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가 추락사 재수사 요청, 친부·내연녀 범행 드러나…재판 동안 반성은커녕 진술 번복, 최근 사형 집행
최근 중국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등의 최고 화제는 단연 ‘충칭 남매 추락사’다. 법원이 남매를 살해한 범인들의 사형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충칭시 인민법원은 최고법원이 내린 사형 집행 명령에 따라 1월 31일 남매의 아버지 장보, 장보의 내연녀 예청진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면서 3년여 전 중국을 경악케 한 남매 살해 사건은 다시 조명받고 있다. 모든 검색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사건은 2020년 11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칭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두 살짜리 누나와 한 살 동생이 추락해 사망했다. 남매가 살던 집은 15층이었다. 남매의 아버지 장보는 “거실에서 카드놀이 하고 있었는데, 베란다에서 남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달려갔으나 이미 떨어진 뒤였다”라고 했다.
장보는 즉시 구조대에 신고했으나 아이들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장보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면서 아파트 1층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터트렸다. 장보는 벽에 머리를 찧으며 통곡했고, 이 모습은 전국에 중계됐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고, 위로와 응원이 쏟아졌다. 공안당국에선 남매가 부주의로 추락했을 것이라고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며칠 뒤인 11월 10일 귀를 의심케 하는 뉴스가 전해졌다. 남매의 아버지 장보, 여자친구 예청진이 긴급 체포됐다는 내용이었다. 둘은 아이들을 고의로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공안당국 조사 후 2021년 3월 18일 충칭시 검찰은 둘을 살인죄로 재판에 넘겼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의 반전은 남매의 친모이자 장보의 전 부인인 진 아무개 씨의 의심에서 시작됐다. 진 씨는 사건 후 공안 측에 “장보가 그날 유독 회사를 가지 않았고, 평소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을 돌봐주던 할머니가 장을 보러 외출했을 때 사건이 발생했다. 또 베란다로 가는 문은 아이들이 열 수 없다. 난간 역시 스스로 넘을 수 없을 만큼 높다”면서 장보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재판 기록과 공안 수사 발표 등을 종합하면 장보는 기혼임을 숨기고 예청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청진은 장보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았고, 이혼을 요구했다. 결국 장보는 2020년 2월 아내 진 씨와 이혼을 하고 예청진과 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여섯 살까지 장보가 키우고 그 후엔 진 씨가 맡기로 했다.
예청진은 아이들을 부담스러워 했고 방해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장보에게 살해 제안을 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예청진의 거듭된 재촉에 장보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예청진은 ‘아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같이 살지 않겠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부터 장보와 예청진은 남매의 살해 계획을 세웠다.
장보와 예청진이 나눈 메시지 등엔 구체적인 살해 방법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위장했을 경우 어디에 차를 폐기해야 하는지, 건물에서 추락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대화로 주고받았다. 추락사 등을 검색한 흔적도 발견됐다. 둘은 2020년 10월경 한 차례 살해를 시도했으나 미수로 그쳤다.
사건 당일인 11월 2일, 장보는 아이를 돌보던 친할머니에게 시장을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안방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의 다리를 잡고 들어 베란다로 이동한 뒤, 창밖으로 떨어트렸다. 잔인한 수법에 수사진들조차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장보가 부른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를 하려 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2021년 12월 28일 1심 재판부는 둘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남매의 생모 진 씨는 변호사를 통해 “어떠한 형태의 경제적 배상을 원하지 않는다. 장보와 예청진에게 사형이 선고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보와 예청진은 선고 후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고 이를 놓고도 많은 비판이 나왔다.
2023년 5월 11일 충칭 고등법원 항소심은 1심 선고를 그대로 확정했다. 그 전에 열린 재판에서 장보와 예청진은 반성은커녕, 수사 때 했던 진술을 번복하는 등 뻔뻔한 태도로 재판부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충칭시 최고법원은 “장보와 예청진은 살해에 있어서 모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살인을 모의하고 추락을 가장해 두 명의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법과 도덕의 마지노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면서 “범행 동기가 매우 비열하고 악랄하며 수단은 잔인하다”면서 사형 집행을 확정했다. 그리고 1월 31일 형이 집행된 것이다.
남매의 외할머니인 차오샤는 사형 집행 후 “아이들이 죽은 것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나마 피고인 사형 집행이 우리에겐 위로가 됐다”고 했다. 차오샤는 “사건 후 3년여의 재판 동안 조마조마했다. 사형 선고가 나오지 않을까봐, 또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했다.
진 씨는 “지난 몇 년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정의를 되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진 씨는 “마음 속 돌이 떨어졌다. 판결이 바뀔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진 씨는 사형 집행 후 부모님과 함께 두 아이의 유골이 안치된 절을 찾아가 장보와 예청진의 사형 집행 결과를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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