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쟁한 스타들 아역으로 쌓은 필모그래피 호평…“나이 한계 넘는 배우 될 것, 5060까지 지켜봐 주세요”
‘영화 보는 내내 얼굴만 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는 감탄 어린 시청평을 들은 배우 노정의(23)는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작품도 너무 재미있었다는 얘기도 꼭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로 첫 넷플릭스 입성, 그리고 첫 글로벌 시청 1위(비영어 부문)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머쥔 그는 공개 2주 차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영 실감이 안 난다며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아침 7시에 마동석 선배님한테서 문자가 왔어요. ‘황야팀 글로벌 1위 축하축하’라고 적혀있었는데 너무 잠결에 받은 거라 이게 꿈인지 진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 우와!’하고 놀랐다가 ‘아닌가, 꿈인가…’하고 있었는데 문자 밑에 사진이 캡처돼 있더라고요. 맨 위에 1이란 숫자가 적혀있고 아래엔 ‘황야’와 포스터가 있었어요. 그때서야 잠이 확 깨더라고요(웃음).”
대재난 이후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황야’에서 노정의는 폐허 속 살아남은 10대 소녀 한수나 역을 맡았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생존자들을 지키는 사냥꾼 남산(마동석 분)을 아빠처럼 여기며 그에게 보호를 받고, 또 반대로 그를 지키고 싶어 하는 당찬 소녀다.
“사실 영화가 수나의 과거를 뚜렷이 다루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런 장면이 묘사되지 않아도 남산의 대화 장면에서 수나와 남산의 관계성을 이해할 수 있죠. 수나도 남산 아저씨를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예컨대 수나가 자신이 살던 버스동을 떠나 다른 생존자와 군인들이 있는 아파트로 들어갔을 때 낯선 이들을 바라보는 눈빛과 남산 아저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요. 그런 미세한 부분들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죠.”
‘황야’에서 수나는 재난물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 캐릭터들이 으레 그렇듯 소중한 사람을 잃고 고통 받으며, 산전수전 속에서 벼랑 끝까지 쫓기는 시련을 겪는다. 사냥꾼 남산과 그의 파트너 지완(이준영 분), 그리고 할머니의 애정과 보살핌 속에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나타난 군인들의 ‘인류의 미래’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생체실험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캐릭터의 포지션으로 따진다면 구원을 기다리는 소중하고 무력한 존재여야 하겠지만, 노정의의 수나는 제 앞에 놓인 위협을 강단 있게 헤쳐나가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나에게 중점을 두려 한 점은 이 아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었어요. 수나가 지키고 싶어하는 것, 그게 바로 가족 같은 남산 아저씨였고요. 그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무서운 상황이 눈앞에 있더라도 담담하게 일들을 해결해 나가고 강단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요. 이렇게 일을 헤쳐나가는 방식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 아이들과 수나의 다른 모습인 거죠.”
그런 수나를 연기해 나가면서 노정의는 특히 허명행 감독과 마동석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는 대규모 장르 영화에 출연한 적이 처음이었기에 초반에는 자연스레 고민이 따라붙었지만, 선배들의 다정한 조언이 그 난관을 넘어서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황야’의 현장이 얼마나 편안했는지에 대한 귀띔도 함께 이어졌다.
“연기를 하면서 막힌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고민이 생기면 선배님이나 감독님께 여쭤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 해결이 됐거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황야’를 찍으며 힘들었단 생각이 잘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야외에서 찍을 때 추웠다는 점을 제외하면요(웃음). 수나가 고문을 당하는 장면 같은 경우도 현장에서 배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촬영을 위해 누워있다가 잠깐 졸기까지 했을 정도로(웃음). 그만큼 정말 모두가 편안하게 만들어주시고, 배려해주시니 제가 긴장감을 놓을 수 있었죠.”
선배 배우일 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황야’의 세계관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던 마동석은 노정의의 가장 큰 조력자이기도 했다. 여기에 마동석의 전매특허인 액션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압도적인 메리트까지 받아 들고 나니 ‘황야’의 현장은 노정의에게 있어 매 순간이 선물 같을 수밖에 없었다고.
“마동석 선배님의 액션을 실제로 보면 정말 속도감, 타격감이 확실히 더 크게 느껴져요. 게다가 주먹 하나하나에 실린 감정과 움직임이 다 다르죠. 본업도 이렇게 잘하시는데 심지어 다른 것까지도 엄청나게 재능이 있으신 분이잖아요. 곁에서 보면서 정말 멋있고 존경스러운 선배님이시다, 최고시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성장하고 노력해서 액션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선배님께서 ‘언제든지 배우러 와’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올해 안에 도전해 보려고요(웃음).”
열 살의 나이에 2011년 채널A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한 노정의는 올해로 데뷔 13주년을 맞이한, 어엿한 ‘선배급’ 배우이기도 하다. 김선아, 이세영, 박은빈, 박신혜, 정려원 등 쟁쟁한 스타 여배우들의 아역을 거쳐온 그는 2020년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선 홀로 고통을 감내하며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사라진 소녀 세진을 맡아 김혜수·이정은 두 선배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역으로서, 또 10대로서 연기하며 차근차근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가 꾸준한 호평을 받았으니 성년을 맞이한 지금은 성인 연기자로서의 온전한 연기 변신도 욕심나진 않을까. 아역을 거친 배우들이 대부분 고민하게 되는 이 지점에 대해 노정의는 “아직 조바심을 느낄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웃어 보였다.
“제가 20대가 되고 나서도 10대를 많이 연기하긴 했지만, 성인 연기자로서 빨리 인정받고 싶단 조바심은 없어요. 요즘은 연기와 캐릭터의 나이 제한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역할을 맡든 어차피 앞으로도 제겐 시간과 기회가 계속 주어질 거니까요. 사실 50대·60대가 돼서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순 없잖아요,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거죠(웃음). 저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선배님들을 만나며 다양한 나이대를 맡으면서 그런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 50대·60대가 될 때까지도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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