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중국 감옥이 편해” 일부러 사고 쳐…형기 지연 원천 차단, 다른 수감자와 격리 조치
1월 25일 일요신문과 만난 김 아무개 씨는 중국에서 21년 동안 수감돼 있었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청춘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출소 전 중국 현지 교도소에서 한국인 수감자 ‘방장’ 격으로 활동했다. 김 씨는 “중국 현지 교도소를 드나드는 북한 수감자들도 많다”면서 “중국 당국이 북한 수감자를 대하는 태도엔 약간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 수감자들은 출소하기 2~3개월 전쯤 독방 신세가 된다. 다른 수감자들과 자체 격리를 시키는 셈이다. 김 씨는 “북한 수감자들이 출소 전 독방으로 가는 이면엔 웃지 못 할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교도소 내에 북한 수감자들은 출소를 하면 강제추방 절차를 거쳐 본국으로 송환된다. 그들은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 수감자들이 집에 가는 걸 싫어한다. 오히려 중국 감옥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출소하기 전에 일부러 내부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사고를 쳐 형량을 늘리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자 중국 교도소 측에서도 이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출소 전에 북한 수감자를 독방으로 보냈다.”
재소자가 형량을 늘리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 현지 감옥(교도소)에선 어지간한 사고를 친다고 형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크고 화끈한 사고를 쳐야 형량이 늘어난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수감자를 비롯한 형기를 늘리려는 목적을 가진 수감자들은 교도관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사고를 쳐 형기를 늘리기도 한다”고 했다.
중국 교도소에 장기간 억류돼 있던 한국인 A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A 씨는 “중국 감옥은 사고를 쳐 형량을 늘리기 좋은 구조”라면서 “우리나라 교도소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A 씨는 “수감자들이 기거하는 감옥동은 보통 5층 건물로 1층에 건물 출입구가 있고, 1개 층마다 대대단위로 구분된다”면서 “층별 입구만 봉쇄해 놓고 그 안은 모두 개방돼 있다. 수감자들끼리 질서를 유지하며 지내는 구조”라고 했다.
A 씨는 “화장실도 각 방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공용 화장실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교도소는 방마다 걸쇠를 걸어 잠그지만, 중국 감옥은 방문이 대체로 개방돼 있다”고 했다. 그는 “감옥을 벗어나지 못할 뿐, 안에서는 이동이 자유롭고, 중국 교정당국은 그 환경을 CCTV로 모니터링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개입한다. 교도관 사무실은 층별 입구마다 위치해 있다”고 했다. A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오랫동안 모범적인 활동을 하면 감형 대상이 된다. 반대로 사고를 치거나 난동을 피우면 형량이 늘어난다. 이런 부분을 집에 가기 싫은 북한 수감자들이 이용하는 것은 꽤 전통적인 일이었다. 중국 당국에서도 북한 수감자들의 ‘형기 지연’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서 철창신세를 진 북한 수감자들은 대개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면서 “북한 당국 지시로 중국 현지에서 위조지폐를 유통하거나 해킹 등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 외화벌이를 하다가 귀국 시기를 앞두고 사고를 친 경우,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위조지폐 유통, 해킹 등 북한 당국 지시에 따라 움직이던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수감자들은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극도로 꺼리는 이들”이라면서 “북한 외화벌이 요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돌아가는 시일을 앞두고 고의적으로 범죄행위를 발생시켜 수감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탈북을 시도하다 잡힌 사람들의 경우엔 본국으로 송환되면 생사를 보장할 수 없는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탈북 의사가 있는 북한 수감자들은 송환되면 목숨을 위협받는데다, 살아남더라도 이미 경험한 외국생활을 바탕으로 북한 사회 폐쇄성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서 북한 수감자들이 생존을 위해 형기 연장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셈이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던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외화벌이 요원들이 파견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범죄를 일으키거나, 파견 기간 만료 후 잠적한 뒤 잡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잠적 이후 적발되는 경우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탈북 시도로 간주되는 요소”라고도 했다.
중국 현지에선 북한 출신들이 한국 관련 정보에 더욱 훤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떤 상황이라도 ‘탈주’가 가능하도록 한국 공관 전화번호를 암기하거나 메모해놓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김 씨는 이런 경우를 실제로 경험했다. 김 씨는 2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뒤 강제출국 조치가 시행되기까지 21일 동안 중국 현지 구류소(유치장)에 억류돼 있었다.
구류소에 억류된 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지자, 김 씨는 주 다롄 대한민국 출장소에 연락을 취해 강제출국 진행상황을 문의하려 했다.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통사정을 해서라도 받아낼 수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출장소 전화번호를 알 도리가 없었다. 그때 김 씨가 출장소에 연락하게끔 연락처를 알려준 ‘구세주’가 있었다. 다름 아닌 탈북 수감자였다. 탈북 수감자는 본인이 알고 있는 주 다롄 대한민국 출장소 연락처를 김 씨에게 알려줬고, 김 씨는 출장소에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한국 사람들 중에 영사관 혹은 영사 출장소 연락처를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함께 있던 탈북 수감자는 한국 관련 시설 전화번호와 주소를 달달 외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도소와 구류소 등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 사례를 직접 겪으면서 그들이 얼마나 북한으로 돌아가기 싫은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과거엔 북한 수감자들은 창춘시 소재 감옥에, 한국 수감자들은 선양시 소재 감옥에 나눠 수감했었다”면서 “최근 중국 당국이 외국인 수감자를 한데 모으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남북 수감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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