사비를 요구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즉, 서울아레나 공사비가 예상액을 넘어가면 (주)한화가 초과분을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아레나가 기한 내 완공되지 못하면 (주)한화는 카카오에 1일당 2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주)한화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카카오는 서울아레나 준공 후 30년 동안 운영 및 유지 관리를 담당한다. 서울아레나가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카카오로서는 사업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경쟁 공연장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인스파이어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1만 5000석 규모의 다목적 아레나가 최근 문을 열었고, CJ라이브시티와 스타필드 청라 등의 공사도 진행 중이다. 스타필드 청라에는 멀티스타디움 돔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아레나가 위치한 창동이 외부인 입장에서 크게 접근성이 좋은 지역도 아니다. 카카오가 지난해 서울아레나 착공 연기를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와 서울아레나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 당시 “앞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는 각사의 해외 파트너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카카오가 사업자로 참여해 창동에 설립 예정인 서울아레나를 활용해 국내 공연 문화 생태계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부담 해소를 위해 SM엔터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카카오가 SM엔터를 매각하면 서울아레나 관련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다. 매각하지 않더라도 현 분위기에서 카카오가 SM엔터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도 어렵다. 카카오는 지난 1월 29일 “SM엔터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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