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의 대모’로 불리는 심상정 무소속 의원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경제권력이 집중된 재벌 문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심 의원은 이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국감장에 모시려고 한다”고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선포했고, 지난 9월 26일 환노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서의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면담에 대해서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어 있다고 해도 실질적 권한은 총수에게 쏠려 있다”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에게 물어야 하기에 총수를 모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인터뷰다.
―경제민주화 논란이 뜨거운데, 이번 국감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민주주의는 권력을 나누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5대 재벌을 중심으로 비대해져 있다. 경제민주화는 경제 권력이 집중된 재벌 문제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이번 국감에서도 재벌 기업들의 노동권 생명권 유린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환노위에서 언론탄압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새누리당과 협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새누리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국회가 개원할 때 MBC 청문회를 하기로 여야가 협상했는데 해당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해서 하지 못했다. 김재철 사장 문제는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노동 탄압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환노위에서 강력하게 청문회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파업 풀고 나서 직원들은 오리걸음으로 한강철교까지 가라고 하고 그걸 취재하는 PD들을 전출시키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어제(24일) 용역폭력사태에 관한 청문회에서는 용역직원들이 현장에서 어떤 무장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지 착용 장비를 실물 크기의 그림으로 만들어 공개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쌍용차 문제의 실상은 회사가 가망이 없어 철수한 게 아니다. 정부가 주도해 매각한 쌍용차를 상하이차는 계속 경영할 목적이 아니라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인수했고, 그 목적이 달성되니까 철수한 것이다. 철수할 명분을 찾기 위해 유동성 위기를 조장했고 기획 부도를 냈다. 우리가 파악한 문건에 따르면 부채비율은 약 160%였고 그 정도면 동종업계에서도 굉장히 건전한 편으로 볼 수 있는데 여러 회계 법인을 동원해 부채율을 570%로 회계 조작을 했다. 그것을 대량 정리해고의 근거로 삼았고 그에 저항하니까 무자비한 진압을 한 것이다. 즉 상하이차 철수는 유동성 위기나 경영부실 때문이 아니고 정치적 이유였다는 것을 당시 외교문서에서 확인했다. 2009년 6월 공권력이 투입돼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이 거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테러범을 잡는 5만 볼트의 테이저 건, 다목적 발사기, 한 해에 써야 될 최루가스의 95%를 쌍용차에 쏟아 부을 정도로 무자비한 진압이 이뤄졌다. 노동자들은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자존감까지 무너지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인해 현재 남아있는 해고자들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의 ‘대선후보 3자 회동’ 제안에 대해 ‘세 분의 의자를 쌍용차 농성장 앞에 준비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새 대통령은 이념이나 지역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과 바람 속에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쌍용자동차 현장이야말로 대한민국 보통 직장인들이 언제라고 겪을 수 있는 삶의 현장이다. 쌍용차 사태는 정치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단순한 노동문제를 넘어서서 세 후보가 책임을 느끼고 해법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박근혜 후보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는데 쌍용차 현장은 새누리당 정권에서의 꿈이 거세된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에 오셔서 책임을 통감하셔야 한다. 매각과 기술유출의 책임이 참여정부에도 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도 느끼시는 바가 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이헌재 전 장관이 캠프에 계시더라.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매각된 게 2004년인데 그때 이 전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과연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양극화를 심화시킨,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이헌재 전 장관과 함께 과연 안철수 후보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를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 ‘민주당과 진보당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는 평가를 했다.
▲이 지면을 통해 해명을 좀 하겠다. 그 발언은 <안철수의 생각>을 보고 평가한 것이다. 책에서 드러난 안철수 후보의 비전과 정책은 상당히 진보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할지가 중요하다. 이헌재 전 장관 이야기도 했지만, 정치 혁신의 핵심은 인적 쇄신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노선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는 이후에 나와 봐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특위 구성이 미뤄지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치권이 금기시하는 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 또 하나는 미국이다. 재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유착관계를 맺어온 곳이 새누리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삼성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희생당한 다수보다 삼성의 이해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사회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통합은 미소정치로 사진첩 만들듯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 새누리당이 보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삼성 백혈병·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직접 공판을 참관하기도 했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승인받은 과정에도 법정에서 산재 여부를 다투는 과정에도 삼성이 계속 개입, 컨트롤하고 있다. 법이 어느 정도 공정한지를 떠나 적어도 삼성은 법률적 진실을 가리는 과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보조 소송인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것도 철수해야 한다. 이번에 국감에서도 증인 채택을 하려다 보니 삼성 측에서도 여러 가지 이의 제기를 했는데, 삼성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피해자들을 존중하고 법적 절차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증인 신청 명단에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기업 쪽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담당 사장, 대표이사 다 있는데 왜 오너를 부르느냐는 문제 제기를 해온다. 우리나라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고 특히 재벌그룹의 경우 총수의 독단적 경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할 권한이 있는 회장님을 모시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반사회적인 기업은 국회에 불려오고 단호한 조치들이 취해진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분위기가 많은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에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정치권이 재벌들의 뒷배를 봐주고 도덕적 해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재계 쪽에서 무서워하니 로비도 많이 받을 듯한데.
▲나한테는 잘 안 오고 주로 새누리당으로 많이 가시는 것 같다(웃음). 그래도 삼성이나 현대나 이런 데서 많이들 온다. 재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보정당이 반기업 정당이거나 내가 재벌 저격수거나 그런 게 아니다. 삼성이든 현대든 공과가 있는데 공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는 반면, 과는 공유되어 있지 않다. 과를 균형 있게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기업 쪽에서는 ‘왜 민간 기업인을 그렇게 부르느냐, 필요하면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만날 일은 없다. 고통 받는 다수의 노동자들과 서민의 편에 서서 대변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 지난 9월 13일 통진당 탈당 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심상정 의원(가운데). 박은숙 기자 |
심상정 의원은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를 겪으며 정치인으로서 가슴 아픈 한 고비를 넘겼다. 지난 9월 13일 노회찬·강동원 의원, 유시민·조준호 전 공동대표와 함께 통진당을 탈당한 심 의원은 ‘새진보정당추진회의’를 만들어 창당을 준비 중이다. 그는 “몇 개월 동안 입안이 곪고 헐어서 뜨거운 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지난 총선에서 220만 표를 주신 국민들께 너무나 죄송하고 부끄러운 시간들을 보냈다”며 그간의 고뇌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처리가 실패된 것에 대해선 “수없이 복기해 보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 일은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다”면서 “진보와 정치 사이에는 작은 오솔길밖에 없다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에 크게 공감했는데, 그동안 많이 지쳤지만 이제 다시 힘을 내서 진짜 진보정치의 참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심기일전했다.
새진보정당추진회의는 대선 이후로 창당을 미루려고 했으나 탈당한 이들을 위해 2단계 창당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심 의원은 대선후보를 낼지도 심도 있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후보 문제는 갑론을박에 있지만 조만간에 방향이 잡힐 것 같다”는 그에게 ‘대선후보로 직접 나설 의사는 없는지’를 물었다. 심 의원은 조심스럽게 “내가 어떤 역할을 통해 기여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정치인은 국민과 당원의 바람을 경청하면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뼈 있는 한마디를 건넸다.
“늦긴 했지만 잘하신 일이다. 사실상 말을 바꾼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진정성 시비에 대해서는 오롯이 박근혜 후보의 몫이라고 본다. 반세기 이상 고통을 누적해온 피해자들이 말 한마디로 치유될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진실 규명이나 화해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여러 차례 읽으셨는데 원고를 읽다보면 키워드는 오타가 있더라도 그것을 고쳐 읽게 되는데 그걸 보면 아직까지 인혁당 사태와 같은 키워드들이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것 같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