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제 및 의료 시스템 붕괴...김정은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 고조”
김영호 장관은 이날 부산 온종합병원 15층 강당에서 ‘방방곡곡 찾아가는 北스토리’라는 주제로 ‘북한 바로 알기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행사에는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부산포럼 회원, 부산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실질적 변화와 통일 준비를 위해 정확한 실상을 인식하고 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강연을 펼쳤다.
김 장관은 먼저 ‘지방에는 생필품도 제대로 공급이 안 된다’는 김정은의 말을 언급하며 ‘북한 내 배급제 붕괴’에 대해 설명했다. 김 장관은 “북한주민은 각자도생의 길에 나서고 있다”며 “곡물 배급 비율이 줄면서 장마당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마당 형성으로 중국 위안화와 달러 사용이 대폭 늘었다”며 “북한 원화 사용은 김정은 정권 이전 80%이던 것이 이후에는 36%로 폭락했다”고 전했다.
배급제 붕괴 여파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점도 얘기했다. 김 장관은 “사적주택 거래 증가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국영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면서, 이른바 ‘돈주’의 등장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 뒤 “뇌물 공여 경험 유무가 5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료체계 붕괴 및 전력난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북한주민 대부분이 시장에서 약품을 구입할 정도로 의료체계가 무너졌다”면서 “전기 공급도 하루 4시간밖에 받지 못하고, 나무 연료 의존율도 72%가 넘어면서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60%에 달하고, 삼대 세습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밑에서부터 변화할 수밖에 없다. 자유평화통일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토크콘서트에 앞서 김 장관은 같은 날 온종합병원과 ‘북한이탈주민 마음건강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통일부와 온종합병원은 이번 협약을 통해 △‘북한이탈주민 마음건강센터’ 설치 및 운영 협력 △마음건강 관리를 위한 예방활동 및 진단·치료 협력 △조사연구 및 데이터 구축 △자료 발간 및 학술행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온종합병원 정근 그룹원장은 2003년부터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을 설립해 매주 일요일 오후 의사, 약사, 초중고교생 등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들을 상대로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호 장관은 “북한에서의 엄혹한 인권 상황을 경험한 것은 물론 여러 나라를 거쳐 국내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던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이들에게 마음을 치유하고 나눔터가 절실한 실정”이라면서 “‘북한이탈주민 마음건강센터’ 운영에 흔쾌히 동의해준 온종합병원 측의 적극적인 협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온종합병원 정근 그룹원장은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이탈주민들과 자주 만나는데, 사선을 넘어온 탓인지 다들 엄청난 트라우마들을 갖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됐고, 가슴이 몹시 아팠다”면서 “이번에 통일부와 함께 운영하려는 ‘북한이탈주민 마음건강센터’를 통해 그들의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 남한사회에 빨리 적응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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