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도전 선언…이승원 스카우터 “스피드와 운동 능력이 강점”
김혜성은 지난해까지 통산 826경기 타율 0.300 877안타 26홈런 311타점 501득점 181도루 OPS 0.753의 성적을 올렸다. 2023시즌에는 137경기에서 타율 0.335 186안타 7홈런 57타점 OPS 0.842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21년 유격수로, 2022년과 2023년 2루수로 3년 연속 골든글러브도 차지했다. 이제 김혜성의 시선은 KBO리그를 넘어 메이저리그로 향해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 위치한 키움 히어로즈 스프링캠프에서 김혜성을 만났다.
2월 7일(한국시간) 키움 히어로즈 스프링캠프에는 비가 내렸다. 선수들은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해진 스케줄을 모두 소화했다.
키움이 사용하는 훈련장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스프링캠프지다. 키움과 스폰서십을 맺은 애리조나 구단이 키움한테 전지훈련 장소를 제공한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곳을 찾았다.
야수들이 수비 훈련을 하는 필드의 더그아웃에서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의 시선은 선수 전체를 보는 듯하면서도 한 명의 움직임을 뒤쫓았다. 바로 김혜성이었다.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직원인 이승원 스카우터였다. 애리조나의 훈련장을 키움이 사용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키움 선수들과 만나게 됐고, 이후 매일 훈련장을 찾고 있다는 게 이승원 스카우터의 설명이었다.
김혜성이 실내 타격 훈련장으로 장소를 옮기자 그도 그 뒤를 따랐다. 이승원 스카우터는 김혜성의 탄탄한 체형과 부드러운 타격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윙이 이전에 비해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그 변화된 스윙폼을 가리켜 ‘메이저리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혜성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난 시즌의 경기 영상들을 보니 문제점이 눈에 띄었고, 그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보는 중인데 야구가 어려운 스포츠라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의 훈련 장면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존재에 대해 김혜성은 “(의식하기보단) 더 잘하고 싶다”며 미소를 짓는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상태에서 올 시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김혜성은 “일단 시즌을 잘 치러야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특별한 감상보다는 이전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캠프를 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김혜성이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김혜성의 야구 인생에 ‘메이저리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김혜성은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는 그냥 1군에서만 뛰어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서건창, 김하성 옆에서 신인 시절을 보낸 김혜성한테 1군 생존은 절대적인 목표이자 희망사항이었다.
“가까이 있던 (김)하성이 형이 미국으로 진출했고, (이)정후도 메이저리그로 향하면서 자연스레 미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나는 그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은 걸 채워넣어야 하지만 실력을 갖춰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성이 형과 정후를 보면서 노력만으로 다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그럼에도 죽도록 노력해야 그 자리가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자신의 바람이, 꿈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에는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경쟁력이 없다면 그런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다는 그는 거듭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전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자갈길’로 표현한 바 있다. “그동안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묵묵히 열심히 걸어온 것 같다. 순탄하지도, 잘하지도 못 했지만 계속 꾸준히 올라갔고, 앞으로 나아갔다”는 말로 자신의 여정을 담백하게 드러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이승원 스카우터는 훈련을 마치고 배팅 케이지를 벗어나는 김혜성에게 어떤 미국 음식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선수의 답은 “스테이크”였다. 한식도 좋아하지만 단백질 보충을 위해 스테이크를 자주 먹는다고 덧붙였다.
이승원 스카우터는 시차 적응과 캠프 생활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건넨 후 흡족한 표정으로 김혜성의 대답을 경청했다.
김혜성이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간 상황에서 이승원 스카우터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가장 궁금한 건 메이저리그에서 보는 김혜성의 가치였다. 이승원 스카우터는 이런 대답을 들려준다.
“김혜성은 워낙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워크에식(직업정신)도 좋고, 코치님들도 다 좋은 평가를 한다. 그의 강점은 스피드와 운동 능력이다. 2루수로도 훌륭하지만 다른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 외야도 가능하다. 만약 올 시즌 유격수로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센터라인 수비가 가능하다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완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띈다고 말한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건 이점이지만 유격수로 뛸 때 송구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게 이승원 스카우터의 시선이었다. 그는 또한 키움이 계속해서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하는 요인으로 팀의 오픈 마인드와 코치들의 일대일 코칭이 선수들한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의 뛰어난 활약 덕분에 이정후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졌듯이 김혜성 또한 선배들이 좋은 활약과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린다면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승원 스카우터는 SK 와이번스 시절의 메릴 켈리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스카우트한 주인공이다. 그는 “이제 메릴 켈리 이후 우리 팀에 또 다른 KBO리그 선수를 영입할 때가 됐다”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가벼운 농담처럼 툭 내뱉은 이야기였지만 이승원 스카우터는 그다음 날인 8일에도 키움 훈련장에 나타나 이번에는 캠프 시작 후 세 번째 불펜 피칭에 나서는 조상우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24시즌에 복귀하는 조상우의 꿈도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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