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조합원 분양가’ 권고에 조합 수익성 악화 우려 아예 취소…주민센터에서 “XXX야” 욕설 등 충돌 빚기도
#'조합원 분양가' vs '일반분양가'
북아현2구역은 북아현동 일대 12만 55㎡ 규모 부지에 최고 29층 29동에 2320가구로 계획된 재개발 사업장이다.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과 2호선 아현역을 낀 '트리플 역세권'이라 최고의 입지로 평가 받는다.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옛 대림산업)다. 그렇지만 사업이 15년째 제자리걸음이었다.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1년 만에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조합 내홍과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을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2023년 9월에는 조합과 시공단의 극적인 공사비 협상 타결로 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듯했다. 기존 3.3㎡(약 1평)당 490만 원이었던 공사비 인상 협상에서 양측이 748만 원 선으로 간신히 합의를 이루면서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조합과 서대문구의 불협화음이다. 소위 '1+1 주택 공급'이 발단이 됐다. 대지지분이 크거나 대형 평형 주택을 보유한 자들에게 추가 1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인데 조합 계획에 서대문구가 제동을 걸었다.
조합은 추가 1주택 공급가를 '일반분양가 90%'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서대문구가 행정지도를 통해 '조합원 분양가' 공급을 권고했다. 통상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분양가보다 낮다. 따라서 조합은 이 경우 사업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합은 수익성 악화가 분담금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대가 심하다. 가뜩이나 급등한 공사비 인상의 영향을 추가 1주택 일반분양가 90% 공급으로 만회하려 시도해온 상황이기도 했다.
반면 서대문구는 개발이익 분배에 관한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이전부터 추가 1주택의 조합원 분양가 공급을 방침으로 세운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또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서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해졌다.
조합과 서대문구의 갈등은 올해 1월 19일 정점에 달했다. 이날 북아현동 주민센터 강당에서는 '북아현2구역 비전설명회'가 열렸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이진삼 서대문구의원을 비롯해 서울시의원 등이 직접 참석해 조합원들과 마주했다. 이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추가 1주택의 조합원 분양가 공급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일부 조합원들이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며 함께 나온 이진삼 구의원도 조합원에 둘러싸이는 등 봉변을 당했다.
몇몇 조합원들은 단상에서 내려온 이 구청장을 막아선 채 소위 '멱살잡이' 직전까지도 갔다. 이 구청장 등이 강당을 빠져나갈 때까지 일부 조합원들은 돌파를 시도하고 "XXX야" 욕설을 쏘아대며 이를 말리는 사람들까지 서로 뒤엉켜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갈 데까지 간다? '1+1' 아예 취소
본격적인 갈등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1월 27일 정기총회를 열고 '1+1 주택 공급' 자체를 아예 취소하기로 의결했다. 전부 1주택만 공급받는 방식을 토대로 관리처분계획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조합 안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추가 1주택을 받기로 돼 있던 일부 조합원들의 항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시 사업이 또 지연될 수도 있다.
당연히 서대문구와의 감정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서대문구는 총회 직전 조합에 "2주택 공급은 부동산 가치가 큰 조합원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와 공정한 이익 분배를 취지로 한 규정"이라며 "1+1 주택공급은 이행돼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조합이 인허가권자인 구청과 대립각을 세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서대문구의 최근 공문에도 '추가 1주택 공급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안 수립'을 당부하는 문구가 담겨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1+1 취소 자체만으로 인허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구 입장에서는 국토부 및 한국부동산원의 의견과 같이 도시정비법 등에 따라 추가 1주택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관리처분계획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대문구 뜻대로 조합원 분양가에 추가 주택 공급이 이뤄져도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추가 1주택 공급가 외에도 신청 가능 대상자가 몇 명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추산치가 적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한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될지라도 '나도 추가 1주택 신청 대상자였다'는 식으로 어느 한 사람만 소송을 제기하면 사업 차질이 빚어진다"면서 "서대문구와 조합이 더 긴밀하게 소통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북아현3구역은 모처럼 '희망'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구역에서 1+1 주택공급이 취소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북아현2구역 사례는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성 확보가 절실해지자 나타난 이례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편 서대문구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북아현3구역 차기 조합장 선거를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직접 조합을 구성해 정비사업의 속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조치는 2023년 12월 북아현3구역 조합원 215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서울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으면 구청장에 선관위 선임 등을 의뢰할 수 있다. 북아현3구역 조합원은 1994명이다.
북아현3구역은 조합의 비리 의혹 등으로 사업이 미뤄져왔다. 현 조합장마저 서대문구 등으로부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 총 8건의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관련 기사 반기 들면 아웃? 북아현3구역 재개발 현장서 무슨 일이…).
서대문구가 이곳 조합장 선거를 주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성헌 구청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17일 북아현3구역 비전설명회에서 '조합장 교체에 따른 속도전'을 암시했다. 이 구청장은 자리에서 "현 집행부는 본인들이 임기를 연장하고 싶겠지만, 우리 구의 실태조사 결과 위법사항을 다수 발견해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법과 규정을 지키면서 일해야 저희도 신속하게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로서는 북아현3구역의 경우 가능하면 빨리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저희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후 조합원 분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일이 잘 풀릴 수 있게 해주신다면, 올해 말이라도 관리처분인가가 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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