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2월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208/1707372179763405.jpg)
김 위원은 2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22대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며 “숙고 끝에 내린,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결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대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위원장도 다음날 김 위원 불출마 선언에 대해 “나는 김 비대위원이 총선에 출마해 의견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아쉽게 생각하지만 본인의 확고한 결정이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천 논란이 불거진 후 김 위원이 방송에 나가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결에서 진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하는 등 출마 의지를 강하게 밝혀온 터라 불출마 선언은 뜻밖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 총선 불출마를 두고 정가에선 대통령실의 의중이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김 위원은 비대위원 임명 후 ‘김건희 리스크’를 언급하며 용산의 ‘역린’을 건드렸다. 김경률 위원은 1월 8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1월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서는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 것 같나.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한 위원장까지 1월 18일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분명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호응했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리스크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직후 몇몇 언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위원장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1월 2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퇴하라는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한 위원장도 이 비서실장과의 만남,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확인해주며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버티며 공개적으로 갈등설이 분출됐다.
정면충돌 양상이 벌어지기 직전,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났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 어깨를 툭 치고 포옹한 뒤 악수를 나눴다. 이후 엿새 만인 1월 29일 두 사람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하며 화합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였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의 불출마 선언이 갈등 봉합을 위한 한 위원장의 후속조치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요구에 순응했다는 해석’에 “잘못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 역시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제안, 압력 그런 건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제안이) 있었다면 나는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월 23일 서천특화시장을 찾아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208/1707372312938317.jpg)
야권 한 관계자는 “서울 마포에 나와서는 김경율 위원이 당선 안 된다. 앞서 한동훈 위원도 정청래 최고위원과 가상대결에서 패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김 위원이라고 이길 수 있겠느냐”며 “김 위원 입장에서도 괜히 지역구 출마해서 돈 쓰는 것보다, 비대위원직 유지하면서 ‘빅스피커’로 인지도 높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본질은 김 위원의 ‘김건희 리스크’ 언급이라는 것을 정치권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숨기기 위해 표면적으로 김 위원 사천 논란으로 포장했다. 지역구 문제 갈등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지역구 불출마 선언으로 해결책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선 김 위원의 불출마 선언이 대통령실 의중이 아닐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초 대통령실은 김 위원의 비대위원직 사퇴를 원했기 때문. ‘비윤계’로 분류되는 여권 관계자는 “용산은 김 위원의 총선 불출마에 관심도 없었다.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서천특화시장 만남 이후 전용열차에 동승했을 때, 오찬회동을 하면서도 김 위원에 대한 불쾌감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직 사퇴 대신 총선 불출마 선에서 정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장 사퇴 대신 총선 불출마를 중재 카드로 꺼냈다는 의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이 비대위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이 우세하다. 총선 불출마에 이어 비대위원직 사퇴까지 단계별 수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권력은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아킬레스건인 김 여사 문제를 건드리며 ‘반란’을 꾀한 것으로 봤다. 한 위원장은 서천시장에서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시는 ‘배신’의 싹을 틔우지 못하게 끝까지 밟아야겠다 생각했을 수 있다. 그 제물로 김 위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총선 불출마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208/1707372485637132.jpg)
2월 7일 방송된 윤 대통령의 KBS 신년대담으로 김건희 리스크는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좀 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시계에다가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또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 이렇게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면서 4월 총선 전에 김건희 리스크 악재를 털어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나 진상규명 약속 대신 정치공작이라는 여권 내 친윤계 일부의 입장을 대통령이 반복한 셈이다.
한 위원장은 2월 8일 윤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국민적 걱정, 우려가 있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공감한다고 생각한다”며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세세한 발언 내용을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김경율 위원은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이 ‘(윤 대통령) 대담이 국민 눈높이에 맞았다고 보나’라고 묻자 “대담을 아직 안 보고 보도는 봤다”며 “다섯 글자만 드리겠다. 대통령이 계속 ‘아쉽다’고 했는데, 나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겠다. ‘아쉽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나름 윤 대통령과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김 위원이 김 여사에 대해 돌발발언을 하고 있다. 그럼 봉합부위는 다시 터진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이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208/1707372559651807.jpg)
반면 4월 총선까지 한 위원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까지는 공천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공천관리위원회에는 정영환 공관위원장부터 이철규 공관위원까지 친윤계가 곳곳에 포진돼있다. 한 위원장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그러면 존재감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윤-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길 원하지만, 김경율 위원 사퇴 여부·후보 공천 등으로 갈등이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