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류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역사는 힘의 논리를 기록하고 있다. 힘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역사의 전면에는 왕과 귀족 혹은 종교 권력, 정치 권력 등 힘을 쥐었던 이들의 행적만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악행조차도 역사는 필연적인 선택이었던 것처럼 말한다. 지금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행적을 되새기고, 그런 지식을 발판 삼아 현실적 힘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나 역사의 행적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드는 것은 옳지 못한 방식이다. 역사는 이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 최대 토목 공사로 불리는 만리장성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 역사는 진시황의 업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실제 산성을 쌓은 것은 이름 없는 민초들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마찬가지다. 매스컴은 정치가나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행적만을 열심히 주워섬긴다. 역사는 이를 기록하고 훗날 사람들도 이렇게 기록된 역사를 통해 우리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의 정확한 모습일까. 아니다.
이 시대는 주어진 본분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들이 생산하는 가치에 의해 성격이 정해지며, 성실하게 살아낸 만큼 쌓이게 된다. 그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마이너리티일 뿐이다.
미술사에 남은 작품도 거의 대부분 힘 있는 이들을 다룬다. 예술가의 생계를 이들이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예술가들은 마이너리티에게도 관심을 두었다. 이런 작품은 유명하지 않다. 대표작으로 떠올라 미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하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이런 그림에서 우리는 예술가의 진정성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그림에는 예술가의 자발적 창작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너리티 그림에는 시대를 직조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진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김현숙이 품어내는 주제도 마이너리티의 삶이다. 평범하지만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면서 이 시대를 엮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이 작품의 내용이다.
그는 보통 사람이 창출해내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이 이 시대의 진솔한 모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걸어온 길. 작가이면서도 엄마였기에 겪어야 했던 다양한 문제를 표현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이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표현 방법은 동화적 문법이다. 그래서 김현숙의 그림을 ‘보통 사람들을 위한 동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