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오마카세에 11명 모여 29만 3000원 결제 등 허위 기재 의혹 여러 건 포착…인원수 부풀린 정황도
일요신문 취재 결과, 원 전 장관은 재임 시절 금요일 저녁인 2023년 9월 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한우 오마카세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29만 3000원을 결제했다.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국토교통 정책홍보 논의를 위해 원 전 장관 등 11명은 이 식당에서 식사했다. 총 결제액을 참석 인원수로 나눈 1인당 지출액은 약 2만 6000원. 사용내역만 보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한도 3만 원을 지킨 식사다.
그런데 이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마블링점수(BMS)가 최고(9점)인 1++ 등급, 즉 최상급 한우만 사용한다고 홍보하는 곳이다. 주력 메뉴인 코스 메뉴 가격이 1인당 7만 5000원이었다. 코스가 아닌 단품 메뉴로도 고기를 판매하지만 1인분(130g 또는 150g) 가격은 3만~7만 원 수준이었다. 가장 저렴한 메뉴인 차돌박이(150g당 3만 원)를 11명이 1인분씩만 먹어도 총 결제액은 33만 원이다. 원 전 장관 결제액 29만 3000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이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11명이 한 공간에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 이 식당은 4인석 룸 2개와 최대 8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로 구성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를 피하고자 참석 인원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원 전 장관의 수상한 업무추진비 내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 전 장관은 2022년 5월 2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한정식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25만 2000원을 결제했다. 사용내역에 기재된 식사 인원은 9명이었다. 1인당 식사 금액은 약 2만 8000원인 셈이다. 그런데 당시 이 한정식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는 1인당 금액이 3만 5000원인 정식이었다. 다른 정식 메뉴 가격은 4만 2000~6만 5000원, 코스요리 가격은 7만~8만 원이었다.
또 원 전 장관은 2023년 9월 26일 서울 한 고급 중식당에서 업무추진비 27만 3000원을 결제했다. 사용내역에 적힌 식사 인원은 10명. 1인당 평균 2만 7300원어치 식사를 한 셈이다. 그런데 이 중식당 룸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선 평일 점심 기준 1인당 4만 3000원 이상 주문이 필수다. 4만 3000원은 이 중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코스 메뉴 가격이다. 이 식당 코스 메뉴 가격은 4만 3000~12만 원이다.
원 전 장관 등 일행이 홀에서 단품 메뉴로 식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단품 메뉴 가격대가 높아 1인당 2만 7300원어치 식사를 했을지는 의문이다. 이 식당 대표 메뉴 랍스터 요리(700g) 가격은 12만 원이다. 면과 밥 메뉴 중 가장 저렴한 트러플 유니 자장면 가격은 1만 8000원이다. 짬뽕은 2만 1000원이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1월 25일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업무추진비 38만 원을 썼다. 사용내역에 기재된 식사 인원은 13명이었다. 1인당 식사 금액은 약 2만 9000원꼴이었다. 이 이탈리아 음식점은 재벌들이 모여 사는 한남동 부촌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식당 메뉴 가격대를 보면 1인당 2만 9000원어치 식사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이 식당 점심 코스 메뉴는 1인당 4만 3000~6만 8000원, 저녁 코스 메뉴는 11만 8000~13만 8000원이다. 스테이크 세트 메뉴는 2인 22만 원, 4인 42만 원이다. 스테이크 단품은 가장 저렴한 메뉴 가격이 100g당 2만 2000원이다. 파스타 가격은 2만 9000~35000원이다. 13명 모두가 파스타 중 가장 저렴한 메뉴만 골라야 1인당 2만 9000원 식사가 가능한 셈이다.
이외에도 수상한 업무추진비 내역들이 포착됐다. 원 전 장관은 2022년 10월 28일 세종에 있는 한 한정식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38만 4000원을 썼다. 사용 인원은 13명으로 기재했다. 이 식당 메뉴는 정식 단 3가지다. 가격은 각 3만 원, 4만 5000원, 6만 원이다. 13명이 3만 원짜리 정식을 먹었다면 총 금액은 39만 원이어야 한다. 이에 못 미치는 38만 4000원을 13명이 어떻게 사용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원 전 장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전체적으로 봐도 김영란법 한도 3만 원에 근접한 식사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원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를 총 288번 사용했다. 총 금액은 약 7570만 원. 1인당 평균 식사금액은 약 2만 5900원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인당 3만 원 식사 19회 △2만 9000원대 식사 49회 △2만 8000원대 식사 54회 △2만 7000원대 식사 28회 등이었다. 1인당 식사금액이 2만 7000원~3만 원인 결제가 총 150건으로 전체 내역의 52%에 달했다.
1인당 식사 금액이 3만 원을 초과하는 결제 건도 있었다. 원 전 장관은 2022년 11월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오마카세 식당에서 46만 원을 사용했다. 인원은 8명으로 기재했다. 1인당 금액이 5만 7500원인 셈이다.
이 오마카세 식당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다. 2003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리뷰가 한 건도 없을 정도로 비밀리(?)에 영업 중이다. 이 오마카세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시도해봤다. 하지만 "회원이 아니면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퉁명스러운 답변만 돌아왔다. 회원 가입 방법 문의에도 "지인에게 물어보라"는 답변뿐이었다.
일요신문은 원 전 장관에게 장관 시절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관해 설명을 듣고자 1월 24일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2월 14일 오전까지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원 전 장관의 업무추진비 내역 허위 기재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원 전 장관은 제주도지사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 내역을 허위로 꾸몄다는 의혹을 받았다. 원 전 장관은 제주도 한 오마카세 식당을 2019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33회 방문해 업무추진비 총 1065만 원을 사용했다. 이 식당은 점심 식사 가격이 2021년 기준 6만 원이었다. 그런데 원 전 장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 1인당 식사 금액은 모두 3만 원 이하였다.
원 전 장관은 2022년 5월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업무추진비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당시 원 전 장관은 "일일이 기억은 안 난다. 비서실과 총무과 직원들이 실무 지침을 다 지켰다고 믿는다"며 책임 소재를 미뤘다.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원 전 장관은 2022년 9월 페이스북에서 "제주도지사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적이 없다"며 "공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하지만 사용내역 허위 기재 의혹에 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원 전 장관은 이 같은 제주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허위 기재 의혹으로 2023년 1월 제주경찰청에 고발됐다. 원 전 장관을 고발했던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 김한메 대표는 2월 13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처분이 아직 안 나왔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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