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비서실장’ 임종석 노영민 출마 놓고 갈등…현역 하위 20% 명단 공개 이후 파장 촉각
#‘친명 vs 친문’ 갈등 격화
1월 15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중구·성동구갑’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현역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험지인 ‘서울 서초구을’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중구·성동구갑 표밭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경선 참여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임 전 실장은 16·17대 재선을 한 뒤 홍 원내대표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19~21대 내리 3선을 했다.
친명 진영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에 책임이 있다며 임종석 전 실장 등 친문계를 향해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2월 6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공개 언급하면서 친명계와 친문계 계파 갈등 격화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임 공관위원장 발언이 임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임 공관위원장 발탁 때 친문계에선 ‘친명 인사’라고 반발한 바 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꼬집었다. 2월 7일 정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본인 스스로 ‘내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어쨌든 또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실패한 거 아니겠냐”며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분들이 어쨌든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의견도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또는 조국 사태, 일방적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했다.
친문계는 반발했다. 2월 8일 임종석 전 실장은 SNS에 “당의 지도부와 당직자, 그리고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께 용서받지 못한다”며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회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치유와 통합의 큰 길을 가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임혁백 공관위원장 발언에 대해 “친문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저인데 저도 총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며 “이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표뿐”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 대표든 지도부든 누군가가 나서서 정리하지 않고 ‘너는 안 된다’라고 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2월 9일 이 대표는 “친명, 비명 나누는 것은 소명을 외면하는 죄악”이라며 “계파를 가르고 출신을 따질 여유 없다. 단결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을 통해 능력, 자질이 국민의 기대치와 눈높이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2월 12일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우리 당에 친명, 친문은 없다”며 “당 지도부는 불필요한 분열과 갈등이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86세대, 올드보이 등을 향한 인적 쇄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2월 14일 이 대표는 SNS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며 “우리는 미래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 대표는 문학진 전 의원, 인재근 의원 등에게 직접 전화해 적합도 조사 결과를 전하며 불출마를 권고했다. 아울러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종걸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중구·성동구갑 전략공천이 거론되던 추미애 전 장관에겐 험지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종걸 의원 측은 불출마를 요청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이 대표가 그런 요청을 한 없다”며 “종로의 모 후보가 단수 공천된다는 기사도 있는데 이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원칙과 상식에 의거해 공정한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 행보를 두고 정가에선 하위 20% 현역 의원 발표 전에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친문계가 인적 쇄신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당 안팎에선 임종석 전 실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출신의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용퇴나 험지 출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2월 19일 당내 경선이 시작되는 만큼 하위 20%의 현역 의원 31명 명단 통보가 임박했다. 하위 20%는 최대 30% 감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컷오프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는 ‘친문-친명’ 갈등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컷오프 현역 의원들이 반발해 탈당하면,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명계 인사들은 홍영표 전해철 양기대 윤영찬 강병원 도종환 등 친문계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2월 13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하위 20%에 포함된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탈당하고 소위 개혁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고. 또는 무소속 출마도 할 수 있고 또 자신들 나름의 당을 또 만들 수도 있다. 제가 볼 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에선 컷오프 가능성이 제기되는 친문계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월 13일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친문계 의원들이 탈당하면 개혁신당에서 받아들일 가능성 있냐’는 질문에 “그분들께 무슨 흠이 있거나 그러지 않는 한 배척해야 될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앞서 1월 25일 김종민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친문계를 향해 민주당 탈당해 제3지대에 합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때 친문, 추미애는 왜?
친명과 친문의 갈등은 윤영찬 의원 탈당 철회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월 10일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으로 탈당을 앞둔 윤 의원이 민주당 잔류를 갑작스럽게 선언했다. 윤 의원 이탈로 원칙과상식의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만이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윤 의원 잔류 결정은 지난 연말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강한 만류와 설득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관련기사 ‘현근택 감찰’ 묘한 타이밍? 윤영찬 민주당 잔류 ‘급선회’ 속사정).
1월 12일 친명계 원외 모임 민주당혁신행동은 윤영찬 고민정 임종석 윤건영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을 싸잡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청와대 권력 핵심에서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어떤 잘못도 눈감아주고 비호하는 것이 공정하고 상식적인 일인지 묻고 싶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 체제를 줄곧 비판하며 당대표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주장해온 윤영찬 의원의 제명·출당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친문계 지역구를 노렸던 강위원·현근택 등 친명계 인사들이 성비위 논란에 휩싸이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일각에선 친문계 윤영찬 의원이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논란 소식을 듣자 잔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 부원장은 2023년 초부터 윤 의원 지역구인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준비해왔다. 강위원 특보는 친문계 송갑석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준비해왔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가장 친명이라고 했던 현근택 강위원 등은 여러 문제로 결국 불출마했다. 사실 친명이라 더 엄격했던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당 통합을 위해서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 “이재명 출마, 본인이 결단할 문제”).
1월 11일 친문계 임종석 전 실장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성동구갑에서, 노 전 실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러자 친명계 원외 인사들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친문계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섰다. 1월 20일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임종석 노영민 이인영 등 친문계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용퇴를 요구했다. 같은 날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장관급 이상 역임한 중진들도 당을 살리는 길에 동참하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1월 23일 추 전 장관은 SNS에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을 나온다”며 임종석 노영민 전 비서실장을 저격했다.
친문계였던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징계 처리 과정에서 친문계와 멀어졌다고 전해진다. 2020년 12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이 제청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정직 2개월) 의결안을 재가했다. 이에 윤석열 총장이 징계 집행 정지 신청을 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친문계에선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을 지게 했다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2023년 6월 29일 추 전 장관은 오마이tv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요구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이 물러나면서 ‘검찰 국가의 탄생’ ‘촛불 국민에 대한 역모’ 등으로 상황을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친문계와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 공방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1월 29일 임종석 전 실장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굉장히 자제하고 있는데 (추 전 장관에게) 한 말씀 꼭 드려야 할 것 같다. 자꾸 도를 넘어가는 것 같다”며 “추 전 장관의 기억 편집이 심하다. 윤 총장이 대권 주자로 완전 부상한 사건이 있었다. 2020년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징계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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