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스타가 왜 한국에?
축구팬들이 한창 아시안컵에 집중하는 기간임에도 린가드의 FC 서울 이적설은 눈길을 잡아끌었다. 린가드는 세계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팀에서 성장 과정을 보냈다. 성인 팀에도 데뷔,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FA컵,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232경기에 나섰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진출에 일조했다. 당시 린가드의 국가대표 등번호는 7번이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린가드를 마중 나온 팬들의 손에는 맨유를 포함해 잉글랜드, 웨스트햄 등 다양한 유니폼들이 쥐어져 있었다.
린가드는 K리그 역대 최고 이름값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다. 과거에도 빅리거들이 K리그에서 활약한 바 있다. 조던 머치는 잉글랜드(카디프 시티, 크리스털 팰리스 등), 키키 무삼파는 스페인(AT 마드리드)과 잉글랜드(맨체스터 시티), 이아니스 지쿠는 이탈리아 경력을 가지고 국내 무대로 왔으나 린가드에 비하면 이름값이 덜하다.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940만 명에 달한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의 팔로어는 185만 명이다.
1992년생으로 손흥민과 같은 해 태어난 린가드는 유럽 무대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스카이스포츠'는 린가드를 원하는 클럽이 26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최근 유럽의 스타들이 몰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무대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린가드의 선택은 FC 서울이었다. 무성했던 '설'은 지난 5일 한국 입국으로 현실이 됐다.
린가드는 마지막으로 활약했던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약 130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는 서울 구단의 선수단 연봉 총액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2023시즌 선수단 연봉으로 약 132억 4000만 원을 지출했다. K리그 재정 규모로선 린가드를 품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팬들 사이에선 '연봉을 주급으로 착각한 것이 아니냐, 원과 파운드를 헷갈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린가드는 축구만 고려했다는 뜻을 전했다. 린가드의 이적 작업을 진행한 관계자는 언론에 "다시 축구를 하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안정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팀을 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린가드는 2023년 7월 노팅엄과 계약이 종료된 이후 소속팀이 없이 지내왔다. 노팅엄에서 뛰던 시절에도 시즌 후반기에는 주전에서 밀려 출전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린가드가 한국 무대를 선택한 것과 관련해 많은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 '축구를 위해서'는 다른 곳을 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린가드는 축구 외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자신만의 의류 브랜드를 론칭한 데 이어 e스포츠 게임단을 인수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여름에는 국내 e스포츠 구단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린가드의 이번 이적을 두고 '축구 외적인 목적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또 다른 월드스타
K리그 외에 또 다른 프로 리그인 KBO리그에도 월드스타가 활약한 바 있다. 주인공은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다. 푸이그는 2022시즌,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이전에도 접촉설은 있지만 푸이그 측에서 빅리그 도전을 이어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2022시즌을 앞두고 영입이 성사됐고 이 역시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긴 소식이었다.
이전에도 에디슨 러셀과 같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선수가 KBO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푸이그는 체급이 다른 선수였다. 마이너리그를 거친 기간은 약 1년에 불과했다. 빅리그 데뷔와 동시에 한 달간 7홈런과 타율 0.436을 기록,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이듬해 올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푸이그는 단순 기량뿐 아니라 팬들을 열광시키는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선수였다. 특유의 운동능력으로 동물적인 주루와 수비를 선보인다. 과감한 허슬플레이도 그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 같은 스타성에 푸이그는 2015년 메이저리그를 소재로 한 게임 타이틀의 표지 모델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는 푸이그가 당시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상, 멘털 문제로 스스로 무너지는가 하면 팀 내 동료들과 관계가 좋지 못한 기간이 있었다. '악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의 키움 입단을 앞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려와 달리 실제 키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푸이그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 2할 초반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으나 후반기 반전으로 시즌 타율 0.277 131안타 21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2022시즌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야구 외적으로 우려했던 문제아적 행동도 없었다. 푸이그 스스로 한국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등 재계약 전망을 밝혔으나 도박 관련 문제가 미국 현지에서 일어나며 재회는 무산됐다.
#빅리거 영입이 성적 보장하지 않는다
최상위 리그 외 선택지가 많지 않은 MLB와 달리 농구 종목에서는 NBA에서 밀려나더라도 유럽, 중국 등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많다. 국내 리그인 KBL에서는 푸이그와 같은 거물급 선수가 입단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도 종종 NBA에서 적지 않은 경력을 쌓고 국내 무대에 나선 선수는 있었다.
최근 수년 사이 KBL 무대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NBA 출신 선수는 제러드 설린저였다. 2012 NBA 드래프트 전체 21순위로 명문 보스턴 셀틱스의 지명을 받은 그는 5시즌간 269경기에 출전, 평균 10.8득점 7.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부상 탓에 경쟁력이 떨어졌고 중국에서 활약하다 2020-2021시즌 막판, 안양 KGC인삼공사에 대체 선수로 영입됐다. KGC인삼공사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설린저는 ‘교수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6강과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10승 0패로 이끌어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V리그에서는 쿠바 출신 로버트랜디 시몬이 월드 스타로서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쿠바와 이탈리아 리그, 쿠바 국가대표로서도 우승을 경험했고 각 대회 개인상까지 휩쓴 그는 2014년 창단 2년차이던 OK저축은행에 입단했다. 직전 시즌 리그 최하위에 머물던 OK저축은행은 시몬이 활약한 기간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시몬 혼자 팀을 우승시켰다'는 일부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시몬은 압도적인 능력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고 부상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이 같은 결과를 내 놀라움을 안겼다.
그렇다고 빅리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록을 남긴 것이 국내 무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2022-2023시즌 전주 KCC는 NBA 출신 론대 홀리스-제퍼슨 영입으로 화제를 모았다. 설린저와 비슷한 지명 순위(23순위)와 비슷한 커리어 평균 득점(9.0득점) 등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제퍼슨은 시즌을 마치기 전 조기 퇴출됐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태업성 플레이를 일삼은 탓이다.
K리그의 빅리그 출신 선수들도 많은 실패 사례를 남겼다. 터키 국가대표로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으며 프리미어리그 경력이 있는 알파이 외잘란, 김보경과 이청용 등의 잉글랜드 시절 동료였던 조던 머치는 모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짧은 기간 내 국내 무대를 떠났다.
▲ 제시 린가드 경력 2008~202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2.11.~2013.1. 레스터시티 임대 2013.9.~2014.1. 버밍엄시티 임대 2015.2.~2015.5. 더비 카운티 임대 2021.1.~2021.5. 웨스트햄 임대 2022-2023 노팅엄 포레스트 프리미어리그 182경기 29골 17도움 챔피언스리그 20경기 2도움 유로파리그 22경기 4골 3도움 FA컵 24경기 6골 2도움 잉글랜드 국가대표 6골 5도움 2015-2016 FA컵 우승 2016-2017 잉글랜드 리그컵 우승 2016-2017 유로파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 수상(2021년 4월) |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