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유 없이 체온이 오르거나, 배달 음식이나 정크푸드가 당긴다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잠이 부족하다고 뭐 대수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오산이다. 충분히 잠을 못 잘 경우에는 단순히 조금 피곤한 느낌을 넘어 광범위하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호소할 수 있다. 낮잠이나 쪽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잠시라도 눈을 붙이면 심장과 혈관 건강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다음은 영국의 ‘메일온라인’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짚어본 우리 몸이 알리는 5가지 수면 부족 징후들이다.
#배달 음식이나 정크푸드가 당긴다
이상하게 건강하지 않은 배달 음식이나 정크푸드를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면 수면 부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는 수면과 식욕 조절 호르몬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잠이 부족할 경우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에 변화가 생긴다.
2014년에 실시된 소규모 연구는 23명의 건강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밤과 극도로 수면이 부족한 밤을 보낸 후에 음식을 어떻게 갈망하는지를 관찰한 것이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는 정크푸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진들은 이것이 에너지 레벨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추측했다. 즉,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고열량이거나, 설탕 함량이 많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갈망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덧붙여 2019년, 노스웨스턴대학교 파인버그 의과대학의 연구원들은 또 다른 가설을 제시했다. 수면 부족인 상태에서 특히 건강하지 않은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이유는 코, 즉 후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잠이 부족하면 후각이 너무 피곤해져서 다양한 음식 냄새에 관한 정보를 뇌에 충분히 전달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종종 정크푸드처럼 강한 냄새를 풍기는 기름진 음식을 더 많이 찾게 된다.
#기억력이 감퇴한다
많은 사람들은 피곤할 때면 기억력이 더 나빠진다고 느낀다. 실제 수면 부족은 뇌의 학습 능력과 정보를 기억해내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수면재단’에 따르면, 꿈을 꾸는 단계로 알려진 렘(REM) 수면 단계에서 뇌는 전날의 기억을 조합하고 저장하기 위해 활성화된다. 그런데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이 과정이 방해를 받게 되고, 기억을 형성하고 정보를 저장하는 과정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된다.
2016년 ‘수면연구저널’에 발표된 싱가포르 의료진의 연구 결과는 더욱 놀랍다. 6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따르면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거짓된 기억을 만들어낼 위험까지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면은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을 학습하고 강화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근육 기억’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전을 할 경우 교통사고 비율이 높아지는 것 역시 몸의 반응시간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체중이 증가한다
수면 부족이 체중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다. 하버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수면 시간은 특히 그렐린 호르몬 수치와 연관이 있다. 그렐린 호르몬은 체중 증가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촉진하고 허기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충분히 못 잘 경우 그렐린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과식과 폭식을 하게 된다.
수면 부족은 또한 포만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호르몬인 렙틴의 수치를 낮춘다. 따라서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결과적으로 그렐린 수치는 높아지고 렙틴 수치는 낮아지며, 이에 따라 배고픔은 더 많이 느끼는 반면 포만감은 늦게 느끼게 된다.
잠을 못자면 스트레스 강도도 높아지는데, 이는 코르티솔 수치 상승의 원인이 된다. 코르티솔은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에너지(당과 지방)를 몸안에 저장하는 일종의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따라서 코르티솔 수치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몸이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수면 부족이 인슐린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코르티솔 수치가 높을수록 우리 몸은 인슐린에 덜 민감해진다. 문제는 인슐린이 섭취한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호르몬이란 점이다. 따라서 몸이 인슐린에 덜 민감해지면 우리 몸은 혈중 지방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에 지방이 축적되고 이는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위험을 선호한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완전 혹은 부분적인 수면 부족이 개인의 위험 선호도와 충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32명은 하룻밤은 평소대로 푹 자고(보통 7~8시간을 자는 사람들), 그 다음날에는 밤 9시에 실험실에 도착해서 완전히 깨어있는 상태로 밤을 지새웠다. 나머지 42명은 자신의 수면 습관에 따라 5일간 규칙적인 수면을 취했고, 이어서 5일간은 부분적인 수면 부족을 겪도록 했다. 가령 새벽 2시에 잠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했다.
그 결과 비록 부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수면 부족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더 해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자연과학 및 수면’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수면 부족인 상태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더 충동적이 되고 위험 선호도가 상승했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처럼 잠이 부족할 때 위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생각, 행동,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체온이 상승한다
수면은 체온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시 말해 수면을 적절하게 취하지 않으면 정상 체온인 37℃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보스턴대학의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피곤함을 느낄수록 뇌의 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피곤함의 명백한 신호인 하품은 이러한 체온 조절 실패를 보상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하품을 함으로써 뇌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만일 이유 없이 몸이 덥거나 불쾌하다면 이는 우리 몸이 더 많은 수면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연령대별 적절한 수면 시간(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신생아(0~3개월): 14~17시간
갓난아기(4~11개월): 12~15시간
유아(1~2세): 11~14시간
어린이(3~5세): 10~13시간
어린이(6~12세): 9~12시간
10대(13~18세): 8~10시간
18~60세: 7시간 이상
61~64세: 7~9시간
65세 이상: 7~8시간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