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연패로 단일 시즌 최다연패, 남자부 27연패 기록에도 가까워져…염어르헝 등 부상 불운도 ‘발목’
#100일 가까이 승리 없어
팀이 28경기를 치른 시점, 페퍼저축은행은 2023-2024시즌 단 2승만 기록하고 있다. 2023년 11월 10일 이후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승리가 없다. 홈구장인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승리는 그 이전인 10월 19일이 마지막이다.
구단마다 시즌 종료까지 8경기 내외를 남겨둔 상황이다. 페퍼저축은행의 '탈꼴찌'는 올 시즌에도 어려워 보인다. 남은 일정에서 이들이 전승을 거두고 6위 한국도로공사가 전패를 거둬야 승수를 맞출 수 있다. 순위를 가리는 승점은 또 다른 이야기다.
2021-2022시즌부터 리그에 합류한 이들은 지난 두 시즌간 최하위 자리를 도맡아왔다. 첫 시즌 3승, 이듬해 시즌 5승을 기록했다. 최악의 경우 새로운 기록을 쓸 수도 있다. 새 기록은 이뿐 아니다. 남은 일정서 패배가 지속된다면 여자부뿐 아니라 남자부 기록까지 갈아치운다. 남자부 최다연패 기록은 2000년대 중반 한국전력의 27연패다.
#어긋난 창단 시점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의 고전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시작으로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신생팀 창단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2010년대 후반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금이 7구단이 창단하기 좋은 때'라는 평이 이어졌다.
앞서 2011년 창단한 IBK기업은행의 경우 당시 신생팀 혜택으로 10명의 신인을 지명했고 고교생임에도 이미 국가대표팀을 넘나들던 김희진과 박정아를 동시에 품을 수 있었다. 이들은 창단 첫 시즌 리그 4위에 올랐고 이듬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시기를 두고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김연경 키즈'로도 불리는 2018년부터 201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유망주들이 이미 프로에 발을 들인 이후 팀이 만들어진 탓이다.
창단 초기, 젊은 선수들 위주로 젊은 팀을 꾸리겠다는 다짐으로 나섰으나 이 또한 결과적으로 실패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IBK기업은행이 그랬듯 페퍼저축은행도 신생구단 혜택으로 각 구단에서 보호선수를 제외한 한 명씩 지목해 영입하는 '창단 특별지명'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의 초대 사령탑이던 김형실 감독은 베테랑 선수보다 '가능성'에 투자했다. 6명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5명만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실제 마주한 리그의 벽은 높았다. 첫 시즌 3승을 거둔 팀은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10년차 베테랑 세터 이고은을 영입하며 '젊은 팀을 만들겠다'던 호기로운 외침은 공염불이 됐다.
#3년 차 앞두고 벌어진 참사
창단 이후 첫 두 시즌을 최하위로 보낸 페퍼저축은행은 3년 차 시즌을 앞두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대어급 선수가 풀리는 FA 시장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앞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 오지영이 FA 자격을 얻자 잔류시켰다. 창단 멤버 이한비에게도 FA 계약을 안겼다.
외부 FA로도 눈을 돌렸다. 국가대표 주장 박정아를 한국도로공사에서 영입했다. 단숨에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영입이었다. KGC인삼공사에서 채선아를 데려오기도 했다.
전력보강의 기쁨도 잠시, 페퍼는 곧장 역풍을 맞는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박정아는 V리그 FA 제도상 A등급이었기에 보상선수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페퍼의 주전 세터 이고은을 지명했다. 페퍼 구단은 도로공사가 세터 자원이 충분하기에 이고은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하며 그를 보호선수로 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핵심 자원을 잃은 페퍼는 이내 이고은을 다시 팀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그 방법이 트레이드였기에 다른 자원을 떠나 보내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구단으로선 팬들의 거센 반발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즌 전 갑작스런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 페퍼는 2022-2023시즌 말미, 한국계 미국인 아헨 킴 감독을 영입했다. 2023-2024시즌부터 그에게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시즌 훈련을 진행하던 도중 그는 돌연 감독직을 사퇴했다. 선수 영입, 외국인 선수 지명 등을 그의 입맛에 맞춰놓은 상태였다.
구단은 미국 출신의 조 트린지 감독을 급히 데려왔다. 컵대회 개막을 약 1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어진 페퍼저축은행의 성적은 알려진 대로다. 컵대회 0승 3패, 리그 2승 26패를 기록 중이다.
부상 불운도 페퍼를 힘들게 하고 있다. 2022-2023시즌 이들은 신장 195cm의 몽골 출신 유망주 염어르헝을 지명하며 주목을 받았다. 신인 시즌 부상으로 활약하지 못한 그는 개막전부터 코트에 서며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으나 또 다시 부상으로 쓰러졌다. 신인급 선수지만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페퍼로선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단순 부상이 아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염어르헝은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도 불안 요소다. 2021년부터 2년간 현대건설 소속으로 활약한 V리그 경력자인 그는 당시 소속팀을 리그 선두로 이끄는 빼어난 활약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페퍼저축은행은 야스민을 영입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시즌 내내 팀을 이끄는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으나 연패가 길어지는 2월,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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