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용자 수도 ‘빨간불’…“사모펀드나 GS리테일이 실적 압박 가했을 수도”
지난해 11월 17일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은 이사회를 열고 신임대표로 이정환 전 오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위대한상상에 따르면 이 대표는 삼일회계법인과 세계적 컨설팅회사 PwC, 딜로이트 등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의 기업컨설팅을 담당했다. 대우정보시스템 경영지원실장(CFO), 써머스플랫폼(구 에누리닷컴) 경영지원총괄(CFO/CTO) 등을 거치며 노후한 사이트와 BI(브랜드정체성)를 개편하는 성과를 보인, 이른바 ‘기업가치 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
선임 당시 이정환 대표는 “코로나19 연속 유행 이후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요기요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며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고객은 물론 입점 파트너, 라이더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런 포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그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 측은 당시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지난 1월 26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사표가 수리됐음을 알렸다. 전임 서성원 대표가 2022년 5월 대표 자리에 올랐다가 1년 6개월 만에 물러났을 당시에도 회사 측이 밝힌 사임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였다.
전준희 신임 대표는 1993년 이스트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해 온 테크 전문가다. 구글과 안드로이드 TV플랫폼 총괄, 유튜브TV 총괄 엔지니어링 디렉터, 우버 신사업팀 엔지니어링 디렉터, 쿠팡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거쳐 2022년 요기요 CTO로 합류했다. 전 대표는 요기요에서 신규 배차시스템과 주요 기술 인프라 개발,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경험 개선과 배달비 무료 구독서비스 요기패스X기획 등을 지휘해왔다.
두 대표가 잇따라 사임한 뒤 내부 인사가 신임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는 반응과 함께 요기요의 지분 구조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배달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의)개인사정이라고 회사에서는 밝혔지만 기업에서 인사 보도자료를 낼 만한 인물이 두 달 만에 교체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전문경영인학회 회장)는 “아무리 사모펀드가 주주로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대표 교체가 두 달 만에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내부에서 알력 싸움이나 갈등 같은 것이 발생했다든지, 사모펀드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 일이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주사 간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대표 이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기요 전‧현직 직원들은 주주사가 3개나 되는 점을 주목하며 “의사결정이 느리다” “사모펀드의 닦달로 어려움이 있다” 등 이로 인한 갖가지 단점을 지적했다. 현재 위대한상상은 사모펀드운용사(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가 각각 35%, GS리테일이 3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모펀드가 1000억 원 상당의 주주배정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하면서 GS리테일과 법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GS리테일은 사모펀드가 부당한 방법으로 CB 발생을 시도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일단락된 바 있다.
일각에선 요기요의 주요 주주인 GS리테일이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제가 종국엔 이 대표의 조기 사임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GS리테일은 배달업계가 호황이던 2021년 핵심 경쟁력으로 퀵커머스를 꼽으며 잇따라 플랫폼 투자에 나섰다. 당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보유한 위대한상상 지분 100%를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의 최종 인수 금액은 8000억 원, GS리테일은 2400억 원을 투자해 요기요 지분 30%를 인수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과 고물가 탓에 외식수요가 감소하면서 배달앱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해 GS리테일이 투자했던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도 적자로 자금난을 맞으며 경영권이 hy(옛 한국야쿠르트)로 넘어갔다. GS리테일은 현재 메쉬코리아 지분가치를 전액 상각 처리했다. 최근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도 20억 원에 헐값 매각해 GS리테일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연달아 실패 중이다. 이에 조급해진 GS리테일이 요기요에도 실적 압박을 가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GS리테일이 온라인에 대한 니즈가 있고 이에 대한 그림은 잘 그렸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그러나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는 없고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이다 보니 딱딱한 조직문화로 인해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온라인 비즈니스와의 간극은 좁히지 못한 채 성과만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백그라운드를 가진 이 대표가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거버넌스가 취약한 ‘요기요’가 경쟁자들에 밀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란 해석도 나온다. 내부 상황이 혼란한 사이 점차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이로 인해 최고 경영자들이 줄줄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졌을 거라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배송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거버넌스가 취약한 기업은 더 많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사모펀드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CEO에 대한 실적 압박이 거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최근 요기요의 경영 실적엔 ‘빨간불’이 켜져 있다. 쿠팡이츠에 업계 2위 자리도 내줬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기준 쿠팡이츠 일일활성 이용자수(DAU)는 111만 5160만 명으로 요기요(100만 1706명)을 처음으로 앞섰다. 2019년 쿠팡이츠 서비스 시행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배민의 지난해 12월 MAU는 0.1% 증가, 쿠팡이츠는 35%나 늘어난 반면 요기요는 15.6% 감소했다. 요기요는 지난 2022년 매출 2639억 원을 기록했지만 111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2083억 원을 기록했지만, 누적 영업 손실은 526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 상태다. 전준희 신임 대표 역시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요기요는 단순 지분투자 회사로 GS리테일이 말씀 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요기요 관계자는 “(사모펀드 간 갈등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 드릴 내용이 없다”며 “두 대표의 사임은 일신상의 이유”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준희 신임 대표는 회사의 사업과 조직문화를 잘 알고 있는 내부 사람으로 가장 적임자라 판단된다”며 “빅테크와 국내 테크기업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전문가인 전 신임대표가 올해 사업비전 구현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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