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프로야구 중계권 따내 업계 지각변동…‘보편적 시청권’ 목소리에도 유명 리그 이미 시장 형성
요즘 온라인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KBO) 온라인 중계권을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에서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는 반(半)만 맞다. 티빙은 ‘온라인’ 중계권을 가졌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활용해 야구를 즐기려면 티빙 시청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TV 중계권은 기존 스포츠 채널들이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TV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야구팬들은 적잖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네이버, 카카오 다음 등 유명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야구 중계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2019∼2023년 온라인 중계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이 만료되고 이제는 티빙의 품에 안겼다. 스마트폰으로 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티빙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존 시청 패턴에 익숙해진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불편하다"고 아우성을 보낼 법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이런 변화 역시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방송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야구팬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특정 스포츠 종목을 챙겨보는 팬들의 정성은 대단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챙겨보기 위해 뜬눈으로 새벽을 보낸 후 출근하는 직장인도 적잖다. 요즘 티빙,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뿐만 아니라 해외 OTT들도 일제히 유명 스포츠 리그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하는 이유다.
최근 국내에서 스포츠 중계로 가장 재미를 본 플랫폼은 단연 쿠팡플레이다. 쿠팡플레이는 그동안 ‘SNL코리아’를 비롯해 다수 오리지널 드라마를 편성하며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콘텐츠를 쌓아온 티빙이나 웨이브와의 아카이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그러자 그들은 대신 스포츠로 눈을 돌렸다.
쿠팡플레이는 내부에 전담팀까지 두고 인기 스포츠 리그 중계권을 확보해왔다. 현재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덴마크 수페르리가 등을 중계하고 있고, 최근에는 ‘제58회 슈퍼볼’(Super Bowl LVIII)까지 생중계했다. 팝스타 어셔가 참여한 공연까지 보여주며 차별화를 꾀했다. 티빙으로부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일부 중계권을 사오고, 미국 프로야구(MLB) 서울 시리즈 예매 영향이 더해지며 구독자 유입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쿠팡플레이의 모바일인덱스 기준, 1월 앱 월 이용자 수(MAU)는 778만 5131명으로 2020년 12월 출시 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티빙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티빙은 KBO 온라인 중계권 확보 외에도 ‘아시안컵’의 TV와 온라인 중계를 담당했다.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월 1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6일 티빙 일일 이용자 수(DAU)는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아시안컵’을 보기 위해 유입자가 대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카타르에서 열린 이번 ‘아시안컵’은 시차 때문에 대부분 자정 전후 편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입량은 기대 이상 폭증했고, tvN과 tvN스포츠를 통한 TV 중계 시청률은 4강전 기준 28.2%를 기록했다. 스포츠팬들의 충성도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은 종합격투기 대회 UFC, 유로 2024, 호주오픈, 롤랑가로스 등 굵직한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확보했다. 그들이 스포츠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는 뜻이다.
구독자 확보를 위한 스포츠 중계권 쟁탈전은 해외 OTT 시장에서도 치열하다. 전 세계 OTT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 프로레슬링(WWE)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로우’(RAW)의 10년간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무려 50억 달러(약 6조 6500억 원)를 지불했다. 미국 내 ‘로우’는 연간 시청자가 1750만 명에 육박한다. 그들을 고정 구독층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복안이다. 이외에도 애플TV 플러스(+)는 미국프로축구의 독점 중계를 위해 매년 25억 달러(3조 3250억 원)를 쏟아붓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NFL 목요일 중계를 위해 10년간 매년 10억 달러(1조 3300억 원)를 쓴다.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TV 앞에 앉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보듯,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수백억 원의 제작비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문화 콘텐츠와 달리, 오랜 전통을 가진 스포츠 리그는 중계권만 확보하면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보편적 시청권’을 문제 삼는 업계와 학계의 목소리는 꾸준하다. 현행 방송법 제2조 25호는 ‘보편적 시청권’을 법으로 보장하며 국가적 경기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을 보면 동·하계 올림픽을 비롯해 월드컵 등은 국민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 동·하계아시아경기대회와 아시안컵 등은 국민 전체 가구 수의 75% 이상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KBO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MLB 등은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즉 보편적 시청권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국가대항전 외에 매년, 상시 진행되는 유명 스포츠 리그를 둘러싼 중계권 확보전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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